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보건국 학술지 '죽음 연구' 논문 게재
[파이낸셜뉴스] 그동안 꿈은 감정을 처리하고 기억을 저장하며 신경 연결을 강화하면서 스트레스를 줄이는 기능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문제를 해결하고 창의적으로 생각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도 전해졌다.
그렇다면 임종을 앞둔 이들에게 꿈은 어떤 의미일까. 이들이 꿈속에 본 이미지는 일종의 심리적 안도감과 위로를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일간 뉴욕포스트는 최근 이탈리아 레조 에밀리아 보건국(USL-IRCCS) 연구진이 학술지 '죽음 연구(Death Studies)'에 게재한 '삶의 마지막 순간에 대한 꿈과 비전'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소개했다.
연구진은 이탈리아의 완화 치료 전문가, 호스피스 자원봉사자, 간호사, 심리학자 등 239명을 대상으로 말기 환자들이 그들에게 들려준 임종 관련 꿈과 환상(ELDV)에 대해 설문 조사를 실시해 연구 결과를 내놨다.
연구 내용을 보면 임종을 앞둔 많은 사람들은 마지막 며칠 동안 비슷한 꿈과 환상을 반복적으로 경험했다. 특히 자신보다 먼저 세상을 떠난 사랑하는 사람들과 재회하는 꿈을 생생하게 꾸거나 밝은 빛, 출입구, 계단과 같이 경계선이나 전환과 관련된 환각을 경험하게 하는 꿈도 많이 꿨다.
연구진은 설문에 참여한 사람들이 전한 환자의 이야기도 소개했다. 설문 참여자는 "한 환자가 꿈에서 남편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요'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는 얘기를 해줬다"고 전했다.
연구진은 사랑하는 사람을 다시 만나는 경험이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줄이고 평온한 수용을 돕는다고 봤다.
"빛으로 가득 찬 열린 문을 향해 맨발로 기어오르는 꿈을 꿨다"는 또 다른 환자의 말도 기억했다. 연구진은 이러한 장면이 죽음을 하나의 '끝'이 아닌 '전환'으로 받아들이게 하는 심리적 과정일 수 있다고 해석했다.
'해안선을 따라 질주하는 흰 말' 등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상징들이 꿈에 나타나기도 했다.
문제는 모든 꿈과 환상이 하얀 빛, 조랑말처럼 평화로운 것만은 아니었다. 어머니 얼굴을 한 괴물이 자신을 끌고 가는 등 악몽을 반복적으로 경험하는 환자들도 있었다.
연구진은 "죽음에 대한 공포나 삶을 놓아주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반영하는 것"이라며 "괴로운 환각은 충족되지 않은 내면의 갈등이나 불안이 해결되지 않은 정서적 요구를 나타낸 것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환자가 의료적·정서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신호일 수 있다"고도 했다.
연구를 이끈 엘리사 라비티는 "환자들은 주변의 시선을 의식해 이런 경험을 숨기거나 축소해 말하는 경우가 많다"며 "꿈과 환상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죽음이라는 어려운 주제를 빛이나 계단 같은 상징을 통해 자연스럽게 표현하게 해준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말기 환자들의 수면 중 환상에 집중한 최초의 연구라는 점에 의미를 부여했다. 다만 이 같은 환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확인되지 않은 만큼 심층적이고 광범위한 고찰이 필요하다고 봤다.
y27k@fnnews.com 서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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