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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리도 8000만원 벌었대"...'20만전자' 매수직전 또 멈칫 "고점 물릴거 같은데" [개미의 세계]

김희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4.22 06:00

수정 2026.04.22 08:40

/사진=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
/사진=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

[파이낸셜뉴스] 이성민씨(47)는 오늘 증권사 앱을 깔았다. 그동안 귀에 딱지가 앉도록 '주식하라'는 권유를 들으면서도 무시했는데, 결국 다시 주식을 시작하기로 결심했기 때문이다.

금융위기 이후 주식 쳐다도 안봐... 맘 편하고 좋았는데

이씨가 마지막으로 주식을 했던 건 29살이었던 2008년이었다. 입사 2년차, 사회 초년생이었던 이씨는 주변에서 다들 주식으로 돈을 번다는 말에 혹해 계좌를 만들었다. 뭘 사야 할지도 몰랐던 터라, 일단 친구가 추천한 종목을 샀다.

당시 코스피가 2000선을 넘기며 연일 신고가를 쓰던 시절이었다.

그해 가을, 리먼브러더스가 무너졌다. 코스피는 고점 대비 54% 넘게 폭락했다. 이씨 계좌는 금세 새파랗게 질렸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던 이씨는 손해를 확정 짓기 싫어서 버티고 버티다 결국 더 떨어진 뒤에 팔아치웠다. 그 뒤로 18년 동안 주식은 쳐다보지 않았다.

그때의 아찔한 경험 때문에 이씨는 선뜻 주식을 다시 시작할 수 없었다. 재테크는 예적금에 '올인'했고 결혼과 함께 부동산에 관심을 갖는 정도였다. 수익률이 크진 않았지만 복잡하지 않았고, 떨어질까 봐 밤에 잠 못 잘 일도 없으니 이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만나는 동창들마다 "돈 좀 벌었지"자랑에... 18년만에 컴백

그 생각이 흔들린 건 올해 들어서였다. 주변의 분위기가 달라진 게 피부로 느껴졌다.

직장 동료가 "SK하이닉스로 꽤 벌었다"고 자랑하고, 고등학교 동창들끼리 만든 단톡방엔 "3월에 줍줍했더니 한 달 만에 25% 올랐다"는 대화가 올라왔다. 다들 번다고 하니 다시 한번 시작해볼까 싶은 마음이 들던 찰나, 중동 전쟁이 터지고 3월 내내 뉴스에서 "코스피 5000선 붕괴 위기"라는 말이 흘러나왔다. 이씨는 '역시 주식은 위험해'라고 생각라고 생각하며 유혹에 흔들리지 않은 자신을 다독였다.

그런데 그게 저점이었다. 전쟁이 끝나지 않았는데도 21일 코스피는 사상 처음으로 6380선을 돌파했다.

종가·장중 기준 전고점(6347.41)을 모두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고, 증권가에서는 코스피가 8000까지 갈 것이라는 전망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이씨가 주식을 접었던 2008년, 코스피가 1000선을 겨우 지키던 그때와 비교하면 6배가 넘는 수치다. 망설이던 이씨가 결국 증권사 앱을 깔게 된 이유다.

'삼전닉스' 들어가려니.. "아무래도 고점" 일단 다음 기회로

18년 전과는 완전히 달랐다. 종목은 수천 개였고, ETF에 레버리지, 인버스, 배당성장, 테마형까지 종류도 다양했다. 어디서 다 한 번씩은 들어본 이름들인데, 어디에 투자를 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오랜만에 다시 하려니 역시 어렵다며, 잘 나가는 '삼전닉스'에 넣어야겠다고 생각한 이씨는 매수 버튼을 누르려다 멈칫했다. 코스피가 역대 최고치를 새로 쓰는 날에 사면 또 고점에 물리는 거 아닐까. 2008년 기억이 슬쩍 올라왔다. 신고가 행진 보며 뛰어들었다가 반 토막 났던 그해 가을의 악몽이 이씨의 손을 멈추게 했다. 결국 이씨는 머뭇거리다 매수를 내일로 미뤘다. '일단 앱은 깔았고, 예수금도 넣었으니 언제든 투자에 뛰어들 수 있다'고 자신을 달래면서.

이씨처럼 한 번 크게 손해를 본 투자자가 다시 시장에 들어오기까지는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린다. 전문가들은 이를 '손실 회피 편향(Loss Aversion)'이라고 부른다. 행동경제학자 대니얼 카너먼과 아모스 트버스키가 정립한 개념으로, 인간은 같은 크기의 이익보다 손실에 약 2배 더 강하게 반응한다는 것이다.


100만원을 버는 기쁨보다 100만원을 잃는 고통이 훨씬 크게 느껴지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투자를 시작할 때 전문가들이 '잃어도 되는 돈으로 시작해라. 그리고 떨어져도 버틸 수 있는 금액만 넣어라'라고 조언하는 이유 역시 마찬가지다.


'껄무새'가 되기 싫은데 오늘도 결국 "살 걸, 팔 걸, 버틸 걸…" 주식도, 부동산도, 재테크도 다들 나 빼고 잘만 하는 것 같습니다. 아무리 공부해도 어려운 투자의 세계, 손뼉 치며 공감할 [개미의 세계]를 편하게 받아보시려면 기자페이지를 구독해주세요.

bng@fnnews.com 김희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