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출산한 지 불과 2주 만에 시력을 거의 상실했던 30대 여성이 혈장 교환 치료를 받은 끝에 시력을 회복했다는 사연이 알려졌다.
영국 매체 미러 등 외신에 따르면, 콘월 지역에 거주하는 제시카 켄트 헤이즐딘(33)은 지난해 4월 첫 아이를 출산하고 2주가 경과한 시점의 어느 날 아침, 왼쪽 시야가 제대로 확보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양쪽 눈 시력 저하 현상 빠르게 악화
초기에는 수면 부족 등 육아 과정에서 쌓인 피로 탓으로 생각했으나, 이후 오른쪽 눈의 시력마저 급격히 저하되자 이상함을 느끼고 의료기관을 방문했다. 헤이즐딘은 즉시 MRI 촬영과 혈액 검사 등 정밀 검사를 진행했으며, 그 과정에서도 양쪽 눈의 시력 저하 현상은 빠르게 악화됐다.
의료진은 초기 단계에서 명확한 원인을 파악하지 못해 다양한 치료법을 시도했으나 눈에 띄는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의료진은 혈장 교환 치료를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혈장 교환은 환자의 혈액에서 액체 성분인 혈장을 분리하여 제거한 뒤 이를 기증자의 혈장으로 교체하는 방식이다. 이는 자가항체로 인해 발생하는 면역학적 이상 반응을 완화하는 데 주로 활용된다.
해당 치료 과정은 지역 병원과 혈액·이식 전문 기관의 치료적 성분채집 서비스 협력을 통해 이루어졌다. 헤이즐딘은 총 5차례에 걸쳐 치료를 받았다. 그는 세 번째 치료가 진행된 이후부터 시력이 서서히 돌아오는 것을 느꼈으며, 모든 치료 일정이 종료된 시점에는 전반적인 상태가 회복 단계에 진입했다.
일상적인 생활 자녀 양육에는 무리 없는 상태
현재 그의 오른쪽 눈 시력은 정상 범주로 회복되었고, 왼쪽 눈은 약 75% 수준의 시력을 유지하고 있다. 비록 일부 시야가 흐릿하게 보이는 증상은 남아 있으나, 일상적인 생활과 자녀 양육에는 무리가 없는 상태로 전해졌다.
그는 "혈액과 혈장을 기증해준 모든 분들께 깊이 감사한다. 그 덕분에 치료를 받고 다시 볼 수 있게 됐다. 자격이 된다면 누구나 헌혈과 혈장 기증에 참여해주면 많은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면역계 이상으로 시신경 염증 유발
출산 후 시력 저하 증상은 시신경척수염이나 시신경염과 연관이 있을 수 있다. 헤이즐딘의 사례와 같이 출산 직후 급격한 시력 상실이 발생하면 자가면역성 시신경염, 시신경척수염 스펙트럼 질환(NMOSD), 혹은 MOG 항체질환(MOGAD) 등 염증성 탈수초 질환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질환들은 면역계의 이상으로 시신경에 염증이 유발되고, 이로 인해 신경 신호 전달 체계가 무너지면서 시력이 급감하는 특징을 보인다.
출산 이후 시기에는 면역계가 급속도로 재활성화되는 이른바 '면역 반동' 현상이 발생하며 자가면역 질환이 유발될 수 있다. 임신 기간 중 억제되었던 면역 반응이 출산 후 다시 활기를 띠면서 자가항체 생성이 늘어나거나, 기존에 있던 면역 이상 증세가 더욱 심화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시신경은 물론 중추신경계 전반에 걸쳐 염증이 일어날 수 있으며, 실제로 산후 기간 내에 다발성경화증이나 시신경염이 발병할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 보고도 존재한다.
관련 치료는 면역 반응을 억제하고 문제가 되는 자가항체를 제거하는 방향으로 진행된다. 통상적으로 고용량 스테로이드 요법이 1차 치료제로 사용되지만, 이에 대한 반응이 미비하거나 증상이 중증인 경우에는 혈장 교환 치료가 도입된다. 혈장 교환은 환자의 혈장 내 병적 항체를 걸러내고 건강한 기증 혈장으로 교체함으로써, 항체 농도를 낮추고 염증 반응을 신속하게 억제하는 원리로 작용한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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