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접촉하는 순간을 별도 저장장치 없이 스스로 기록하는 촉각 센서 기술이 개발됐다.
고려대학교는 기계공학부 최원준·서병석 교수 연구팀이 미국 노스웨스턴대와 공동으로 접촉 시점을 자체적으로 기록할 수 있는 촉각 센서를 개발했다고 28일 밝혔다.
촉각 센서란 물체와의 접촉을 통해 발생하는 물리적 신호를 전기 신호로 변환하여 위치 및 압력 등의 정보를 측정하는 핵심 기술을 말한다.
기존 촉각 센서는 압력이나 접촉 위치 같은 '공간 정보'는 측정할 수 있었지만, 접촉의 순서나 시간 간격 등 '시간 정보'는 별도의 메모리와 회로를 통해 처리해야 했다.
특히 웨어러블이나 전자피부처럼 유연한 고분자 기반 센서에서는 전극 구조와 전도성 물질, 전력 공급 장치까지 필요해 구조가 복잡해지고 에너지 소모가 커지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두 개의 절연체가 맞닿은 소자에 기계적 자극을 가할 때, 일시적으로 전기가 흐르는 통로가 형성되는 현상에 주목했다.
자극이 주어지면 일시적으로 전기가 통하는 통로가 만들어져 이를 통해 전기 신호를 전달하는데, 점차 시간이 지나면 이 통로는 자연적으로 소멸한다. 연구팀은 이를 '유사 전도성(MSPC) 채널'로 정의했다. 센서는 접촉이 발생하면 MSPC 채널을 통해 전기 신호를 생성하고 이후 채널이 점차 소멸하면서 신호도 약해진다. 이 신호 변화 패턴을 이용하면 현재 상태 만으로도 얼마 전에 접촉이 있었는지 역으로 계산할 수 있다. 따로 시간을 저장하지 않아도 센서 자체가 시간 정보를 남기는 구조다.
소재 조합 문제도 함께 해결했다. 연구팀은 'MSPC 유리도 지수(MFI)'라는 지표를 제시해 어떤 절연체 조합에서 해당 채널이 안정적으로 형성되는지 정량적으로 예측할 수 있도록 했다. 실제 실험에서도 이 지표를 통해 도출한 물질 조합이 안정적인 신호 전달 성능을 보이며 유효성이 확인됐다.
연구팀은 웨어러블 기기 및 전자 피부 분야에서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내다봤다.
인체 움직임이나 접촉 정보를 시간 정보와 함께 감지한다는 점에서 차세대 헬스케어 및 인간-기계 인터페이스 기술에 적용할 수 있다.
로봇 분야에서는 접촉 순서 판단이 가능해지고, 보안 분야에서는 단순 패턴을 넘어 입력 시간 간격까지 포함한 인증 시스템으로 확장이 가능하다.
연구팀은 "구조가 단순하며 에너지 효율성이 높아 경량화 및 저전력화에 유리하며, 외부 전력 공급이 어려운 IoT 센서 및 자가 구동 시스템에도 적용할 수 있다"며 "스마트시티, 로봇, 국방 및 다양한 첨단 산업 분야로 확장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4월 22일 국제학술지 Science Advances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한편, 이번 연구는 국방과학연구소 미래도전국방기술사업,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 및 선도연구센터사업,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소재부품기술개발사업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spring@fnnews.com 이보미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