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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 넘는 상대방… "내가 예민한 것만은 아니다" 심리적 보호막 있어야[내책 톺아보기]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4.23 18:20

수정 2026.04.23 19:24

유상우 의사가 전하는 나를 무시하는 사람을 무시하는 법
나를 무시하는 사람을 무시하는 법 / 유상우 / 넥서스BOOKS
나를 무시하는 사람을 무시하는 법 / 유상우 / 넥서스BOOKS
불쾌한 대화가 끝나고 돌아선 뒤에도 가슴 언저리가 꽉 막힌 듯 답답함이 가시지 않는다. 분명 상대가 선을 넘었는데, 머릿속에선 아까 미처 내뱉지 못한 말들이 뒤늦게 소용돌이치고 자꾸만 화살이 나를 향한다. 얼굴은 화끈거리고 자려고 누워도 그 상황이 자꾸만 상영되어 이불을 걷어차기도 한다. 친절하고 싶었을 뿐인데, 사소한 배려가 권리가 되어 돌아오는 순간마다 우리는 속절없이 무너지고 만다. 나를 지키는 법을 몰라 밤마다 마음을 갉아먹으며 서성였던 그 길고 외로운 시간들을 이제는 멈춰야 할 때다.



'나를 무시하는 사람을 무시하는 법'은 무례한 사람을 이기는 법에 관한 내용이나 상처받지 않는 사람이 되는 법에 관한 내용을 담지 않았다. 무례함 앞에서 나를 잃지 않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다.

진료실에서 나는 자주 비슷한 이야기를 듣는다. "제가 너무 예민한 걸까요?", "왜 저는 항상 이런 사람들만 만나는 걸까요?", "그때 왜 그렇게 아무 말도 못 했는지 모르겠어요" 이 질문들에는 공통점이 있다. 상대의 무례함보다 자기 자신을 더 많이 탓하고 있다는 점이다. 많은 사람은 자신이 약해서, 부족해서, 혹은 자존감이 낮아서 흔들린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문제는 자신을 아끼고 보호하는 방법을 경험하거나 배운 적이 없었다는 점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왜 내가 그렇게 쉽게 흔들렸는지를 이해하는 일이다. 자존감이 무엇이고, 타인과의 적절한 경계가 자기의 희생이 어떻게 다른 결과를 만들어 내는지를 차분히 짚어 본다. 그리고 무례한 사람들의 심리와 정체에 대해서 알아본다. 나와 타인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 행동부터 바꾸려고 하면, 또다시 자신을 잘못된 길로 몰아붙이게 되기 때문이다. 정말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을 제대로 들여다보고, 무례한 사람의 심리를 꿰뚫어 보고, 상처받지 않으면서 단호하게 경계를 세우는 것들이다.


진료실에서 마주하는 수많은 아픔은 대개 스스로를 탓하는 데서 시작되기에, 우리는 가장 먼저 자신의 반응이 부족함이 아닌 '생존을 위한 치열한 버팀'이었음을 인정하며 내면의 해답을 찾아야 한다. 이 과정은 다정함이나 죄책감의 탈을 쓰고 우리를 흔드는 무례한 관계의 구조적 정체를 객관적으로 직시함으로써, "내가 이상한 게 아니었다"는 심리적 해명을 얻는 단계로 이어진다.


이렇게 확보된 내면의 공간 위에서 비로소 거절과 경계 세우기를 타인과의 싸움이 아닌 '나를 보호하는 언어'로 연습할 수 있으며, 최종적으로는 관계가 남긴 공허함 속에서도 스스로 선택하고 통제하는 일상을 재구성함으로써 상처 이후의 온전한 회복에 다다르게 된다.

유상우 정신건강의학과의원 대표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