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이스라엘을 향해 과거 나고르노-카라바흐나 리비아 내전에 개입했던 것처럼 군사적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이스라엘 측이 에르도안을 '오스만 술탄을 꿈꾸는 폭군'이라 비난하며 단교를 제안하는 등 양국 간의 긴장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12일(현지시간) 예루살렘포스트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열린 국제 아시아정당회의(ICAPP) 연설에서 이스라엘을 "무고한 어린이와 여성을 살해하는 피비린내 나는 제노사이드(학살) 네트워크"라고 맹비난하며 "우리가 카라바흐와 리비아에 들어갔던 것처럼, 이스라엘에도 똑같이 할 수 있다. 우리가 그렇게 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그는 취재진과의 문답에서 한층 발언 수위를 높여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 이런 짓을 하지 못하도록 우리가 강해져야 한다"고 했다.
이는 튀르키예가 아제르바이잔-아르메니아 분쟁(카라바흐)과 리비아 내전에 드론과 군사 고문단을 파견해 전황을 바꿨던 사례를 언급하며, 필요시 이스라엘을 상대로도 직접적인 군사 행동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스라엘 정부는 즉각 반발했다. 아미하이 엘리야후 이스라엘 유산부 장관은 에르도안을 향해 "경제는 붕괴하고 민족주의적 망상에 빠진 불쌍한 폭군"이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엘리야후 장관은 "북키프로스를 점령하고 쿠르드족을 탄압하는 튀르키예가 도덕을 논할 자격이 있느냐"고 반문하며, 이스라엘 정부에 튀르키예와의 외교 관계를 완전히 단절하는 안을 제출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또한 인공지능(AI)으로 편집된 것으로 보이는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성전산에 깃발을 꽂고 에르도안이 그 발치에 엎드린 모습을 담은 사진을 공유하며 도발 수위를 높였다.
네타냐후 총리 역시 SNS를 통해 "자국 쿠르드 시민들을 학살한 인물"이라며 에르도안을 비판했고,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은 "에르도안, 당신은 영어를 이해하냐? * 먹어라"라고 적힌 게시물을 올리며 맞섰다
이에 튀르키예 외무부는 네타냐후를 "우리 시대의 히틀러"라고 맞받아쳤다.
이번 갈등의 직접적인 도화선은 지난 11일 튀르키예 법원이 네타냐후 총리를 비롯한 이스라엘 고위직 36명을 기소하며 체포 영장을 발부한 사건이다.
이들은 지난 2025년 10월, 환경 운동가 그레타 툰베리 등이 탑승했던 가자 지구 구호 함대를 공해상에서 나포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튀르키예 검찰은 이를 "민간인을 향한 군사 작전"으로 규정하고 장기 징역형을 구형했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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