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임현익씨(42·가명)는 4월 초 주식 계좌에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를 담았다. 점심시간, 연일 신고가를 쓰는 코스피 덕분에 웃음꽃을 피우며 수익률을 얘기하던 중 회사 동료로부터 뜻밖의 이야기를 듣고 내린 결정이었다.
"나 반도체 레버리지 ETF 샀는데, 연초 대비 두 배 넘게 올랐어." 담담하게 자랑하는 동료의 말에 임씨의 마음이 요동쳤다.
그 전까지 임씨는 평범한 적립식 투자자였다. 매달 S&P500 ETF에 50만원씩 넣고, 주가는 자주 보지 않는 스타일이었다.
이후 임씨는 자신이 '강심장'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코스피가 장중 6601선까지 밀리자 계좌에서 그 두 배로 빠지는 걸 보며 손에 땀이 났다. 각오했던 일이지만, 눈으로 보는 충격은 또 달랐다. 초조하게 아침 내내 장을 들여다보던 임씨는 오후 들어 지수가 회복되고서야 간신히 계좌 앱에서 눈을 뗄 수 있었다.
"수익률 200% 넘는다고요?" 레버리지 ETF의 유혹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형 반도체주가 국내 증시를 이끌면서 초강세장이 계속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주요 종목으로 담고 있는 '반도체 ETF'와 '반도체 레버리지 ETF' 수익률도 대폭 늘어났다. 다음달 22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를 기초로 한 2배 레버리지 상품까지 출시될 예정이다.
특히 ETF가 추종하는 반도체 지수의 일일 수익률을 두 배로 따라가는 레버리지 ETF의 경우, 수익률 1위인 'KODEX 반도체레버리지'가 올해 수익률 215.21%를 기록하며 'KODEX 반도체' ETF 수익률(95.10%)의 두 배를 가뿐히 뛰어 넘었다. 'TIGER반도체10 레버리지' ETF 역시 올해 수익률 201.60%, 6개월 수익률은 259.90%를 기록했다.
과잉 확신 편향이란 무엇인가
문제는 이 수익률이 만들어내는 심리다. 수익이 나면 "내가 시장을 잘 읽고 있다"는 착각이 생긴다는 것이다. 바로 '과잉 확신 편향(Overconfidence Bias)'이라 부르는 심리다. 과잉 확신 편향이란 자신의 판단 능력과 예측 정확도를 실제보다 과대평가하는 심리적 경향으로, 대니얼 카너먼은 이를 "인간 판단에서 가장 파괴적인 편향 중 하나"로 꼽기도 했다.
이 같은 심리는 투자에서 강세장 이후 극대화되는 경향을 보인다.
사실 수익의 상당 부분은 시장 전체가 오른 덕분인데, 자신의 판단이 맞았다고 귀인하기 때문에 행동경제학에서는 이를 '자기 귀인 편향(Self-Attribution Bias)'이라고도 부른다. "코스피가 오르면 내가 2배로 번다"고 확신한 임씨처럼, 불장에서 수익을 낸 투자자가 레버리지로 향하는 건 이 두 편향이 동시에 작동하기 때문이다.
레버리지 ETF의 구조적 위험도 이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 레버리지 ETF는 '일일 수익률'을 2배로 추종하는 상품이다. 지수가 오르내림을 반복하면 수익률이 단순히 2배가 되지 않는다. 오늘처럼 장중 하락했다 반등하는 변동성 장세에서 레버리지는 특히 불리하다. 지수가 제자리로 돌아와도 오르내리는 과정에서 손실이 누적되는 '변동성 끌림' 현상 때문이다.
과열 경고 지적하는 목소리도
위험을 각오하고 뛰어드는 '강심장' 개미들에게 레버리지 ETF는 유혹적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시장 전반에 과열 신호가 감지되면서 보다 신중한 투자를 권하는 목소리도 높다.
이른바 '빚투(빚내서 투자)' 지표인 신용공여잔고는 지난 24일 기준 35조원을 돌파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개인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활용하는 레버리지 수단인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투자자가 주식 매수를 위해 증권사로부터 빌린 자금 가운데 아직 갚지 않은 금액을 의미한다.
사상 최대 규모 수준으로 불어난 '빚투'에 미래에셋증권과 토스증권 등 일부 증권사는 증거금률을 100% 수준으로 상향 조정하는 등 리스크 관리에 돌입했다. 카카오페이증권도 신용공여 한도를 조정하기 위해 신규 매수를 제한했다.
'껄무새'가 되기 싫은데 오늘도 결국 "살 걸, 팔 걸, 버틸 걸…" 주식도, 부동산도, 재테크도 다들 나 빼고 잘만 하는 것 같습니다. 아무리 공부해도 어려운 투자의 세계, 손뼉 치며 공감할 [개미의 세계]를 편하게 받아보시려면 기자페이지를 구독해주세요. 함께 공유하고 싶은 투자 사연이 있는 개미들의 제보도 기다립니다.
bng@fnnews.com 김희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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