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껄무새'가 되기 싫은데 오늘도 결국 "살 걸, 팔 걸, 버틸 걸…" 주식도, 부동산도, 재테크도 다들 나 빼고 잘만 하는 것 같습니다. 아무리 공부해도 어려운 투자의 세계, 나만 이렇게 늘 어려운 건지 궁금한 여러분을 위해 [개미의 세계]를 들여다 봅니다.
[파이낸셜뉴스] 화장실을 찾아 습관적으로 증권사 앱을 열던 A씨의 얼굴에 그림자가 졌다. SK하이닉스가 장중 117만5000원을 찍었다는 알림이 떴다. 52주 신고가 경신. 어제(14일)도 112만8000원으로 신고가였는데, 하루 만에 또 갈아치웠다.
"나 주식 너무 잘해"... 20% 오르자마자 차익실현했는데
A씨는 지난 13일에 보유 중이던 SK하이닉스 50주를 팔았다. 110만원을 막 넘겼을 때였다. 남들처럼 많이 들고 있는 것도 아니고, 장투를 생각하고 산 것도 아니었으니 "이 정도면 충분히 올랐다"는 판단이었다.
그의 논리는 나름 탄탄했다. 3월 초 미-이란 전쟁이 터지면서 SK하이닉스는 한때 89만원대까지 떨어졌다. 주가가 폭등하던 당시에는 엄두도 못 내던 주식이라, 기회라고 생각한 A씨는 90만원 초반에 매수했다. 이후 미-이란 2주 휴전 합의로 주가가 103만원까지 치솟는 걸 보면서도 더 올라갈 거라는 기대감을 담아 꾹꾹 버텼다.
하지만 수익률이 20%를 넘어서자 슬슬 손이 간질거렸다. "전쟁이 아직 안 끝났고, 협상도 어떻게 될지 모르잖아. 지금 20% 수익이면 나쁘지 않지." 이러다 전쟁이 길어지면 90층에 갇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자 조바심도 생겼다.
그래서일까, 13일 장중 종전 협상 결렬 소식이 들어오자 A씨는 바로 매도 버튼을 눌렀다. 정확히 110만2000원이었다. A씨는 자신이 번 수익을 생각하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단타'에 재능이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며, 혹시 주가가 또 떨어지면 다시 '줍줍'해야겠다고 다짐도 했다.
다음날부터 신고가... 180만원 간다는 말에 밥맛 잃은 일개미
그런데 그다음 날부터가 문제였다. 14일, SK하이닉스는 전날 협상 결렬에도 오히려 올랐다. 미-이란 재협상 기대감이 다시 살아났고, 여기에 반도체 수출이 역대 최대라는 소식까지 겹쳤다. 4월 1일부터 10일까지 기준으로 전년 대비 152.5%나 증가했다는 것이다. 주가는 장중 112만8000원까지 치솟았다. A씨는 새빨간 숫자들을 애써 외면했다.
그리고 오늘 15일, 평소와 다름없이 출근해서 증시 뉴스를 살피던 A씨는 IBK투자증권이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를 110만원에서 180만원으로 올렸다는 기사를 읽었다. 그 사이에 SK하이닉스는 장중 117만5000원으로 또 신고가를 기록했다. 이미 A씨가 판 가격(110만원)에서 6% 넘게 더 올랐다. 금액으로 따지면 거의 한 달치 월급이다.
틀린 건 없었다. 전쟁 리스크는 실재했고, 협상 결렬도 사실이었다. 다만 시장은 A씨가 생각한 것보다 더 빠르게 흘러갔다. 곧 있을 실적 발표에 대한 기대감이나 ADR 발행을 통한 미국 상장 기대감 등 여러 가지 요소들이 SK하이닉스를 있는 힘껏 밀어 올리는 중이라는 사실을 A씨는 몰랐다. "신고가는 더 오를 이유가 있기 때문에 신고가다." 자주 들리는 주식 커뮤니티에서 떠돌던 그 말이 오늘따라 A씨 마음에 아프게 박혔다.
bng@fnnews.com 김희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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