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정부가 석유 최고가격제로 휘발유·경윳값을 지나치게 눌러 수요 억제가 되지 않고 있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일본 등 해외 사례를 들어 반박했다.
21일 양기욱 산업통상자원부 산업자원안보실장은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중동전쟁 대응본부' 브리핑에서 "정부가 선택한 최고가격제가 물가 안정 등 민생 경제에 기여하는 측면이 있고, 화물차 운전자와 농업인 등 생계형 소비자와 취약계층 보호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 이후 휘발유·경유 가격이 비교적 안정 흐름을 보이면서 수요가 크게 줄지 않자, 일각에서는 정부가 가격을 과도하게 통제하면서 시장 왜곡이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시장 가격보다 낮게 설정된 가격과의 차액을 정부가 정유사에 보전하는 구조를 두고 재정 부담 우려도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주요국과의 비교를 통해 반박에 나섰다.
일본의 경우 정부가 정유사 등 도매 단계에서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유류 가격 상승을 억제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보조금 대신 최고가격제를 통해 가격 상승 속도를 조절하고 있어 정책 방식의 차이가 가격 흐름에 반영됐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 국가의 경우 같은 기간 휘발윳값은 17% 안팎으로 상승해 한국과 비슷한 상승 폭을 보였다. 경윳값은 30% 이상 상승해 한국보다 5%포인트 내외로 상승 폭이 컸다.
양 실장은 "최고가격제는 비상한 상황에서 정부가 취한 조치"라며 "휘발유는 일반 소비자가, 경유는 화물차 운전자와 농업인 등 생산 활동 종사자가 주로 사용하는 연료인 만큼 유종별 특성을 고려해 정책을 설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급 대응도 병행되고 있다. 산업부에 따르면 국내 4대 정유사의 비축유 스왑 신청 물량은 약 3200만 배럴 규모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70% 이상은 공급 시점을 앞당기는 '시간 스와프' 방식으로,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인한 대체 물량 확보 과정에서 발생하는 시차를 줄이기 위한 조치다.
산업 현장에서는 공급망 불안에 대응하기 위한 업종 간 협력도 이어지고 있다. 조선업계와 석유화학 업계는 에틸렌 가스 공급을 둘러싼 상생 협력에 나섰다. HD현대는 5월 중 HD현대케미칼로부터 약 2000톤의 에틸렌 가스를 공급받고, 일부 물량을 중소 조선사에 지원할 계획이다.
한편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의 국내 반영 시점도 주요 변수로 꼽힌다. 전쟁 이후 국제 LNG 가격이 급등했지만 국내 요금에는 아직 본격 반영되지 않은 상태다. 정부는 LNG 가격이 국내에 반영되기까지 통상 2~3개월 이상의 시차가 존재하는 만큼, 실제 영향은 올해 하반기부터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여름철 전력 수요와 맞물릴 경우 전기요금 인상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aber@fnnews.com 박지영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