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자책점 3.43·5QS에도 9위… 리그 최정상급 선발진의 눈물 나는 역투
3점만 줘도 패전의 멍에, 사직벌 짓누르는 필패 공식
전준우 2할 턱걸이·윤동희 2군행… 레이예스 홀로 고군분투하는 타선의 침묵
17이닝 연속 무득점... 점수 차 벌어진 뒤에야 터진 야속한 만회점
야구는 투수 놀음이라지만 막는 데도 한계는 있다, 방망이가 응답해야 할 시간
3점만 줘도 패전의 멍에, 사직벌 짓누르는 필패 공식
전준우 2할 턱걸이·윤동희 2군행… 레이예스 홀로 고군분투하는 타선의 침묵
17이닝 연속 무득점... 점수 차 벌어진 뒤에야 터진 야속한 만회점
야구는 투수 놀음이라지만 막는 데도 한계는 있다, 방망이가 응답해야 할 시간
[파이낸셜뉴스] 야구계에는 "선발 야구가 되면 최소한 무너지지는 않는다"는 오랜 격언이 있다.
하지만 2026년 4월의 롯데 자이언츠를 보면 이 공식마저 처참하게 빗나가는 듯하다. 정확하게 4월 18일까지 롯데 선발진의 평균자책점은 3.43이었다. 5승 5패에 퀄리티스타트(QS)를 5번이나 기록했고, 그중 2번은 8이닝 1실점이라는 압도적인 퀄리티스타트 플러스(QS+)였다.
어느 팀과 견주어도 밀리지 않는, 아니 오히려 리그 최상위권을 다투는 선발 투구다.
선발진이 멱살을 잡고 끌고 가려 해도, 전혀 치고 올라가지 못하는 엇박자의 현실이 지금 롯데의 가장 큰 비극이다.
지난 4월 8일 김진욱이 8이닝 1실점의 완벽투를 펼쳤을 때만 해도 롯데 마운드에는 희망의 불씨가 당겨지는 듯했다. 10일 키움전에서 엘빈 로드리게스가 8이닝 1실점으로 화답하며 승리를 챙겼고, 11일 제레미 비슬리 역시 6이닝 1실점으로 제 몫을 다했다.
하지만 선발 투수들의 고난은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12일 박세웅은 6이닝 2실점의 훌륭한 투구를 하고도 패전의 멍에를 안았다. 14일 잠실 LG전 나균안 역시 5이닝 1실점으로 막아냈지만 결과는 패전투수였다. 15일 김진욱이 6.2이닝 무실점으로 버티며 2-0의 신승을 힘겹게 따냈고, 16일 로드리게스가 5이닝 3실점으로 선방했지만 팀의 반등을 이끌어내기엔 역부족이었다.
결국 한계에 다다른 롯데는 주말 한화와의 2경기를 모두 내주고 말았다. 18일 경기에서 비슬리가 부상으로 조기 강판당하는 악재가 겹쳤고, 19일에는 박세웅이 5이닝 3실점으로 가까스로 버텼지만 이미 식어버린 팀 분위기를 뒤집을 방도는 없었다.
지금 롯데의 벤치와 마운드에는 "선발이 3점을 주면 그 경기는 무조건 진다"는 끔찍한 '필패 공식'이 짙게 깔려 있다.
마운드의 헌신을 무위로 돌리는 치명적인 원인은 결국 타선의 지독한 침묵이다. 과거 전지훈련지에서 벌어진 불미스러운 악재로 주축 선수 일부가 이탈한 나비효과가 시즌 초반 뼈아프게 작용하고 있다.
무엇보다 중심을 잡아줘야 할 캡틴 전준우가 타율 0.209의 깊은 부진에 빠져있고, 내야의 한 축인 전민재는 0.171에서 허덕이고 있다. 국가대표 외야수 윤동희는 타격감을 찾지 못한 채 아예 2군으로 내려갔으며, 한동희 역시 0.268의 타율에 머물며 장기인 홈런포를 가동하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외국인 타자 빅터 레이예스만이 타율 0.377의 맹타를 휘두르며 고군분투하고 있고, 황성빈이 나쁘지 않은 컨디션으로 뒤를 받치고 있지만 야구는 혼자, 혹은 두 명이 하는 스포츠가 아니다. 하위 타선의 상황은 더욱 암울하다. 유강남이 0.194의 극심한 타격 부진에 빠지면서, 타율 0.185에 그치고 있음에도 수비가 안정적인 손성빈을 라인업에 올릴 수밖에 없는 것이 롯데의 답답한 현주소다.
이러한 롯데 타선의 심각성은 최근 경기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롯데는 8회말 장두성과 황성빈의 연속 안타로 만든 1사 1, 3루 찬스에서 박승욱의 우전 적시타로 간신히 1점을 만회했다. 이 점수로 지난 18일 한화전부터 지독하게 이어지던 '17이닝 연속 무득점'의 수모에서는 가까스로 벗어났지만, 이미 승패가 크게 기울어버린 뒤에 나온 야속한 득점이었다. 한 번 식어버린 방망이가 얼마나 무서운지, 그리고 현재 롯데 타선이 얼마나 심각한 빈공에 시달리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서글픈 대목이다.
선수단 전체가 매 경기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경기 내용 자체가 일방적으로 밀리며 무너지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찬스마다 한 끗이 모자라 터지지 않는 타선 탓에, 매 이닝 벼랑 끝에서 투구해야 하는 선발 투수들의 심리적·육체적 피로도는 극에 달하고 있다.
투수들도 사람이다. 점수를 내주지 않아야 한다는 극도의 압박감 속에서 던지다 보면 결국 힘이 빠지기 마련이다.
야구는 투수 놀음이라지만, 투수가 아무리 잘 던져도 타자가 점수를 내지 못하면 이길 수 없는 것 또한 야구다. 리그 최상위권의 선발 투수진을 보유하고도 하위권을 맴도는 작금의 현실은 롯데 팬들의 가슴을 치게 만든다.
마운드가 완전히 지쳐 쓰러지기 전에, 이제는 타선이 그 지독한 침묵을 깨고 투수들의 어깨를 가볍게 해주어야만 할 시간이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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