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닝서프라이즈' 실적발표 당일, 롤러코스터 탄 SK하이닉스 주가
[파이낸셜뉴스] 직장인 오형철씨(35·가명)는 22일 오후, 장 마감을 앞두고 SK하이닉스 주식을 매수했다. 다음날 있을 SK하이닉스 실적 발표를 노린 결정이었다.
"역대급 나온다" SK하이닉스 실적 발표 전날 풀배팅
한 주당 122만3000원, 적금을 깬 돈까지 보태 11주를 산 오씨는 23일 오전 실적 발표 직후 '반짝 상승'을 노리며 잠들었다. 주식을 시작한 뒤 몇 번 단타를 시도해서 그럭저럭 수익을 냈던 만큼, 이번에도 보너스 정도는 벌겠다는 생각이었다.
고민이 없었던 건 아니다.
게다가 앞서 삼성전자가 이미 1분기 영업이익 57조원이라는 역대급 실적을 냈고, TSMC도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만큼 HBM 독점주인 하이닉스가 못 갈 리 없다는 확신이 들었다. 오씨는 "이미 비싸지만, 내일 숫자가 나오면 '더' 비싸질 것"이라는 믿음으로, "발표 전날 사서 실적이 나오고 오르면 바로 판다"는 마음을 굳혔다.
그리고 23일 오전 9시, 기다리던 실적이 발표됐다. 영업이익 37조6103억원. 전년 동기 대비 405.5%에 분기 매출은 사상 처음으로 52조원을 돌파했다. 영업이익률 72%는 역대 최고이자 반도체 업계 최강자로 꼽히던 TSMC(58%)를 2분기 연속으로 제친 수치였다. 시장 컨센서스(36조3955억원)를 훌쩍 넘긴 어닝 서프라이즈였다.
딱 5% 먹고 팔려고 했는데, 고점 찍더니 요동... 3000원 올라
시장도 즉각 반응했다. 코스피는 개장과 동시에 6570선까지 치솟으며 환호했다. 오씨 계좌도 기다렸다는 듯이 빨간 불이 켜지기 시작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지금 팔아야 했지만, '조금만 더 기다려보자, 조금만 더 오르면 팔자'는 욕심에 손가락이 굳었다. '딱 5%만 더 오르면 팔아야지.' 그렇게 생각하며 앱을 들여다보던 오씨는 순간 당황했다. 그 사이 주가가 꺾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순식간에 고점(126만7000원) 대비 8% 넘게 빠지며 장중 저가 118만3000원까지 밀렸다. 코스피도 마찬가지로 오후 들어 6310선까지 후퇴했다. SK하이닉스가 사상 최대 실적을 발표하며 장 초반 지수 상승을 이끌었지만, 오후 들어 주가가 약세로 전환하며 코스피도 함께 밀린 것이다. 이날 SK하이닉스 실적 발표 이후 '셀 온'(고점 매도) 성격의 매물이 출회된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오씨는 매수와 매도 양쪽 모두 타이밍 싸움에서 밀렸음을 깨달았다. 시장은 냉정했다. 투자자들의 기대감은 SK하이닉스가 89만원에서 120만원으로 오르는 과정에 충분히 선반영된 상태였다. 실제 숫자가 확인된 순간, 영리한 투자자들에게 그 숫자는 '매수 근거'가 아니라 '수익 실현의 신호탄'이었던 셈이다.
'기대감에 오르고, 뉴스에 차익실현' 오늘도 한발 늦은 깨달음
"소문에 사고 뉴스에 팔라"는 주식 시장의 오래된 격언이 있다. 기대감이 형성되는 동안 주가가 오르고, 실제 뉴스가 나오면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진다는 뜻이다. 시장에서는 이미 기대감이 주가에 녹아들었을 때 '선반영(Priced In)'됐다고 표현한다. 시장 참여자들이 호재를 미리 예상하고 주가에 반영해두면, 정작 그 호재가 현실화됐을 때 더 이상 주가를 끌어올릴 동력이 남아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도 오씨는 다른 종목이 아닌 SK하이닉스라는 점에 위안을 얻는다. 증권가에서는 이미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를 연달아 상향 중이다. '그래도 하닉이니까 다시 오르겠지….' 단타에는 실패했지만 오히려 잘된 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오씨의 머리를 스쳤다.
'껄무새'가 되기 싫은데 오늘도 결국 "살 걸, 팔 걸, 버틸 걸…" 주식도, 부동산도, 재테크도 다들 나 빼고 잘만 하는 것 같습니다. 아무리 공부해도 어려운 투자의 세계, 손뼉 치며 공감할 [개미의 세계]를 편하게 받아보시려면 기자페이지를 구독해주세요. 함께 공유하고 싶은 투자 사연이 있는 개미들의 제보도 기다립니다.
bng@fnnews.com 김희선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