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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망한다며?" S&P500 투자했는데 '-10%' 뜬 계좌...멘탈 나가버린 '고난의 6주' [개미의 세계]

김희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4.17 06:00

수정 2026.04.17 06:51

/사진=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
/사진=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

[파이낸셜뉴스] 수도권의 한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30대 직장인 박씨. 그의 투자 철학은 단순하다. '과욕을 부리지 말고, 적금보다만 더 벌자.' 직장 동료들은 종목 분석도 잘하고 시장 흐름도 잘 읽어서 투자하는 것마다 수익이 그렇게 잘 난다는데, 주식에 입문한지 이제 1년차인 박씨에게는 아직 어렵기만 하다.

"S&P500은 미국이 망하지 않는 한 우상향" 공식, 전쟁에 휘청

그런 박씨가 철썩 같이 믿고 있는 말이 있다. "S&P500은 미국이 망하지 않는 한 우상향이다." 주식 투자를 권유한 동료가 해준 말이다.

유튜브에서도 수십 번 들었고, 주식 커뮤니티에서도 수백 번 들어온 공식이었다. 복잡하게 종목 고를 필요도 없이 그냥 매달 꼬박꼬박 사기만 해도 적금보다 낫다고 했다. 박씨의 투자 철학과 딱 맞는 종목이었다.

그래서 박씨는 2025년부터 매달 50만원씩 S&P500 ETF(상장지수펀드)를 적립해 왔다. 안정적이라고 모두 입을 모아 추천하는 국내 주식도 몇 주씩 추가했다. 규칙은 단순했다. 매달 꾸준히 사되, 시장이 오르든 내리든 쳐다보지 않는 것. 실제로 그 공식은 틀리지 않았고, 박씨의 계좌 속 S&P500은 순항을 계속했다.

박씨의 철학, 그리고 믿음이 처음으로 흔들린 건 올해 3월이었다.

2월 말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면 충돌이 시작됐다.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고 유가가 치솟았다. S&P500은 전쟁 발발 이후 1분기에만 약 5% 하락하며 2022년 이후 최악의 분기 성적을 냈다. ETF에 투자한 박씨 계좌는 -10%를 찍었다.

'적금보다 낫다'던 계좌에 마이너스가 찍히자, 박씨는 그러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자꾸 증권사 앱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설상가상으로 들려오는 소식은 암울하게만 느껴졌다. 전쟁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유가 급등이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고,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은 금리를 내리기는커녕 동결 기조를 유지했다. "미국이 망하지 않는 한"이라는 전제가 갑자기 낯설게 느껴졌다. 전쟁이 계속되면? 호르무즈가 계속 막히면? 머릿속에 불안한 시나리오가 쌓였다.

하락장에 더 사라는데, 굳어버린 손... 원금 회복했지만 철렁했던 '개미 간'

'공포에 사서 환희에 팔라.' 박씨의 머리에 그 문장이 스쳐지나갔다. "내가 지금 뭘 하려는 거지. 쌀 때 더 사야 하는 거 아닌가?" 하락장이 매수 기회라는 것도, 적립식의 핵심이 하락장에 더 많은 수량을 사는 데 있다는 것도 머리로는 알고 있었다. 그런데 막상 계좌에 마이너스가 찍히자 손이 굳었다. 추가 매수는커녕 오히려 적립식 매수를 위해 설정해놓은 자동이체를 해지해야 할까 고민했다. 2년간 지켜온 규칙이 흔들렸다.

박씨는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불안함에 S&P500을 팔아치우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바겐세일'을 즐기며 더 사지도 않았다. 그냥 앱을 끄고 일에 몰두했다. S&P500이 그리던 하락 곡선을 머리에서 지우기 위해 노력했다.

그렇게 6주가 지난 뒤, 14일(현지시간) 미 CNBC 보도에 따르면 S&P500은 전쟁 발발 이전 수준을 완벽히 회복했다. 사상 최고치까지 1% 남짓. S&P500 기업들의 1분기 순이익 증가율은 역대 실적 초과 달성 비율을 감안하면 19%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시장은 전쟁을 단기 악재로 소화하고 있었다. 박씨가 불안에 떨던 6주 동안, 시장은 조용히 제자리로 돌아와 있었다. 자연스럽게 박씨의 계좌도 원금을 회복했다. 박씨는 문득 다시 한번 자신의 믿음을 돌아봤다. "미국이 망하지 않는 한 S&P500은 우상향이다.
" 박씨는 이 공식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한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바로 시장이 흔들릴 때 내가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껄무새'가 되기 싫은데 오늘도 결국 "살 걸, 팔 걸, 버틸 걸…" 주식도, 부동산도, 재테크도 다들 나 빼고 잘만 하는 것 같습니다. 아무리 공부해도 어려운 투자의 세계, 손뼉 치며 공감할 [개미의 세계]를 편하게 받아보시려면 기자페이지를 구독해주세요.
bng@fnnews.com 김희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