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프로펠러 '웅~' 굉음이 잦아들자, 끊어진 서부경남 하늘길이 열렸다[르포]

강구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4.25 05:35

수정 2026.04.25 05:35

섬에어 김포~사천, 진에어 평일 비운항에 '하늘의 72석 마을버스'가 유일한 생명줄
김포~사천 운항 중인 섬에어의 프로펠러가 움직이고 있다. 사진=강구귀 기자
김포~사천 운항 중인 섬에어의 프로펠러가 움직이고 있다. 사진=강구귀 기자

[파이낸셜뉴스] 평일 오전, 김포공항 국내선 청사. 대형 항공사 카운터 틈새에 섬에어(SUM Air)라는 보라색 로고가 박힌 체크인 데스크가 눈에 들어왔다. 설립 4년, 운항증명(AOC) 취득 한 달 반. 대한민국 유일의 지역항공사가 띄우는 ATR 72-600 터보프롭에 올라탔다. 72석으로 서부경남 비즈니스 수요를 짊어진 기체다.

섬에어 기내에서 볼 수 있는 좌석 간격. 사진=강구귀 기자
섬에어 기내에서 볼 수 있는 좌석 간격. 사진=강구귀 기자

"좁겠지"라는 편견, 탑승 10초 만에 깨졌다
24일 섬에어 기내에 발을 내딛자 기내에서 들린 첫 단어는 "넓다"였다. 좌석 배열 2-2. 대형 LCC 3-3 배열에 익숙한 눈에는 통로 하나가 오히려 여유롭다.



비상구 좌석은 1열에 좌우 총 4석, 레그룸은 국내선 이코노미 최상급이다. 좌석 앞주머니엔 기내 잡지 대신 노란색 책 한 권이 꽂혀 있다. 일본 도쿄의 대기업을 떠나 외딴 섬으로 찾아온 청년들의 시골 벤처 창업 일대기를 다룬 '우리는 섬에서 미래를 보았다'다. 1시간 15분짜리 비행에 독서를 권하는 항공사다.

이륙 순간 "웅~" 하는 프로펠러 굉음이 기내를 가득 채웠다. 머리 바로 위에 스피커가 달린 이유를 1초 만에 이해했다. 상승 고도에 접어들자 굉음은 3분도 안 돼 사라졌다. 기분 좋은 수준의 진동만 남았다. KTX가 레일 위를 달릴 때의 리듬감에 가깝다.

프로펠러 소음에 익숙하지 않은 승객을 위한 보라색 귀마개도 제공됐지만, 쓸 필요를 못 느꼈다. 상단 호출벨까지 갖춰져 있어 대형기와의 서비스 격차는 체감되지 않았다. 제트기처럼 구름 위로 치솟지 않았다. 약 1만~1만5000피트, 낮은 고도를 유유히 비행하자 남해 다도해의 섬들이 창밖으로 점점이 찍혀 들어왔다. 이 노선에서만 가능한, 돈 주고 살 수 없는 풍경이다.

콕핏을 잡은 강채민 부기장은 승객의 가장 흔한 불안인 '프로펠러=위험'에 대해 "ATR 72-600은 최신 항공전자장비와 자동비행 시스템을 갖춘 현대적 항공기"라며 "전 세계 지역항공 시장에서 가장 널리 선택된 기종이라는 사실 자체가 이미 검증된 안전성의 지표"라고 말했다. 이어 "제트기처럼 고고도로 급상승하지 않고 비교적 낮은 고도에서 비행하기 때문에 기류 흔들림이 부드럽게 전달된다"며 "저속 영역 제어성이 뛰어나 짧은 활주로에서도 안정적 이착륙이 가능하다. 울릉도 같은 도서 노선에 이 기종이 필수적인 이유"라고 설명했다.

강 부기장은 "남해 해상국립공원 일대를 지날 때 다도해의 섬 윤곽이 한눈에 들어온다"며 "단순히 사람을 이동시키는 게 아니라 지역과 지역을 연결하고 있다는 느낌, 그것이 이 노선을 운항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박지영 객실사무장은 "ATR 72-600은 기류 변화 시 흔들림이 적지 않게 체감되고, 전방과 후방의 흔들림 정도가 다르다"며 "기체 흔들림 감지 시 승무원 판단으로 좌석벨트 상시 착용을 즉각 안내한다"고 밝혔다. 그는 "72석이라 승객과의 거리가 가까워 안전 브리핑 집중도가 높고, 비상시 협조자 확보가 대형기보다 훨씬 빠르다"고 덧붙였다.

이어 "정기 운항 한 달 만에 이미 얼굴을 알아보는 단골이 생겼다"며 "객실승무원과 탑승객의 관계를 넘어 일상 속 이웃처럼 친근하다. 간혹 외국인 승객도 탑승하는데, K-컬처를 사랑하는 분들에게 한국의 숨은 명소를 소개하는 항공사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섬에어 항공기가 이륙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강구귀 기자
섬에어 항공기가 이륙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강구귀 기자
최용덕 섬에어 대표가 서울 김포 비즈니스 항공센터(SGBAC)에서 열린 섬에어 1호기 도입식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섬에어 제공
최용덕 섬에어 대표가 서울 김포 비즈니스 항공센터(SGBAC)에서 열린 섬에어 1호기 도입식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섬에어 제공

최용덕 섬에어 대표 "190석으론 안 되는 일, 72석이면 된다"
진에어가 평일(월~목) 비운항에 들어가면서 주중 수도권↔사천 항공편은 섬에어 왕복 4회, 총 8편이 전부다. 자칫 단절될 뻔한 서부경남의 유일한 하늘길을 72석짜리 터보프롭이 지켜내고 있다. 지난 9일에 첫 만석을 기록했고, 15~16일에 연이어 만석을 기록했다.

최용덕 섬에어 대표는 "취항 전부터 '기존 항공 시간대가 출퇴근과 맞지 않아 불편하다'는 요청이 쏟아졌다"며 "사천은 비즈니스 상용 수요가 핵심인 공항이다. 출퇴근 시간대 슬롯을 전략적으로 확보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는 "ATR 72-600은 제트기 대비 연료 효율이 45% 높다"며 "기존 대형 항공사들이 인천-지방 내항선을 안 해본 게 아니라 190석 대형기로는 수지가 안 맞아 전부 철수한 사업"이라고 짚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월 '확대 국가관광전략회의'에서 지적한 '인천공항-지방공항 연결' 문제에 대해 최 대표는 "섬에어가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단언했다.

그는 "해외 메가 공항처럼 지방공항으로 뻗어나가는 스포크(바퀴살) 네트워크, 그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것이 지역항공망이고 현재 대한민국의 유일한 지역항공사가 섬에어"라고 강조했다.

최 대표는 "최근 구매 계약을 체결한 8대의 신조기에는 스트레처 환자 이송이 가능한 에어 앰뷸런스 기능을 탑재해 도입할 예정"이라며 "울릉도 주민이 8000명인데 보건소만 있고 병원은 없다.
항공이 있어야 관광도 살고, 항공이 있어야 지방 의료도 버틴다"고 말했다.

ggg@fnnews.com 강구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