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현희의 생각하는 극장
'더 라스트 맨'은 전형적 '좀비 아포칼립스(좀비로 붕괴된 종말 이후의 세계)'로 분류될 수 있다. 주인공 청년은 집 안에서 생존하기 위해 노력하는데, 그 기간은 준비된 식량이 다 없어질 때까지다.
1인 배우가 제한된 시간 동안 두려움에 떨며 일상을 보내는 극이라니, 공연을 보기 전 관객과의 소통 지점에 대해 갸웃한 것이 사실이다. 공연의 록 음악은 영리한 선택이다. 청년의 분노와 절규 섞인 절망을 확성기에 대고 말하듯이 선율에 터져 나온다. 심장을 쥐어짜는 비트 사이에 반려 인형 '존버'와의 놀이, 집안 소개, 영상 녹음 일상 등은 차분한 톤으로 공연의 숨구멍을 만드는 한편 배우의 완급조절을 보여준다.
'더 라스트 맨'의 반전은 특히 분노와 저항의 록 음악과 들어맞는다. 사실 좀비는 존재하지 않았으며, 세상의 종말은 오지 않았다. 극 중 잠시 소개됐듯, 기간제 교사로 일하던 청년이 직장 내 업무 스트레스로 세상과의 단절을 스스로 선택한 것이다. 무대 가운데 좀비들이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들리던 문, 내가 관람한 공연에서 배우는 끝내 문을 열고 나가지 않는다. 다만 이것은 배우에 따라 상황이 다르다고 한다.
'더 라스트 맨'에서 스스로 문을 걸어 잠근 청년은 현대적 비극이며 가슴을 아프게 하는 결말이다. 팬데믹의 특수한 상황에서 만들어진 결말이 2026년까지 관객의 반향으로 이어지며, 확장되고 있다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청년은 시종 또 다른 생존자와의 연결을 꿈꾼다. 작품의 마지막 넘버는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이다. 주인공은 노래 이후 단어의 의미를 강조하듯 천천히 읊는다. 인터넷과 SNS의 초연결시대, 하지만 또 한편에선 공동체 회복, 연결 감각 소생을 외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엄현희 연극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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