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전시·공연

불안과 고립을 보여주는 '더 라스트 맨'[엄현희의 생각하는 극장]

신진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4.27 13:59

수정 2026.04.27 19:42

뮤지컬 '더 라스트 맨'
뮤지컬 '더 라스트 맨' 포스터. 네오 제공. 뉴스1
뮤지컬 '더 라스트 맨' 포스터. 네오 제공. 뉴스1

[파이낸셜뉴스]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1년 웹뮤지컬로 제작돼 그동안 국내에서 삼연을 치른 후 5월에 영국에서 한 달간 공연하는 작품이 있다. 뮤지컬 '더 라스트 맨' 이야기다. 팬데믹은 창작진에게 플랫폼뿐 아니라 작품 주제에 큰 영향을 줬음이 틀림없다. '더 라스트 맨'은 1인극으로, 청년의 고립과 불안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좀비가 점령한 세상에서 주인공은 문을 걸어 잠그고, 숨어 지내는 한편 어딘가에 숨어 있을 동료에게 구조 신호를 보낸다.



좀비가 너무도 많은 콘텐츠에서 갖는 비유적 함의를 강조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더 라스트 맨'에서 좀비는 주인공을 위협하는 괴물이다. 무대 가운데 문 바로 으르렁 들리는 소리들. 주인공은 자신의 남은 식량을 걱정하며 기록 영상을 찍는데, 좀비는 마치 그의 냄새를 맡은 듯 수시로 집안을 호시탐탐 노리는 듯하다. 좀비는 실제로 등장하지 않지만, 주인공이 두려워하는 모습과 상황, 소리들이 긴박하게 상황을 묘사한다. 보이지 않는 괴물은 시종 더 큰 공포감을 연출한다. 웹뮤지컬로 제작될 당시 영상으로 촬영된 좀비들은 무대로 들어왔을 때 시각화되지 않는 쪽으로 선택됐다.

'더 라스트 맨'은 전형적 '좀비 아포칼립스(좀비로 붕괴된 종말 이후의 세계)'로 분류될 수 있다. 주인공 청년은 집 안에서 생존하기 위해 노력하는데, 그 기간은 처음에 말해주듯이 준비된 식량이 다 없어질 때까지다. 따라서 그는 언젠가 문을 열고 좀비들에게 물어뜯기거나, 좀비와 싸우며 또 다른 생존자를 찾아 떠나는 것을 선택해야 한다. 작품은 그가 제한된 시간, 선택하기 전까지의 시간을 보내는 이야기다.

1인 배우가 제한된 시간 동안 두려움에 떨며 일상을 보내는 극이라니, 공연을 보기 전 관객과의 소통지점에 대해 갸웃한 것이 사실이다. 공연의 락 음악은 영리한 선택이다. 청년의 분노와 절규 섞인 절망을 확성기에 대고 말하듯이 선율에 터져 나온다. 심장을 쥐어짜는 비트 사이에 반려 인형 '존버'와의 놀이, 집안의 소개, 영상 녹음 일상 등은 차분한 톤으로 공연의 숨구멍을 만드는 한편 배우의 완급조절을 보여준다. '더 라스트 맨'의 반전은 특히 분노와 저항의 락 음악과 들어맞는다. 사실 좀비는 존재하지 않았으며, 세상의 종말은 오지 않았다. 극 중 잠시 소개되었듯, 기간제 교사로 일하던 청년이 직장 내 업무 스트레스로 세상과의 단절을 스스로 선택한 것이다. 작품은 청년 세대의 불안과 자발적 고립을 말하는 뮤지컬이다. 무대 가운데의 좀비들이 으르렁 거리는 소리가 들리던 문, 관람한 공연에서 배우는 끝내 문을 열고 나가지 않는다. 다만 이것은 배우에 따라 상황이 다르다고 한다.

'더 라스트 맨'에서 스스로 문을 걸어 잠근 청년은 현대적 비극이며 가슴을 아프게 하는 결말이다. 팬데믹의 특수한 상황에서 만들어진 결말이 2026년까지 관객의 반향으로 이어지며, 확장되고 있다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청년은 시종 또 다른 생존자와의 연결을 꿈꾼다.
작품의 마지막 넘버는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이다. 주인공은 노래 이후 단어의 의미를 강조하듯 천천히 읊는다.
인터넷과 SNS의 초연결시대, 하지만 또 한편에선 공동체 회복, 연결 감각 소생을 외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엄현희 공연 평론가
엄현희 공연 평론가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