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구용 파클리탁셀, 주사제 유사 생존효과
먹는 항암제, 환자 편의성 크게 개선할 전망
[파이낸셜뉴스] HER2 음성 전이성 유방암 환자에서 정맥주사 대신 경구용 항암제로 치료할 수 있는 가능성이 제시됐다.
먹는 항암제, 환자 편의성 크게 개선할 전망
국내 연구진이 진행한 다국적 임상 3상에서 먹는 항암제가 기존 주사제와 유사한 치료 효과를 보이면서 안전성과 편의성 측면에서도 의미 있는 결과를 확인했다.
15일 서울아산병원에 따르면 종양내과 김성배·정혜현 교수팀은 HER2 음성 재발성 및 전이성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경구용 파클리탁셀(DHP107)과 기존 정맥주사 파클리탁셀을 비교한 임상 3상 연구를 수행했다.
연구 결과 경구용 제형이 무진행 생존기간과 전체 생존기간 등 주요 지표에서 기존 주사제와 동등한 효과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HER2 음성 전이성 유방암은 진행성 질환으로 치료가 쉽지 않고 항암치료를 위해 환자가 매주 병원을 방문해야 하는 부담이 크다.
특히 기존 파클리탁셀 주사제는 한 달에 세 차례 이상 정맥주사 치료가 필요해 환자의 삶의 질 저하 요인으로 지적돼 왔다. 이번 연구는 병원 방문 없이 복용 가능한 경구용 항암제가 이러한 한계를 보완할 수 있음을 보여준 점에서 의미가 있다.
연구는 2018년 1월부터 2023년 12월까지 한국·중국·유럽 등 5개국 51개 기관에서 HER2 음성 재발성 및 전이성 유방암 환자 549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환자들은 경구용 투여군 277명과 주사제 투여군 272명으로 1대1 무작위 배정됐다.
경구용 투여군은 28일 주기로 1일·8일·15일에 하루 2회 200mg/m² 용량을 복용했으며, 대조군은 동일 일정으로 80mg/m² 용량을 정맥주사로 투여받았다.
1차 평가 변수인 무진행 생존기간 중앙값은 경구용 투여군이 10개월, 주사제 투여군이 8.5개월로 나타나 경구용 치료가 비열등성을 충족했다. 전체 생존기간 역시 경구용 투여군 32.6개월, 주사제 투여군 31.8개월로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객관적 반응률은 경구용 투여군 43.3%, 주사제 투여군 38.8%로 항암 효과 역시 대등한 수준을 보였다.
안전성 측면에서도 차이가 확인됐다. 기존 주사제에서 빈번하게 나타났던 말초신경병증과 과민반응은 경구용 투여군에서 현저히 낮게 나타났다.
이는 주사제 용매 성분인 크레모포어 EL이 경구용 제형에는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경구용 투여군에서는 소화기계 부작용이 상대적으로 많았지만 대부분 경증 수준이었으며 치료 관련 사망은 발생하지 않았다.
연구팀은 경구용 파클리탁셀이 기존 표준 치료를 대체할 수 있는 치료 옵션이 될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김성배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경구용 항암제가 주사제와 동등한 치료 효과를 유지하면서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고 치료 편의성을 개선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며 "병원 방문 횟수를 줄이고 의료비 절감에도 기여할 수 있어 전이성 유방암 환자에게 중요한 치료 선택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종양학 분야 권위 학술지인 '종양학 연보(Annals of Oncology, IF 65.4)'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해당 연구는 앞서 미국임상암학회에서 유방암 분야 'Best 10 Abstracts'로도 선정된 바 있다.
연구팀은 이번 임상에서 사용된 경구용 파클리탁셀이 임상 초기 단계부터 국내 연구진이 개발을 주도해 온 약물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해당 약제는 이미 위암 치료제로 승인된 바 있으며, 이번 연구를 통해 유방암 치료 영역에서도 활용 가능성을 확인하게 됐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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