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정치

美 전략 바뀌었나…"공격보다 이란 내부 균열 노린다"

이병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4.22 10:12

수정 2026.04.22 10:12

【파이낸셜뉴스 뉴욕=이병철 특파원】 미국이 이란과의 전쟁 휴전을 무기한 연장한 배경에는 이란 내부 분열과 무력 사용 부담이 동시에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는 기싸움에서 한 발 물러선 결정이라기보다, 이란 지도부 내 권력 투쟁의 향방을 지켜본 뒤 필요 시 군사 행동에 나서도 늦지 않다는 전략적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여기에 미국 내 부정적인 여론 역시 부담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란 분열 주시한 '시간 벌기' 전략


미국과 이란의 1차 휴전 마감 시한이 다가오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란 정부가 예상대로 심각하게 분열돼 있으며, 파키스탄의 아심 무니르 총사령관과 셰바즈 샤리프 총리의 요청에 따라 협상단이 통일된 제안을 마련할 때까지 공격 중단 요청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제안이 제출되고 논의가 종결될 때까지 휴전을 연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참모들과 회의를 이어가며 이란이 최종 합의를 실제로 이행할 수 있는지에 대해 집중적으로 질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참모들은 이란 정부가 단일한 권력 구조가 아니며, 강경파가 협상에 반대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이에 따라 협상이 성사되더라도 합의 이행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고, 미국은 제재를 유지한 채 이란의 구체적인 제안을 기다리기로 했다.

강경파-온건파 충돌…협상 메시지 혼선


이란 내부 갈등은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대응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지난 17일 아바스 아라그치 외교장관이 해협 완전 개방을 선언했지만, 강경파인 혁명수비대는 하루 만에 이를 뒤집고 재봉쇄에 나섰다.

2차 협상을 둘러싼 입장도 엇갈렸다. 협상 대표인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국회의장은 "위협 아래 협상은 없다"고 밝혔지만, 외신들은 익명의 이란 소식통을 인용해 협상 준비가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아마드 바히디 혁명수비대 총사령관과 갈리바프 의장 간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최고지도자로 선출된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아직 권력을 완전히 장악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이로 인해 협상에 나서더라도 내부 분열로 합의 도출이 쉽지 않고, 타결 이후에도 합의가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국제위기그룹의 알리 바에즈는 AP통신에 "이란 체제는 다수의 권력 중심이 중첩된 구조이며, 파벌주의는 체제의 본질적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전쟁 부담·여론 악화…확전 신중론


군사 작전에 대한 부담도 휴전 연장 배경으로 꼽힌다. WSJ는 트럼프 대통령이 참모들 앞에서 이란 공격 재개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전했다. 실제로 AP통신과 시카고대 여론조사센터 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은 33%로, 한 달 전보다 5%p 하락했다. 생활 물가 대응에 대한 지지율은 23%에 그쳐 경제 문제에 대한 불만이 크게 반영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 이란 에너지 시설을 추가로 공격할 경우 전쟁이 확전되며 국제 유가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WSJ는 양측 간 불신과 입장 차가 여전히 크지만, 중재자들과 협상 관계자들은 핵 프로그램 등 핵심 쟁점을 둘러싼 타협 가능성도 논의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이란 내부의 통일된 입장이 정리되지 않는 한 협상 진전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대학 스포츠 우승팀 축하행사에서 연설한 후 자리를 떠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의 휴전이 연장됐다고 소셜미디어(SNS)에 발표한 이후 행사에 참석했는데, 이란 전쟁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사진=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대학 스포츠 우승팀 축하행사에서 연설한 후 자리를 떠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의 휴전이 연장됐다고 소셜미디어(SNS)에 발표한 이후 행사에 참석했는데, 이란 전쟁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사진=뉴시스

pride@fnnews.com 이병철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