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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이란, 해상봉쇄 대치 속 말폭탄 주고받아…출구 안보인다

뉴스1

입력 2026.04.30 09:45

수정 2026.04.30 09:45

(서울=뉴스1) 최종일 선임기자 =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시작된 지 60일이 넘었지만, 외교적 해결의 기미는 보이지 않은 채 전쟁과 휴전 사이의 교착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해상 봉쇄를 통한 경제 압박으로 이란의 양보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보고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반면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정권 생존과 직결된 전략 자산으로 간주하며 강경 대응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양측의 평행선 속 갈등은 단기간 내 해소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트럼프의 '고사 작전'…"폭격보다 더 효과적"

트럼프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진행된 악시오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란 정권이 핵 프로그램 폐기에 합의할 때까지 해상 봉쇄를 유지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봉쇄 작전이 "폭격보다 더 효과적"이라며 이란을 거친 표현으로 묘사하는 등 강한 발언을 이어갔다.

트럼프 행정부가 펴고 있는 '경제적 분노 작전'의 전략은 명확하다. 이란의 원유 수출을 차단해 경제적 고립을 심화시키고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겠다는 장기 압박이다. 이를 위해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마이크 워스 쉐브론 최고경영자(CEO) 등 주요 에너지 기업 경영진을 백악관으로 소집해 봉쇄 장기화에 따른 시장 영향 최소화 방안을 논의했다.

이란의 맞불…"호르무즈는 체제 생존의 마지막 보루"

하지만 이란도 강경 대응을 이어가고 있다. 모센 레자이 이란 최고지도자 고문은 "미국이 전쟁을 지속한다면 미군 함정을 수장시키고 병사들을 생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란은 현재 해협을 지나는 선박에 통행 제한을 가하며 사실상 봉쇄에 가까운 통제 조치를 유지하고 있다.

워싱턴의 싱크탱크 민주주의 수호재단(FDD)의 루엘 마크 게레흐트 등은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문에서 이란 정권이 호르무즈 해협을 체제 생존과 직결된 핵심 전략 자산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핵·미사일 억지력의 한계를 체감한 상황에서 해협 통제는 미국과 서방에 경제적 타격을 가할 수 있는 가장 즉각적인 수단이자 협상 지렛대로 부상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란이 통제권을 쉽게 포기하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겉도는 중재·격해지는 심리전…"이란, 붕괴 상태"

외교적 중재 노력도 한계에 부딪혔다. 이란은 최근 파키스탄을 통해 '호르무즈 해협 공동 개방 및 선(先) 종전 후(後) 핵 논의'라는 단계적 해법을 제시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핵 문제는 협상 초기부터 다뤄져야 한다는 것이 미국의 입장이다.

CNN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미·이란 간 협상을 중재하는 파키스탄 당국자들이 수일 내 이란으로부터 수정안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지만, 이란 측이 미국이 만족할 만한 제안을 당장 내놓을 가능성은 작다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란이 '붕괴 상태'에 있다고 알려왔다"고 주장하며 심리전도 병행하고 있다.

이날 악시오스는 소식통 3명을 인용해 미 중부사령부가 협상 교착 상태를 타개하기 위해 이란에 대한 "짧고 강력한" 공습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봉쇄 유지를 주요 협상 수단으로 보고 있지만, 이란이 응하지 않을 경우 군사 행동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덮쳐오는 경제 쇼크…유가 120달러 돌파·물류 마비

양측의 대치는 곧바로 전 세계 경제에 충격을 주고 있다.

이날 브렌트유 6월 인도분 선물 가격은 전장 대비 6.77달러(6.1%) 상승한 배럴당 118.03달러에 마감하며 지난 3월 말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장 마감 후 거래에서는 120달러를 돌파하며 2022년 6월 이후 처음으로 해당 수준에 도달했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6월물도 6.95달러(7%) 오른 106.88달러로 마감해 이달 초 이후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미국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4.18달러를 기록하며 2022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상승했다. 세계은행은 최근 보고서에서 호르무즈 해협 운송 차질이 점진적으로 완화된다는 가정 아래에서도 올해 에너지 가격이 24%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물류 차질도 심각하다. 평상시 하루 140척에 달하던 해협 통행량은 최근 하루 7척 수준으로 급감했다. 이 해협은 전 세계 원유의 약 20%뿐 아니라 비료, 화학제품, 곡물 등 주요 물자의 약 11%가 통과하는 핵심 통로다.

흔들리는 민심…트럼프 지지율 최저·이란 물가 폭발

전쟁 장기화는 미국 내 정치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로이터/입소스 여론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은 34%로 하락해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고물가와 유가 상승에 대한 피로감이 확산하면서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정치적 부담도 커지고 있다.

이란 내부의 경제 상황은 심각하다.
반정부 매체 이란 인터내셔널에 따르면 이란 경제는 전쟁 장기화에 따른 공급망 붕괴와 살인적인 물가 상승이 겹치며 최악의 국면을 맞고 있다.

특히 암시장 환율은 달러당 180만 리얄을 돌파했는데, 이는 전쟁 전(달러당 60만 리얄대)과 비교해 화폐 가치가 불과 두 달 만에 3분의 1 수준으로 처참하게 쪼그라든 수치다.
'환율 쇼크'는 생필품 가격 폭등으로 이어져 계란 한 알에 100만 리얄, 햄버거 하나가 500만 리얄에 거래되는 등 실물 경제를 마비시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