美 "핵무기 포기 명확히 안해"
이란 "미국의 요구사항 과도"
빈손 회담 놓고 서로 '네 탓'
추가 협상 여부 등 '안갯속'
이란 "미국의 요구사항 과도"
빈손 회담 놓고 서로 '네 탓'
추가 협상 여부 등 '안갯속'
■핵포기 이견에 협상 결렬
회담 결렬의 쟁점은 호르무즈해협 문제와 핵무기 보유 문제 등으로 좁혀졌다. 이란 외교부도 일부 합의를 봤지만 2~3가지 사안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에서였다.
미국 협상단을 이끈 J D 밴스 부통령은 12일(현지시간) 오전 6시30분께 협상이 열린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란과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고, 합의 없이 미국으로 귀환한다"고 밝혔다. 밴스 부통령은 "이란이 핵무기 개발을 자제하겠다는 '확실한 약속'을 하지 않았다"며 "지금뿐 아니라 향후에도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겠다는 근본적인 의지를 보여주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또 협상 기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6차례에서 많게는 10여차례 통화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호르무즈해협 문제에 대해서는 기자들의 질문에도 대답하지 않았다.
반면 이란 외교부는 호르무즈해협 문제가 핵심 이견 사안임을 강조했다. 이견 내용에 대해서도 양측의 강조점은 달랐다. 이란은 협상 결렬의 책임을 미국의 무리한 요구로 돌렸다. 에스마일 바가에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국영 매체에 "양측이 일부 사안에서는 합의에 도달했지만, 호르무즈해협과 같은 쟁점이 최종 타결을 가로막았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이란 정부와 가까운 보수 성향 분석가 알리 골하키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협상 결렬의 배경으로 미국의 강경한 요구를 지목했다. 그는 미국이 △우라늄 농축 전면 중단 △약 1000파운드(약 450㎏)에 달하는 비축 우라늄의 국외 반출 △호르무즈해협 안보를 미국 조건에 따라 단독 관리하는 방안 등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우라늄 비축·농축 권리 충돌
이번 전쟁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된 이란의 핵 프로그램은 이번 협상에서도 최대 난제로 부각됐다. 국제원자력기구에 따르면 이란은 거의 무기급에 근접한 우라늄 약 1000파운드를 비축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절반가량은 이스파한 핵시설 지하 깊숙한 터널에 저장된 것으로 전해졌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이란 담당관을 지낸 에릭 브루어는 "이란이 해당 물질을 쉽게 내놓지는 않을 것"이라며 "지난 2월 협상 때보다 더 높은 조건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란은 핵 프로그램을 일정 기간 중단할 수는 있지만, 우라늄 비축량이나 자국 내 농축능력을 영구적으로 포기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이는 핵확산금지조약 서명국으로서의 권리이며, 조약 가입 자체가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겠다는 약속이라는 주장이다. 반면 미국은 이란이 언제든 핵무기 개발로 전환할 수 있는 역량을 유지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협상 장기화 전망
향후 협상 전망은 한층 불투명해졌다. 밴스 부통령은 파키스탄을 떠나기 전 "최고이자 최종 제안을 제시했다"며 "이란의 수용 여부를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다만 단기간 내 협상 타결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과거 오바마 행정부 시절 미국과 이란이 체결한 주요 핵 합의는 협상에만 약 2년이 소요됐다.
바가에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이번 협상은 40일간의 전쟁 직후 불신과 회의가 팽배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며 "미국과 이란의 입장 차를 좁히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과거와 달리 현재는 전쟁이 진행 중이고, 호르무즈해협 통제에 따른 글로벌 경제충격 우려가 커진 만큼 양측이 보다 빠른 합의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러나 핵심 쟁점을 둘러싼 양측의 현격한 입장 차를 감안할 때 오는 21일까지인 2주의 휴전 기간 안에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로 보인다.
pride@fnnews.com 이병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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