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추경, 물가 영향 제한적"이라던 한은···금통위는 "우려"

김태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4.28 17:24

수정 2026.04.28 17:23

한은, 2026년 제7차 금통위 의사록 공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0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뉴시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0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한국은행이 그간 대외적으로 추가경정예산(추경)이 물가를 자극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입장을 유지했으나,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내부에선 우려가 공유된 것으로 확인됐다. 시차를 두고 파급효과가 나타날 수 있는 만큼 정부 측에 의견을 전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28일 한국은행이 공개한 '2026년 제7차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지난 10일 열린 금통위에서 한 금통위원은 "추경이 포함하고 있는 가격보조 정책은 일시적으로 사용가능한데, 물가 상승 압력을 이연시키는 효과가 있어 시차를 두고 물가 상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금통위원은 "이번 추경이 공급 측 충격에 대응해 물가를 안정시키는 방향으로 설계되도록 정부에 한은 입장을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이날 초과세수를 재원으로 하는 26조2000억원 규모 1차 추경이 국회 본회의를 통화했다.

현재 정치권에선 2차 추경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다른 금통위원은 "낮은 수요 압력 등으로 추경의 물가에 대한 영향이 단기적으로 제한적일 수 있겠지만 앞으로 그 영향이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물가 전망 시 신중히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또 다른 금통위원은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상회하고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한 가운데 추경 등으로 재정집행 영향이 더해질 전망"이라며 "경제 현상의 비선형성 등을 감안해 가면서 유가 충격의 물가에 대한 영향이 과소평가되지 않도록 신중하게 점검해 줄 것"이라며 관련 부서에 요청했다.

추경은 충격 완화 목적이 큰 만큼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한정적일 것이라는 기존 한은 입장과는 달리 금통위원들은 시간을 두고라도 그 효과가 발휘될 수 있는 점을 우려한 셈이다.

앞서 신현송 한은 총재도 후보자 당시 인사청문회 서면 답변서에서 "현재 수요 압력이 크지 않고 추경의 내용도 에너지 가격 상승 억제, 취약가계 등에 대한 표적화된 지원에 중점을 두고 있다"며 "물가에 대한 영향보다는 취약부문 부담을 완화하는 효과가 클 것"이라고 봤다.

금통위원들은 중동 사태로 인한 공급 충격에 대한 경계도 드러냈다. 한 금통위원은 "1·4분기 중 성장세가 양호한 회복국면을 보이던 가운데 미국-이란 전쟁으로 공급 충격이 발생했으므로 이와 수요 압력이 결합돼 물가에 상당한 영향을 줄 가능성은 없는지 세밀하게 점검해야 한다"고 짚었다.

다른 금통위원은 "물가 측면에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와 같은 고인플레이션이 재현될 가능성은 높지 않나 보인다"면서도 △높은 중동산 원유 수입 의존도 △에너지 공급망을 둘러싼 불확실성 장기화 △펜데믹 및 러·우 전쟁 학습효과로 상향된 경제주체들의 물가 민감도 등을 상방 리스크로 꼽았다.

중동 사태 '장기화' 정의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한 금통위원은 "군사적 공방 외 통항량, 생산시설과 생산량의 복구 정도 등 여러 가지 측면을 고려해 장기화 여부를 판단하고 이를 바탕으로 실물경제 및 금융·외환시장을 종합 분석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관련 부서는 '선박 통항량'이 장기화 판단 시 중요 기준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공급 충격이 일시적일 경우 재정정책을 통해 영향을 크게 받은 부문 위주로 대응하고, 장기화될 경우 인플레이션 기대가 높아질 수 있어 통화정책 대응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창용 전 총재의 마지막 금통위였던 지난 10일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는 연 2.50%로 결정됐다. 지난해 5월 2.50%로 떨어뜨린 이후 이때까지 8번째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이로써 기준금리는 다음 금통위가 열리는 5월 28일까지 다시 한달반가량 묶이게 됐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