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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회 넘어가면 끝!" 삼성 팬들 가슴 웅장해지는 '특급 불펜'의 부활… 기적의 구원패 '0' [FN 이슈]

전상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4.17 09:00

수정 2026.04.17 09:00

"5회면 끝!" 왕조 시절 향수 부르는 철벽 계투진
선발 평균자책점 꼴찌의 반전… 구원 ERA는 압도적인 전체 1위
10개 구단 유일의 '구원패 0'
최고참 백정현부터 배찬승까지… 빈틈없는 '벌떼 릴레이'
'불펜 2위' LG와 진검승부… '지키는 야구' 진정한 시험대
김재윤.뉴시스
김재윤.뉴시스

[파이낸셜뉴스] "5회까지만 리드하고 있으면, 그 경기는 이긴 거나 다름없다"
과거 2011년부터 2014년까지, 통합 4연패라는 전무후무한 대기록을 써 내려갔던 삼성 라이온즈 '왕조 시절'에 야구팬들 사이에서 돌던 불문율이다.

안지만, 정현욱, 권혁, 권오준, 오승환으로 이어지던 숨 막히는 불펜진은 상대 팀에게 5회 이후의 야구를 절망으로 몰아넣었다.

그리고 2026년 봄,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 다시 한번 그 시절 '왕조의 향기'가 진하게 피어오르고 있다.

선수들의 면면과 이름값은 그때와 다를지라도, 16경기를 소화한 4월 16일 현재 불펜에서 뿜어내는 위압감과 결과만큼은 그 시절의 향수를 어렴풋이나마 떠올리게 한다.

장찬희.삼성라이온즈 제공
장찬희.삼성라이온즈 제공


사실, 현재 삼성의 순위표는 가장 높은 곳(단독 1위)을 가리키고 있지만, 마운드의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위태롭기 그지없다.

16일 기준 삼성의 선발진 평균자책점(ERA)은 5.66으로 리그 10개 구단 중 꼴찌다.

일례로 14일(화) 경기에서도 최원태가 5이닝을 채우지 못하고 강판당했고, 15일(수) 경기에서는 양창섭이 초반 7점이라는 넉넉한 득점 지원을 등에 업고도 일찍 마운드를 내려와야 했다. 토종 에이스 원태인은 아직 100% 정상 궤도에 오르지 못했고, 맷 매닝의 대체 외인으로 합류한 잭 오러클린 역시 3이닝 4실점으로 조기 강판되는 등 매 경기 선발 야구가 계산대로 흘러가지 않고 있다.

배찬승.연합뉴스
배찬승.연합뉴스

하지만 삼성은 지지 않는다. 선발이 무너진 잔해 위에서 구원진이 완벽하게 성벽을 재건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 시즌 삼성 불펜은 16일까지 총 67.2이닝을 소화하며 구원 평균자책점 2.66을 기록, 이 부문 리그 2위인 LG 트윈스(3.34)를 멀찌감치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다. 팀 구원 ERA가 2점대인 팀은 삼성 밖에 없다. 대체 선수 대비 승리기여도(WAR) 역시 2.20으로 전체 1위다.

가장 소름 돋는 지표는 따로 있다. 올 시즌 10개 구단 중 '구원패'가 단 한 번도 없는 팀은 오직 삼성뿐이다.

경기 중반 이후 리드를 잡거나 팽팽한 상황에서 마운드를 넘겨받으면, 기어코 승리를 지켜내거나 역전의 발판을 마련한다는 의미다. 말 그대로 현재의 삼성은 '불펜의 힘' 하나로 선두 자리를 버텨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백정현.연합뉴스
백정현.연합뉴스

지난 시즌 후반기부터 팀의 약점으로 지적됐던 불펜진이 이토록 강해진 비결은 '신구 조화'와 '희생정신'에 있다.

오승환 등 한 시대를 풍미했던 전설들이 은퇴하며 헐거워질 것 같았던 뒷문을 남은 투수들이 십시일반 힘을 모아 완벽히 틀어막고 있다.

그 중심에는 투수진의 최고참이 된 베테랑 백정현이 있다. 구속은 140km/h에 미치지 못하지만, 특유의 정교한 제구와 노련한 경기 운영으로 6.2이닝 동안 평균자책점 2.70(1승 1홀드)을 기록하며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주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불펜 등판으로 개인 통산 70승 고지를 밟으며 팀을 위해 헌신하는 맏형의 품격을 보여주었다.

미야지 유라.연합뉴스
미야지 유라.연합뉴스

여기에 젊은 피들의 릴레이 호투가 눈부시다. 배찬승이 9경기에 나서 6.2이닝 평균자책점 2.70(1승 2홀드)으로 허리를 든든히 받치고 있고, 장찬희(5경기 10.2이닝 2승, ERA 3.38)와 일본인 투수 미야지 유라(8경기 7.1이닝 2홀드, ERA 3.68)도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고 이닝을 삭제해 나가고 있다.

승부의 막바지는 더욱 철저하다. 재활을 성공적으로 마친 최지광이 7경기 6이닝 동안 1승 1세이브 1홀드로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치고 있고, 마무리 김재윤은 6경기 6이닝 동안 평균자책점 1.50에 4세이브를 쓸어 담으며 뒷문을 굳게 걸어 잠갔다.

최고참 백정현은 주변의 우려 섞인 시선에 대해 "외부에서는 약점이라 보실 수 있지만, 내가 볼 때는 우리 불펜이 참 든든하다"며 후배들을 향한 굳건한 신뢰를 드러낸 바 있다. 그의 말처럼 지금 삼성의 불펜은 서로를 믿고 던지는 끈끈한 원팀으로 진화했다.


최지광.연합뉴스
최지광.연합뉴스

이제 야구팬들의 시선은 다가오는 주말 시리즈로 향한다. 올 시즌 가장 강력한 우승 라이벌이자, 삼성에 이어 불펜 평균자책점 2위를 달리고 있는 LG 트윈스와의 양보 없는 진검 승부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선발의 열세를 기어코 지워버리고 역전극을 연출하는 사자 군단의 철벽 계투진. 과연 가장 강력한 라이벌 앞에서도 이 '무패 행진'의 마법이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왕조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삼성의 '지키는 야구'가 2026년 KBO리그의 판도를 통째로 뒤흔들고 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