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식품

찜질방 같은 주방 열기… 감자튀김 담고 패티 굽다 '녹초'[잡(JOB)스러운 기자들]

박경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4.29 18:22

수정 2026.04.30 11:23

노브랜드 버거 코엑스점 일일 알바
주변 직장인 몰리고 컨퍼런스까지
점심시간 되자 매장 전쟁터 변신
고물가에 2500원 불고기버거 인기
10년째 매장 근무 장애인 직원도
신세계푸드 ESG 경영 현장 눈길
역대급 취업난 속에서 아르바이트는 이제 단순한 '용돈벌이'가 아니다. 지난해 기준 구직을 포기하고 숨고르기 중인 '쉬었음' 인구 255만명 시대. 알바는 누군가에게는 내일을 기약하는 가장 절실한 디딤돌이자 사회로 나가는 유일한 통로다. 이에, 본지는 소비의 최전선인 유통·식품 분야 기업·고객간거래(B2C) 현장을 중심으로 우리 시대 직업의 실상을 체험하고 생생히 전하는 'JOB(잡)스러운 기자들'을 격주마다 연재한다. 화려한 쇼윈도 뒤편의 백화점부터 원산지의 거친 숨결이 느껴지는 농촌까지, 기자들이 직접 몸으로 부딪히며 '직업 전선'의 진짜 목소리를 담아낸다.

박경호 기자가 노브랜드 버거 서울 코엑스점에서 번을 굽고 있다. 사진=박경호 기자
박경호 기자가 노브랜드 버거 서울 코엑스점에서 번을 굽고 있다. 사진=박경호 기자
찜질방 같은 주방 열기… 감자튀김 담고 패티 굽다 '녹초'[잡(JOB)스러운 기자들]

잠시 숨을 돌리기 위해 조리대에 손을 짚고 기대려던 순간, 화들짝 놀랐다.

손님에게 제공할 햄버거를 따뜻하게 유지하기 위해 조리대 곳곳에 보온 시스템이 가동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꽃샘추위로 기온이 5도까지 뚝 떨어졌던 지난 8일 기자는 직업 체험 코너인 '잡(JOB)스러운 기자들'을 위해 노브랜드 버거 서울 코엑스점에서 일일 알바생으로 투입됐다.

■ "핫뜨거 뜨거 핫"…주방 곳곳 열기

노브랜드 버거 근무를 위해 주방에 들어서자마자 후끈한 열기가 온몸을 감쌌다. 번과 감자튀김을 데우는 가열기가 쉼 없이 돌아갔다. 바로 옆 패티 그릴에서는 불기둥이 솟아올라 가만히 서 있어도 찜질방 한가운데 있는 듯했다. 밖은 패딩을 여밀 정도의 추운 날씨였지만, 주방의 열기를 비웃기라도 하듯 기자의 이마엔 금세 땀방울이 맺혔다.

기자가 부여받은 첫 임무는 감자튀김을 튀겨 봉투에 담는 것이었다. 버거용 번과 패티를 데우는 기초적인 업무였다. 이날 사수 역할을 맡은 노브랜드 버거 코엑스점 최모 점장은 "오늘 특별히 감자튀김 담기부터 번 데우기, 음료 준비까지 알찬 코스를 준비했다"며 "주변 직장인들로 붐비는데 오늘은 대형 컨퍼런스까지 열려 눈코 뜰 새 없이 바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감자튀김을 담는 일은 보기보다 만만치 않았다. 위생장갑만 낀 채 펄펄 끓는 기름통에서 갓 건져낸 감자튀김을 잡으려니 뜨거워서 자꾸만 손이 움츠러들었다. 좁은 봉투 입구 탓에 감자튀김이 바닥으로 후드득 떨어지기 일쑤였다. 여러 번의 실전 연습이 필요했다. 최 점장은 "보통 신입 알바생은 첫날 감자튀김만 담다가 녹초가 돼서 퇴근한다"며 "피크타임엔 감자튀김, 치즈스틱, 버터떡까지 동시에 튀기면서 포장해야 한다"고 귀띔했다.

감자튀김 포장에 손이 익어갈 무렵, 번과 패티를 굽는 그릴 앞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기계에 넣고 굽기만 하면 끝날 줄 알았다. 하지만 쉴 새 없이 몰아치는 주문 속도에 맞춰 구워내는 타이밍이 핵심이었다. 너무 일찍 구우면 재료가 식어버리고, 늦게 구우면 버거 조리 전체가 밀리기 십상이었다. 가열기의 뜨거운 열기 탓에 화상 위험도 도사리고 있었다.

점심 피크시간이 다가오자 매장은 그야말로 전쟁터였다. 8명의 직원이 서빙, 음료, 튀김, 그릴, 제조, 홀 등으로 철저히 업무를 분담했지만 밀려드는 주문 영수증은 바닥에 닿을 듯 길어졌다. 2시간 내내 기계처럼 감자튀김을 담고 패티를 굽다 보니 어느덧 점심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 고된 노동이었지만 직장인부터 외국인 관광객까지 기자의 손을 거친 햄버거를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니 묘한 뿌듯함이 차올랐다.

최근 런치플레이션(점심+인플레이션) 여파로 지갑이 얇아진 직장인들이 가성비 버거로 몰리는 현상도 체감할 수 있었다. 어메이징 버거로 주문이 몰린 탓에 다른 아르바이트생들은 한번에 10개가 넘는 해당 제품을 미리 만들어야 했다. 노브랜드 버거 관계자는 "최근 선보인 2500원짜리 어메이징 불고기 버거가 단숨에 매출 2위로 뛰어올랐다"며 "고물가가 길어지면서 합리적인 가격의 버거 수요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ESG 경영의 현장…"더울텐데 감사합니다"

이날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장애인 근로자와 나란히 근무했던 점이다. 신세계푸드는 사회·환경·거버넌스(ESG) 경영의 일환으로 일정 비율의 장애인 근로자를 채용하며 상생을 실천하고 있다. 최 점장은 "중증 장애를 가진 분들과 함께 일하는 환경을 적극적으로 조성 중"이라며 "홀 서빙과 식기 세척을 맡은 이 직원은 전담 매니저의 도움을 받으며 벌써 10년째 성실히 근무 중"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고용과 관리에 추가 비용이 들지만 이분들이 충분히 해낼 수 있는 업무를 찾아 자립을 돕는 것에 의미를 둔다"고 덧붙였다.

신세계푸드는 장애인 직무 개발, 환경 조성 등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지난해 기준 장애인 고용 의무 비율 3.1%를 충족하는 70여 명을 고용하며 상생 경영을 실천하고 있다.

장애인 고용뿐 아니라 높은 근무 강도를 고려해 다른 직원들의 편의도 높이고 있었다. 찜질방 수준의 주방 열기를 견뎌야 하는 직원들의 안전을 위해 정규 휴게시간 외 틈새 휴식도 꼼꼼히 챙겼다. 최 점장은 "고온 환경인 만큼 1시간 근무 후 5분씩 반드시 땀을 식히도록 권장하고 있다"며 기자에게 커피를 건넸다.

이날 종일 매장을 누볐지만 햄버거 만들어 보지 못한 건 아쉬웠다.
수많은 메뉴의 정밀한 레시피를 한번에 외우기란 역부족이었다. 그래도 노브랜드 버거의 일일 알바생으로 음식을 만들고 손님들을 응대하며 땀의 가치를 다시 느낄 수 있었다.
다음에 노브랜드 버거을 방문하면 직원들에게 이 말을 꼭 전하겠다고 다짐했다. "더우실텐데, 감사합니다".

security@fnnews.com 박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