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르티솔은 스트레스 호르몬이지만 반드시 스트레스 상황에서만 분비되는 것은 아니다.
최적의 코르티솔 분비는 아침에는 살짝 높고 오후부터 저녁까지 완만하게 줄어드는 패턴이다. 마치 아침에 복용한 서방형 캡슐이 서서히 녹아 잠자리에 들 무렵 소멸되는 것과 같은 패턴이 가장 이상적이다. 스트레스 상황에서 조금씩 높아질 수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이러한 패턴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런데 만성 스트레스에 시달리면 코르티솔 패턴이 여러 형태로 변하게 된다. 비정상적인 패턴이 장기간 지속되면 에스트로겐, 테스토스테론, 갑상선호르몬 분비가 엉망이 되고 뇌에서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 도파민, 옥시토신이 고갈된다. 고혈당으로 혈관과 심장 건강이 위협을 받고 급격히 살이 찌며 잠을 잘 자지 못하게 된다.
잘못된 코르티솔 패턴에는 아래와 같은 4가지 타입이 있다.
①새벽형 코르티솔 패턴: 정상적인 코르티솔 분비는 새벽 3시경에 가장 낮고 동이 틀 무렵부터 증가하여 아침 8시경에 가장 높다. 그런데 새벽형은 동이 트기도 전에 코르티솔 분비가 매우 높아져서 일찍 잠에서 깨게 된다. 이 경우 늘 잠을 덜 자고 일어나기 때문에 컨디션이 좋지 않다. 아침마다 예민해져서 화를 잘 내고 점심 시간이 오기도 전에 에너지가 바닥이 난다. 업무 때문에 밤을 새우는 일이 많거나 스트레스로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날이 반복되면 이런 패턴으로 바뀔 수 있다. 수면주기를 정상으로 돌리는 것이 시급하다.
②하루 온종일형 코르티솔 패턴: 아침에 높이 치솟은 코르티솔 분비가 낮아지지 않고 계속 스파이크(급등) 상태를 유지하는 패턴이다. 업무에 대한 높은 긴장과 스트레스, 지나친 양의 커피 섭취, 탄수화물 섭취 부족 등이 이런 패턴을 초래할 수 있다. 코르티솔이 이렇게 높은 상태에서는 늘 무엇인가에 쫓기는 기분이 든다. 체력이 바닥이 나서 기운이 없는데도 계속 들떠서 돌아다니고 말을 많이 하는 등의 과잉 행동을 보인다. 커피를 그만 마시고 가만히 앉아서 휴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또한 식사 때마다 탄수화물을 적당히 섭취할 필요가 있다. 탄수화물이 공급되면 혈당이 올라가고 이로 인해 인슐린이 분비된다. 코르티솔의 목적은 혈당을 높이는 것이기 때문에 이렇게 탄수화물을 섭취해서 혈당과 인슐린 분비를 높이면 코르티솔 분비를 낮추는 효과가 있다.
③저녁형 코르티솔 패턴: 코르티솔 패턴이 좌우로 뒤바뀌어서 저녁에 가장 높게 분비되는 패턴이다. 코르티솔이 가장 낮게 분비되어야 할 저녁 9시경에 오히려 가장 높게 분비된다. 이런 경우 저녁이 되면 오히려 정신이 맑고 또렷해서 좀처럼 잠이 오지 않는다. 밤 늦게까지 TV를 보거나 뭔가를 분주하게 하면서 시간을 보내게 된다. 이로 인해 밤에 깨어 있고 낮에 자야 해서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어렵다. 저녁형 패턴을 정상 패턴으로 돌리기 위해서는 서캐디언 리듬에 따라 아침에 햇빛을 보고 저녁에 잠을 자는 수면 주기를 회복해야 한다. 또한 저녁에 헬스장에서 운동을 과격하게 한다거나, 사람들과 만나 술을 마시거나 춤을 추는 등의 활동을 삼가는 것이 좋다. 저녁에는 차분히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거나 요가, 스트레칭 등을 하며 몸과 마음의 긴장을 풀어야 한다.
④바닥형 코르티솔 패턴: 코르티솔이 바닥으로 떨어진 상태에서 회복하지 못하는 패턴이다. 이것은 부신에서 코르티솔의 생산을 중단한 것으로 너무 많은 코르티솔 분비로 인한 부신의 기능 저하가 원인일 수 있다. 과로, 장기간의 스트레스, 장기간의 수면부족, 휴식 부족이 이런 패턴을 초래한다. 부신에서 적당한 코르티솔이 분비되지 않으면 아무리 쉬고 잠을 자도 몸이 늘 피곤하다. 강도 높은 운동이나 고카페인 음료를 마시면 번쩍 기운이 나지만 오래 가지 않는다. 자신도 모르게 자꾸 졸고 업무 중에 잠을 잔다면 코르티솔 수치를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안철우 강남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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