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32년간 언론 현장을 누빈 기자 출신 작가가 아버지의 부재 이후 강원도 영월의 텃밭을 일구며 보낸 시간을 담은 농사 에세이를 펴냈다.
김효원 작가의 신작 '놀고먹고 싶었는데 100평 텃밭이 생겼다'는 서울과 영월을 오가는 '5도 2촌'의 삶 속에서 겪은 좌충우돌 초보 농부 체험기다.
책의 출발점은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이다. 고향에 홀로 남겨진 밭을 차마 외면하지 못한 저자는 얼떨결에 농사를 시작하게 된다. 모종 심는 시기를 몰라 싹을 얼려 죽이고, 잡초에 밭을 내주기도 하며, 애써 키운 작물이 비와 벌레에 쓰러지는 날들이 반복된다.
텃밭에서 보낸 시간은 점차 삶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꾸어 놓는다. 비가 오지 않아도, 너무 많이 와도 걱정인 자연 앞에서 인간의 겸손함을 배우고, 심지 않은 잡초는 무성하게 자라는 아이러니 속에서 삶의 균형과 자연의 질서를 발견한다. 흙을 직접 만지고 땀을 흘리는 과정에서 식탁 위 채소 하나에 깃든 수많은 손길의 무게를 비로소 실감하게 된다.
무엇보다 이 책은 농사의 기록인 동시에 한 딸의 애도에 관한 이야기다. 새벽마다 밭으로 나갔던 아버지의 발자국을 뒤따르며 저자는 무뚝뚝하게만 여겼던 아버지를 한 명의 인간으로 온전히 이해하게 된다. 아버지가 남긴 낡은 일기를 넘기는 장면은 책의 가장 먹먹한 대목 중 하나다.
저자는 이 묵직한 상실과 치유의 과정을 결코 슬픔에만 가두지 않는다. 작약과 참깨, 배추가 자라나는 계절의 풍경과 뽑아도 끝없는 풀과의 전쟁, 직접 수확한 재료로 차린 소박한 식탁의 유쾌함이 사계절의 흐름을 따라 생생하게 펼쳐진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