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솔루션 사태로 보는 유상증자 잔혹사 2화
"가장 완벽한 사기는 법과 제도 위에 있다"
"가장 완벽한 사기는 법과 제도 위에 있다"
[파이낸셜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국무회의에서 "주차장이 무슨 가업이냐"며 화두에 올린 '가업상속공제 제도'가 대대적으로 개편될 예정이다. 가업상속공제 제도는 막대한 증여(상속)세를 피해 부자들이 자녀들에게 부를 되물림하는 수단으로 활용돼 왔다. 도심 외곽이나 관광지에 자리 잡은 베이커리 카페 역시 이러한 가업상속공제 제도를 악용하기 위해 활용됐다. 예를 들어 100억원의 자산을 자녀에게 물려주려면 최대 40~50억원의 세금을 내야 하지만 교외에 베이커리 카페를 차려 놓고 10년간 운영하면 세금 한푼 없이 이를 자녀에게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주요 관광지나 도심 외곽에 파리만 풀풀 날리며 적자를 보던 베이커리 카페의 정체가 부자들의 절세 재테크 방법이었던 셈이다.
사실 기자 역시 5~6년전 베이커리 카페의 진실을 알았다. 하지만 부자들이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찾은 절세의 수단이라고 생각했을 뿐 큰 문제 의식을 느끼지는 못했다. 법과 제도를 벗어난 일이 아니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 돌아보면 "법과 제도 자체가 애초에 잘못 설계됐을 수 있다는 의심을 하지 못했다"는 측면에서는 역량 미달이다.
'사기꾼'의 사전적 정의는 '습관적으로 남을 속여 이득을 꾀하는 사람'이다. 부동산, 금융 분야를 취재하며 깨달은 사실 중 하나는 '가장 뛰어난 사기꾼은 법과 제도의 테두리 내에서 상대방은 속고 있다는 사실도 모르게 이득을 취하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만약 매우 똑똑한 사기꾼이 법과 제도를 직접 바꿀 수 있다거나, 굉장히 똑똑한 다수의 사기꾼들이 한 국가의 3부(입법·행정·사법)를 장악한다면 그 국가의 국민들은 어떤 삶을 살게 될까. 실제로 가업승계 세제 혜택이 처음 시행됐던 1997년에는 공제 한도가 1억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 한도는 2008년 30억원, 2009년 100억원, 2013년에 300억원까지 늘어난다. 그 이후 10년 만에 600억원까지 한도가 늘어난다. 2007년 1억원이던 한도가 16년 뒤에 600억까지 600배가 늘어난 것이다. 반면 서민들이 저축 수단인 예금을 보호해주는 예금자 보호한도 5000만원은 2001년에 지정된 뒤로 1억원까지 2배 늘어나는데 25년이 걸렸다. '아는 것이 힘'이고 '모르면 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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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세율은 왜 이렇게 복잡할까?
부동산 기자를 하며 우리나라의 부동산 세금 체계에 대해 참으로 이상하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모쪼록 국가의 관점에서 세금이란 가능한 많이 거둘 수 있으면 좋을 것일진데 부동산 관련 세금은 어떻게 하면 부자들에게 더 많은 비과세 혜택을 줄 수 있을 것인지 고민한 결과의 집합체 같았다.
먼저 부동산 세금은 '시가(실거래가)'가 아닌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책정된다. 공시가격은 보통 실거래가의 60~70% 수준으로 책정된다. 부동산은 매일 매일 가격이 변하므로 1년에 한번 공시가격을 정해 세금 부과의 기준으로 삼는 것은 이해할 만하다.
하지만 공시가격 이후에 공정시장가액 비율이라는 것을 다시 곱한다. 공시가격에 다시 40%~60%까지 할인해 주는 것이다. 공정시장가액 비율은 공시가격이 급격하게 올랐을 경우 정부가 법률이 변경 없이 시장 상황에 따라 세금을 낮춰주기 위한 장치다.
여기에 더해 각종 공제금액을 제하고, 세율을 곱해 부동산 세금이 산정된다. 그런 다음에도 '세부담 상한제'라는 제도를 두어 갑자기 세금을 많이 내는 일이 없도록하는 안전 장치(상한선)까지 마련해 뒀다.
납부세액=(공시가격 x 공정시장가액 비율- 공제금액) x 세율로 결정이 된다. 공시가격이 시세의 70%이고, 공정시장가액 비율이 60%라면 실제로는 시세의 약 42%(0.7x0.6)에 해당되는 부분에 대해서만 세금을 매기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 갖가지 공제를 받고 또 거기에 맞는 세율을 적용하면 부동산에 매겨지는 세금은 더 낮아진다.
정리하면 부동산에 붙는 세금은 실거래가에서 공시가격으로 1차 할인되고, 공정시장가액 비율로 2차 할인되고, 각종 공제금액으로 3차 할인을 받은 뒤에, 마지막으로 세율을 곱해 4차로 할인된다.
'부동산 세금이 여러번 할인되는데 뭐가 문제야?'라고 의문을 제기할 수 있지만 국민 대다수가 받는 월급과 비교해 보면 부동산 세금할인의 혜택이 장점이 커 보인다. 대부분의 노동자가 받는 근로소득은 연봉 8800만원 초과 구간부터 35% 세율이, 1억5000만원을 넘으면 38% 세율이 붙는다. 연말정산 때 약간의 공제는 있지만 공정시장가액 비율도 없고, 올해 연봉이 갑자기 늘었다고 할인해 주는 '세부담 상한제' 같은 것도 없다. 누가 부동산을 많이 가지고 있고, 누가 월급에 의존하고 있는지를 생각해 보면 이렇게 이상한 제도가 만들어진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모르면 당한다..금융공학의 전쟁터
국내 주식시장에서 개인투자자들(개미)은 재벌 기업, 금융 기관 등에게 당하는 일이 많았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국내의 금융기관 역시 더 뛰어난 지식과 자금으로 무장한 글로벌 기관에게 당하는 일도 있다. 말 그대로 자본시장 역시 약육강식의 논리가 통하는 것이다.
