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현지시간) 공개된 미국 재무부 자료와 경제지표에 따르면 미국의 공공 보유 부채는 31조2650억달러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최근 1년간 국내총생산은 31조2160억달러였다.
이번 수치는 단순한 숫자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미국이 회계연도 기준으로 부채 비율 100%를 넘긴 채 마감한 것은 1946년 이후 처음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당시 전쟁 비용 급증으로 부채 비율은 106.1%까지 치솟았지만 전후 고성장과 군비 축소로 빠르게 낮아졌다. 반면 지금의 부채 증가는 전쟁이나 팬데믹 같은 일시적 요인이 아니라 구조적인 재정적자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점에서 성격이 다르다.
현재 미국 정부는 세입 1달러를 거둘 때마다 1.33달러를 지출하고 있다. 올해 재정적자는 1조90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총생산의 약 6% 수준이다. 공화당의 감세 정책이 먼저 시행되고 지출 삭감은 뒤따르는 구조인 데다, 이란 전쟁 관련 지출과 관세 환급 부담까지 겹치면서 재정 부담은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재정 악화의 가장 큰 문제는 금리 민감도다. 부채가 커질수록 금리 상승이 재정에 미치는 충격도 커진다. 현재 연방정부 지출 7달러 가운데 1달러는 이자 비용으로 쓰이고 있다. 미국 의회예산국에 따르면 금리가 0.1%포인트 올라가도 향후 10년간 추가 이자 부담은 3790억달러에 달한다.
마크 골드와인 연방예산위원회 수석부위원장은 월스트리트저널에 "100%와 99% 사이에 본질적인 차이는 없지만, 지금은 매우 위험한 지점"이라며 "우리는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재정 영역으로 들어가고 있다"고 경고했다.
시장에서는 미국이 프랑스, 이탈리아, 그리스, 일본처럼 높은 부채 비율 국가들의 길을 따라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다만 미국은 달러라는 세계 기축통화를 보유하고 있고 미국 국채가 글로벌 안전자산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국가들보다 더 큰 재정 여력을 가진다는 평가도 있다.
문제는 그 여력이 무한하지 않다는 점이다. 부채가 계속 늘어나면 국채 금리가 오르고 이는 주택담보대출, 자동차 대출, 신용카드 금리까지 밀어 올릴 수 있다. 결국 민간 투자와 소비를 위축시키고 경제 성장 잠재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 의회예산국은 미국의 부채 비율이 2036년 120%, 2056년 175%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반면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 수입 확대와 지출 삭감, 고성장을 전제로 2034년 88%까지 낮출 수 있다고 보고 있다.
pride@fnnews.com 이병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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