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실수로 '저장' 안 눌러 징계받을 판"… 재산신고에 벌벌 떠는 하위직 경찰

백창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4.21 11:16

수정 2026.04.21 14:08

지난해 법적 조치 대상 오른 경찰 수천 명
과태료와 징계 처분받을 위기에 불만 터져
경찰은 경사부터 재산 신고로 대상자 많아
"재산 규모가 적은 하위직은 제외해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경찰관 재산신고 관련 풍자 이미지.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경찰관 재산신고 관련 풍자 이미지.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파이낸셜뉴스] 경찰 조직에서 재산신고 대상자 범위를 놓고 연일 잡음이 일고 있다. 소방 등 다른 공무원 조직과 달리 경찰은 전체 인원 중 70% 해당하는 경사 계급 이상이 의무적으로 재산 신고를 해야 해 그 범위가 지나치게 넓다는 이유에서다. 내부에서는 사소한 누락에도 법적 조치 명단에 올라 '현대판 마녀사냥'과 다름없다는 불만도 나온다.

21일 파이낸셜뉴스 취재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공직자 재산신고 누락 문제로 법적 조치 대상에 오른 경찰관만 수천명으로 전해진다. 법적 조치는 과태료와 징계 처분으로 결코 가볍지 않다.

대상자는 2024년 300여 명, 2023년에 3명으로 알려졌는데, 지난해 인원이 급증한 배경으로 '점검 강화'가 꼽힌다.

경찰은 지난 수년 간은 처분기준에 해당하더라도 실무종결, 보완명령에 그쳤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재산심사 운영 항목이 성과평가 지표로 반영되는 등 강화됐다. 감사 부서 소속 직원은 동료가 제출한 재산 관련 자료가 적절한지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내부 분열'을 초래한다는 지적도 있다.

경찰 조직에서 재산신고 대상자 범위는 공직자윤리법 시행령에 규정돼 있다. 1981년 제정 당시 법률에는 일반공무원 4급에 해당하는 총경 계급 이상의 경찰관만 대상으로 했는데, 1994년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실무자에 해당하는 경감, 경위, 경사까지 포함됐다. 우리나라 전체 경찰은 13만명으로 이중 총경 이상은 800여 명(0.67%)에 불과하지만, 경사 이상은 9만6000여 명으로 73.8%를 차지한다.

문제는 엄격한 잣대를 유독 경찰에만 적용한다는 것이다. 시행령에서 경찰과 달리 소방공무원은 실무 계급인 소방위와 소방장에 한해 공직자윤리위원회 승인을 받으면 재산신고 대상자에서 제외한다. 일반직 공무원도 4급 이상부터로 경찰보다 여건이 낫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경찰 내부에서 불만이 들끓는다. 내부 게시판인 현장 활력소에는 '재산신고 누락으로 인한 처벌을 피하게 해달라'는 취지의 내용이 다수 게재됐다. 한 경찰관은 "올해 이사 문제로 아파트 2채를 잠시 소유하면서, 실수로 1채만 재산 신고했다"며 "이 문제로 과태료를 2000만 원 가까이 내야 할 수도 있는 위기에 처해 평소에도 심은 땀이 나고 심장이 두근거린다"고 적었다. 다른 경찰관은 "재산등록을 다 하고 마지막에 '저장' 버튼을 실수로 누르지 않았는데, 공직자윤리위원회에 상정될 예정이라는 연락을 받았다"며 조언을 바랐다.

경찰 조직의 노동조합 격인 직장협의회는 현행법 개정을 촉구했다.
정학섭 부산북부경찰서 직장협의회 회장은 "시행령이 91차례 개정될 동안 경찰의 재산신고 범위는 변화가 없었다"며 "경감까지 근속승진을 하는 만큼 재산등록도 최소한 경정급부터 하는 게 맞다. 재산 규모가 적은 하위직 경찰관의 시간 소모와 행정 낭비가 없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경찰청은 "지난해 경사 계급 공직자의 윤리의무에 대한 헌법소원이 '기각'돼 즉각적인 법 개정은 쉽지 않은 실정"라며 "현장 경찰관 의견을 적극 수용해 관계 기관과 협의를 거치겠다"고 말했다.

huni@fnnews.com 백창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