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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잔류' 택한 파월…정치적 알박기냐 '연준 독립' 투사냐

뉴스1

입력 2026.04.30 14:32

수정 2026.04.30 14:32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5월 의장 임기 종료 후에도 이사로 잔류한다는 결정을 놓고 29일(현지시간) 뉴욕 월가와 워싱턴 정가에서 의견이 양분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연준 독립성 침해를 막는 마지막 수호자라는 시각과 의장 자리를 내려놓고도 영향력을 행사하며 개혁을 거부하는 '알박기'라는 비판이 맞선다.

"변화를 막아서는 사람…잔류는 정치적 행위"

파월의 잔류는 변화의 시대에 변화를 막아서는 행위라는 게 비판론의 핵심이다. 연준의장은 보통 임기 종료와 동시에 이사에서 물러나는 것이 관례지만 파월은 1948년 마리너 에클스 이후 처음으로 이사직을 고수하는 결정을 내렸다.

짐 비안코 비안코리서치 대표는 블룸버그TV에 출연해 파월이 1948년 에클스와는 정반대 자리에 서 있다고 지적했다.

비안코에 따르면 에클스는 회고록에서 2차 대전 직후 브레턴우즈 체제와 국제통화기금(IMF) 및 세계은행 출범이라는 변화를 이끌기 위해 남았다고 밝혔다.

비안코는 "80년이 지난 지금, 파월은 또 다른 변화의 시기에 오히려 그 변화를 막기 위해 문지방에 서 있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비안코는 파월의 잔류가 연준 독립성에 별다른 의미를 더하지 않는다고도 지적했다. 분산된 의사결정 구조 자체가 이미 독립성을 담보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논리다.

연준의 통화정책 결정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의장 한 명이 아니라 12명이 투표한다. 의장이 정책을 관철하려면 다른 6명의 동의를 얻어야 하고 이 분산된 구조 자체가 곧 연준의 독립성이라는 설명이다.

이번 FOMC가 1992년 이후 최대 표차인 8대 4로 갈린 것 자체가 의장의 영향력이 절대적이지 않다는 증거이며, 영국 영란은행 통화정책위원회(MPC) 9명이 지난해 4명 인하·4명 동결·1명 인상으로 세 갈래로 갈린 표결도 같은 맥락이라는 것이다.

비안코는 "분산된 의사결정 구조가 이미 작동 중인 상황에서 파월이 단지 트럼프의 추가 임명을 막기 위해 남는 것이라면, 그것이야말로 정치적 행위"라고 직격했다.

"법치 위협이 진짜 이유"…법무부 불신과 감찰 보고서까지

반면 파월의 잔류는 변화 거부가 아니라 트럼프 시대 법치 훼손에 대한 자기 방어라는 시각도 있다. 마이클 맥키 블룸버그 선임 경제기자는 "파월은 연준 개혁을 막으려는 게 아니라 법무부를 신뢰하지 않기 때문에 남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워싱턴DC의 자닌 피로 연방검사가 파월 형사수사 종결을 발표하면서도 "사실관계가 정당화되면 수사를 재개하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서를 단 것이 핵심이다.

피로 검사는 형사수사를 종료하면서 연준 자체 감찰관실(OIG)에 워싱턴 본부 25억 달러 리노베이션 비용 초과에 대한 조사를 넘겼는데, 그 보고서 결과에 따라 수사가 재개될 수 있다는 의미다.

맥키는 "파월은 감찰관 보고서가 나올 때까지 남을 것이며, 트럼프가 연준을 정치적으로 장악하려 한다고 판단할 경우 그 이후까지 남아 추가 임명 자리를 내주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파월 역시 이날 기자회견에서 자신을 향한 법적 조치를 "113년 연준 역사상 전례가 없으며 추가 조치 위협이 계속되고 있다"고 직접 언급했다.

6월 리사 쿡 판결 분기점…급격한 금리 인하 배제 못해

파월 잔류를 둘러싼 논란은 6월 중 분기점을 맞을 전망이다. 트럼프의 리사 쿡 연준 이사 해임 소송 판결이 6월 말 연방대법원 회기 종료 전 나올 예정이다. 비안코는 "법원이 쿡 이사 해임을 인정하면 트럼프는 같은 날 파월도 해임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면 시장 충격은 단순한 인사 문제를 넘어선다.
파월과 쿡이 동시에 물러나면 트럼프는 단번에 두 자리를 친트럼프 인사로 채울 수 있고, 7명 이사회에서 5명이 친트럼프 계열이 된다.

이 경우 케빈 워시 차기 의장 체제에서 트럼프가 요구해온 급격한 금리 인하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는 올해 최소 1% 포인트 금리 인하를 요구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