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서울 지하철 1호선에서 임산부 배려석을 차지한 중년 남성이 임신부에게 입에 담기 힘든 욕설을 퍼붓는 사건이 발생해 공분을 사고 있다.
임산부에 자리 양보한 승객, 임산부석에 앉은 남성 나무랐다가 '실랑이'
13일 SBS에 따르면, 임신 4개월 차 A씨는 지난 2일 오후 3시께 병원 진료를 마치고 귀가하던 중 지하철 1호선에서 황당한 일을 겪었다. 당시 열차는 만석이었고, 임산부석에는 중년 남성이 앉아 있었다.
A씨가 임산부 배지를 달고 있었음에도 남성은 자리를 양보하지 않았다. 이를 지켜보던 다른 승객이 A씨에게 자리를 양보하면서 상황이 일단락되는 듯했으나, 해당 승객이 임산부석에 앉은 남성을 공개적으로 나무라면서 실랑이가 벌어졌다.
남성은 "임산부인지 어떻게 알아. 참 더럽다"고 응수한 뒤 "지X하고 있네. 죽여버리고 싶네. 개같은 X", "어디 임산부라고 써있냐"고 막말했다.
이에 승객이 A씨의 임산부 배지를 가리켰지만 남성은 "미친 X 같다. 개같은 X", "지 엄마 아빠한테 잘하나 몰라" 등 도를 넘은 비하 발언을 멈추지 않았다.
A씨는 "입덧이 심해 몸 상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해코지를 당할까 봐 너무 무서웠다"며 당시의 공포를 전했다. 이어 "과거 버스에서도 노인이 '내가 노약자이니 임산부석에 앉겠다'며 자리를 뺏는 등 유사한 사례를 반복적으로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임산부석 항상 비워두는게 맞냐" 아직도 논쟁 중
임산부 배려석은 겉으로 임신 여부가 잘 드러나지 않는 초기 임신부들을 위해 마련했다. 임산부 배려석 도입 전에는 교통약자석을 이용할 때 겪는 노인들의 눈치를 보는 등의 불편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임산부 배려석을 항상 비워둬야 하느냐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은 현재진행형이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현재 서울 지하철 내 임산부석에 비임산부가 앉아있다는 등 관련 민원이 연평균 7000건, 하루 평균 20건 이상 접수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임산부석이 법적 강제 사항은 아니나, 사회적 합의에 따른 성숙한 배려 문화가 절실하다고 지적한다.
이경민 변호사(법무법인 LF)는 "임산부석은 법적 강제가 아닌 배려의 영역"이라면서도 "과거에 비해 비워둬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된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송지원 변호사(법무법인 사유) 역시 "강제는 불가능하지만, 임산부석 비워두기 운동 등을 통해 배려를 강화하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sms@fnnews.com 성민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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