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는 14일(현지시간) 발표한 최신 세계경제전망에서 중동 분쟁 장기화를 반영해 세 가지 시나리오(기준·부정·심각)를 제시하며 글로벌 성장 경로의 하방 리스크가 크게 확대됐다고 평가했다.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 피에르-올리비에 구랭샤는 "전쟁이 이미 1973년 오일쇼크보다 에너지 시장에 더 큰 충격을 주고 있다"며 "혼란이 올해를 넘어 지속될 경우 2026년 세계 성장률은 약 2%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시간이 지날수록 위험은 더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시나리오별로 보면 분쟁이 조기에 봉합되는 기준 시나리오에서도 세계 성장률은 3.1%로 지난해(3.4%)보다 둔화된다. 유가는 배럴당 평균 80달러 수준이 예상된다.
반면 전쟁이 연내 지속되는 부정적 시나리오에서는 유가가 100달러 안팎을 유지하며 성장률은 2.6%로 추가 하락한다. 글로벌 물가 상승률은 5.4%까지 치솟을 전망이다.
전쟁이 내년까지 이어지는 심각한 시나리오에서는 고유가가 고착화되며 세계 경제가 더 깊은 침체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히 미·이란 협상이 최근 결렬되면서 이 같은 부정적 시나리오 현실화 가능성은 더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나서면서 브렌트유는 배럴당 100달러에 근접하는 등 에너지 시장 불안도 확대되고 있다.
지역별 충격도 뚜렷하다. IMF는 2026년 중동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대비 2%p 낮춘 1.9%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유럽은 1.1%, 중국은 4.4%로 각각 낮췄다. 특히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신흥국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다.
반면 미국은 상대적으로 충격이 제한적일 것으로 평가됐다. 에너지 산업 기반과 인공지능(AI) 투자 확대가 완충 역할을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성장률 전망치는 2.3%로 소폭 하향됐다.
문제는 통화정책이다.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연방준비제도(연준)를 비롯한 주요 중앙은행은 물가 억제와 경기 방어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 인플레이션이 다시 자극될 경우 금리 인상 압력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IMF는 다만 각국의 재정 확대와 감세 정책, AI 투자 확대 등이 경기 하방을 일부 방어할 수 있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pride@fnnews.com 이병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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