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독일이 지난 수십 년간 국가 경제를 지탱해 온 수출 주도형 모델이 한계에 부딪히자 군수 산업을 통해 제조 부활을 추진하고 있다.
2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수십년간 '유럽의 제조 엔진'이었던 독일이 중국과의 경쟁과 수요 부진 속에 2차세계대전 이후 가장 긴 스태그네이션(불황 속 물가 상승)을 맞고 있으며 서유럽의 군수 산업 중심지로 변신 중이라고 보도했다.
독일 정부는 중단된 공장과 유휴 인력을 군수 업계에 동원하기 시작했으며 투자 활성화를 위해 규제를 완화하고 있다.
독일의 제조업 일자리는 자동차 등을 포함해 월 1만5000개가 사라져왔으며 기업들의 순익도 급감해왔다.
지난해 메르세데스-벤츠의 순익은 49%, 폭스바겐은 44% 줄었으며 포르셰는 영업이익이 전년도 대비 98% 급감했다.
현재 독일 경제의 70%는 서비스업이 차지하고 있다.
최근 독일과 유럽연합(EU)의 규제 완화로 방산 기업들의 자본 시장 접근성이 개선되었고 정부 계약과 공공 금융 지원을 통해 약 1조유로(약 1450조원)에 달하는 국방 자금이 풀렸다.
저널은 독일 정부의 정책이 기존 경제 모델의 부활 대신 새로운 것으로 대체하는 것이며 현재는 군수 산업이 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유일한 분야라고 전했다.
현재 국방 기술에 투자되는 유럽 벤처 자본의 90%가 독일 기업으로 유입되고 있다.
독일 방산 산업협회(BDSV)는 "기존 산업 현장의 생산 시설을 방산용으로 전환하는 것이 국내 생산 역량을 빠르게 확장하는 지름길"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수십 년간 자동차 시장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다져진 독일의 안정적인 공급망 관리와 대량 생산 노하우가 방위산업에서도 강력한 무기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록히드마틴은 방공 무기인 패트리엇은 연 620개까지 생산할 수 있으나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으로 수요가 폭발하고 있다.
자동차에 기반을 뒀던 제조업들은 증산에 빠르게 기여할 수 있어 도이츠는 패트리엇 미사일과 기타 드론, 장갑차용 엔진을 이미 공급하고 있다.
자동차 부품 기업 도이츠(Deutz)는 방산 스타트업 인수 등을 통해 지난해에 근로자 감원 없이도 매출을 15%를 끌어올렸다.
전문가들은 독일의 이러한 '캐넌(대포)으로의 피벗(Pivot)'이 성공할 경우, 산업 쇠퇴의 길을 걷던 독일이 다시 한번 유럽의 안보 중심지이자 경제 강국으로서의 지위를 공고히 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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