2008년 금융위기의 원인이 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있다. '모기지'는 '대출', '프라임'은 '우수하다', '서브'는 '아래'라는 뜻이다. 직역하면 '비우량 주택담보 대출' 정도다.
금융위기 직전 미국은 부동산 활황기였다. 은행들은 0%대 기준 금리를 유지했고, 사람들은 무이자로 빚을 내서 집을 샀다. 무자본으로 집을 사고, 다시 그 집을 담보로 또 대출을 받아 집을 사고, 다시 그 집으로 또 다른 집을 사는 일이 한동안 가능했다. 담보가 된 부동산 가격이 끝없이 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용도가 높지 않은 사람에게 대출해준 채권, 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채권은 회수 확률이 높지 않았다. 이때 미국의 금융 기술자들은 이 비우랑 주택담보대출 채권을 수천, 수만개를 모아 또 다른 파생금융상품(CDO)을 만들고 유동화 시켰다. 1개의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이 부실화될 확률은 높지만 이를 수만개 모으면 부실확률이 낮아진다는 '기적의 논리(?)'였다. 미국의 신용평가사들은 미국의 은행들과 짜고 이 금융상품에 트리플 A 신용등급을 부여했다. 당시 미국 은행들은 우리나라를 포함한 다른 나라의 은행에 이 상품을 팔았다. 향후 미국 은행이 파산하고 해당 상품을 산 국내 은행들은 막대한 손실을 껴안았다. 당시에는 이 금융상품을 산 우리나라의 금융기관이 '개미'였고 미국의 금융기관이 '그들'이었던 것이다. 실제로 2008년 금융감독원 발표에 따르면 국내 7개 시중은행이 서브프라임 관련 파생상품에 6억8250만 달러를 투자했고 이중 82%인 5억6300만 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 특히 우리은행의 당시 투자 규모는 4억9100만 달러로 타 은행대비 압도적으로 많았다.
설마 설마 했는데 현실이 된 DLF 사태
글로벌 금융사들에게 피해를 본 우리은행이 고객들에게 되려 큰 피해를 준 사건도 있다. 2019년에 발생한 대규모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다. 해당 상품은 독일 등 선진국의 국채 금리를 기초 자산으로 하는 파생상품이었다. 금리가 설정된 하한선 아래로 떨어지지 않으면 연 3~4%의 수익을 보장하지만 그 기준을 뚫고 내려가면 원금 손실이 발생하는 구조였다. 당시 은행 창구에서는 "독일이 망하지 않는한 안전하다"는 식의 말로 원금 보장성 상품인 것처럼 홍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당시 세계 경제 불황 우려로 안전자산인 국채 수요가 몰리며 국채 가격이 폭등하고 국채 금리는 마이너스 수준까지 급락했다. 이로 인해 DLF에 투자한 사람들은 98~100%의 손실을 보게 된다. 1억원을 투자했는데 190만원만 회수한 투자자도 있었다. 당시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을 합쳐 확정된 총 손실액만 4000억원이 넘는다. 투자자들은 이후 소송을 통해 58%(2300억원)를 배상금으로 돌려받았다.
DLF 사태 발생 후 금융당국은 내부통제 기준을 제대로 마련하지 않았다며 당시 경영진인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 등에게 중징계를 내리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소송 끝에 대법원은 "경영진에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할 의무는 있지만 그 기준을 엄격히 지키지 않았다고 해서 경영진을 바로 처벌할 수는 없다"고 판결했다. 해당 판결로 손 전 회장은 징계 취소 판결을 확정받았으나 금융당국은 경영진의 책임을 명확히 하기 위해 '책무구조도' 도입을 골자로 한 지배구조법 개정을 추진했다. 책무구조도란 쉽게 말해 금융회사 임원들이 '누가, 어떤 일에, 어디까지 책임질지'를 미리 지도로 그려놓은 문서다. 기업에서 사망 사고가 발생하면 대표나 회장까지 처벌하도록 규정한 '중대재해처벌법'처럼 금융사 사고의 책임 범위를 법으로 규정한 것이다. 우리 법에 '허점'이 있으면 그 허점을 파고들어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실현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시대가 변하면서 과거에는 법과 제도로도 막을 수 없던 이상한 일들이 많이 줄어들고 있다. 그만큼 우리 자본 시장도 개선되고 있는 것이다. 과거에는 상사가 부하의 외모 평가를 하거나 성적 농담을 해도 참고 넘어가는 일이 있었지만 현재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 됐다. '성인지 감수성'이 늘어난 것이다. 마찬가지로 국민들의 '돈인지 감수성'이 늘어나면서 무분별한 유상증자나 중복상장 같은 사기적인 소액투자자 기만 행위들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이환주의 시선'은 특정 이슈를 기존의 단순 기사 형식을 넘어 기자수첩, 내러티브 등 다양한 형태로 풀어나가는 온라인 전용 코너입니다. 다음회에서는 우리나라 기업들의 무분별한 유상증자 사례를 비교 분석해 볼 예정입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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