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밤마다 소변을 보러 자주 일어났던 영국 여성이 과민성 방광으로 여겼던 증상 뒤에 난소암이 숨어 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난소암은 초기 증상이 뚜렷하지 않아 복부 불편감이나 소변 문제, 변비처럼 흔한 증상으로 지나가기 쉽다.
영국 '로열 유나이티드 호스피털 바스 NHS 재단'은 지난 3월 23일 난소암 치료를 받은 크리스틴 그랜트(68)의 사연을 공개했다. 트로브리지에 사는 그랜트는 밤에 소변을 보기 위해 자주 깨는 증상이 이어지자 주치의를 찾았다. 처음에는 나이와 과민성 방광 때문일 가능성이 제기됐다.
하지만 증상은 단순한 배뇨 문제로 끝나지 않았다. 이후 그랜트는 화장실에 가는 데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고, 방광염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주치의는 초음파 검사를 권했고, 검사 결과 골반에서 덩어리가 발견됐다. 이어진 조직검사에서 난소암이 확인됐다.
소변 문제로 시작된 이상 신호
그랜트는 진단을 받은 뒤 곧바로 항암치료를 시작했다. 이후 자궁과 난소 등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고, 호스피털 바스에서 진행된 연구 치료에도 참여했다. 병원에 따르면 그랜트는 3주마다 면역치료 주사를 맞는 치료를 이어갔고, 현재는 관해 상태다. 관해는 검사에서 암이 뚜렷하게 확인되지 않거나 증상이 줄어든 상태를 말한다.
그랜트는 "몸에 이상이 느껴지면 빨리 검사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수롭지 않은 증상일 수 있어도, 문제가 있다면 일찍 찾을수록 치료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난소암이 소변 문제로 나타날 수 있는 이유는 난소의 위치와 관련이 있다. 난소는 골반 안쪽에 있고 방광·장과 가깝다. 종양이 커지거나 주변을 누르면 소변이 자주 마렵거나 갑자기 화장실에 가고 싶은 증상이 생길 수 있다. 변비나 배가 더부룩한 느낌, 골반 통증도 함께 나타날 수 있다.
복부 불편감·빈뇨·변비도 지나치기 어려워
국가암정보센터도 난소암은 상당히 진행되기 전까지 환자가 느낄 만한 증상이나 신체 변화가 없어 조기 진단이 어렵다고 설명한다. 증상이 나타나더라도 아랫배 불편감, 복부 통증, 허리 통증, 월경불순, 소변이 자주 마려운 증상, 변비 등처럼 다른 질환과 헷갈리기 쉬운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난소암은 소화불량, 방광염, 과민성 방광, 변비 등으로 오인되기 쉽다. 특히 폐경 이후 여성에게 배가 계속 더부룩하거나 소변 문제가 반복되고, 식욕 저하나 이유 없는 체중 변화가 함께 나타난다면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예후는 발견 시점에 따라 차이가 크다. 보건복지부 중앙암등록본부가 1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9~2023년 난소암의 5년 상대생존율은 66.8%였다. 암이 난소에 머문 국한 단계에서는 94.6%였지만, 멀리 떨어진 부위로 전이된 원격 단계에서는 45.3%였다.
그랜트의 사례는 밤에 소변을 자주 보는 증상만으로 난소암을 의심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평소와 다른 소변 습관 변화가 반복되고, 복부 팽만이나 변비, 골반 통증이 함께 이어진다면 단순한 노화나 방광 문제로만 넘기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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