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심혈관질환과 고지혈증이 밀접한 상관관계라는 건 이미 상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문제는 '어느 정도로 위험한가'다. 막연히 알고 있는 것과 수치로 직면하는 것 사이에는 생각보다 큰 간극이 존재한다.
통계청의 2020년 사망원인 통계를 보면 그 간극이 얼마나 넓은지 실감하게 된다. 심장질환으로 인한 사망은 전체 사망자의 10.6%로, 악성종양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고지혈증 유병률 추이는 더욱 주목할 만하다. 질병관리청의 2020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남성의 고콜레스테롤혈증 유병률은 2005년 6.1%에서 2020년 20.2%로, 여성은 같은 기간 6.8%에서 18.8%로 각각 약 3배 증가했다. 15년 만에 벌어진 변화치고는 가파르다. 인지율(62.9%)과 치료율(55.1%)이 함께 오르고 있다는 점은 그나마 긍정적인 신호지만, 여전히 적지 않은 환자들이 자신의 상태를 모르거나 치료를 미루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특히 당뇨병 환자에서의 고지혈증 유병률은 69.2%로, 당뇨가 없는 환자(36.8%)의 약 2배에 달한다. LDL 콜레스테롤 기준을 100 이상으로 적용하면 당뇨 환자의 유병률은 무려 86.4%까지 치솟는다. 그럼에도 당뇨 환자에서의 콜레스테롤 조절률은 53.3%에 그친다. 위험은 높고, 관리는 절반에 머물러 있는 셈이다.
콜레스테롤 수치의 기준도 환자 상태에 따라 다르게 적용된다. 한국지질동맥학회는 총 콜레스테롤 240 이상, LDL 콜레스테롤 160 이상을 '높음'으로 분류한다. 그러나 관상동맥질환을 가진 초고위험군은 LDL 55 미만, 허혈성 뇌졸중·말초동맥질환 등 고위험군은 70 미만을 목표치로 삼아야 한다. 일반인에게 적용되는 수치와는 전혀 다른 기준이다. 심혈관질환을 한 번 경험한 환자에게 콜레스테롤 관리는 선택이 아닌 치료의 연장선이다.
LDL 콜레스테롤은 나이에 상관없이 혈관 내에 지속적으로 노출된다. 따라서 콜레스테롤 조절은 젊은 나이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낮은 LDL 수치는 혈관 내 플라크 진행을 지연시키고, 궁극적으로 심뇌혈관질환의 발병 시점을 늦출 수 있다는 것이다.
혈관은 어느 날 갑자기 망가지지 않는다. 수십 년에 걸쳐 조금씩 좁아지고, 굳어간다. 그 긴 시간 동안 콜레스테롤은 조용히, 그러나 끊임없이 혈관 벽에 쌓인다. '아직 젊으니까'라는 안도감이 가장 위험한 착각일 수 있는 이유다.
/장덕현 부천세종병원 심장내과 과장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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