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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슨모빌 "유가 충격 아직 안 왔다"…호르무즈 봉쇄 장기화 경고

이병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5.02 02:34

수정 2026.05.02 02:33

【파이낸셜뉴스 뉴욕=이병철 특파원】 이란 전쟁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촉발된 글로벌 원유 공급 충격이 아직 시장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경고가 나왔다. 전쟁 초기에는 이미 운송 중이던 유조선 물량과 각국 전략비축유 방출로 충격이 일부 흡수됐지만, 전쟁 장기화로 대체 공급원이 고갈될 경우 국제유가가 한 단계 더 뛸 수 있다는 전망이다.

1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미국 에너지기업 엑슨모빌 최고경영자 대런 우즈는 1·4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전 세계 원유와 천연가스 공급망에 발생한 전례 없는 충격이 아직 시장에 완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우즈 최고경영자는 전쟁 초기 공급 충격이 예상보다 제한적으로 나타난 이유로 '운송 중 물량'을 꼽았다. 전쟁 발발 직전 이미 선적돼 이동 중이던 대규모 유조선 물량이 시장에 도착하면서 공급 공백을 일정 부분 메웠다는 것이다.

여기에 각국 정부의 전략비축유 방출과 민간 재고 소진도 완충 역할을 했다.

하지만 이런 완충 장치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우즈 최고경영자는 "전쟁이 계속되면 현재 활용 중인 공급원 가운데 하나씩 고갈될 것"이라며 "호르무즈 해협이 계속 닫혀 있으면 더 큰 충격이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 국제유가는 전쟁 이후 극심한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확전 가능성이 커질 때마다 급등하고 휴전 기대가 나올 때마다 급락하는 흐름이 반복되고 있다. 이날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101달러대로 내려왔고 국제 기준유인 브렌트유도 108달러 수준으로 하락했다.

다만 우즈 최고경영자는 현재 유가 수준조차 중동 공급 충격 규모에 비하면 낮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현재 가격은 지난 10년 평균 수준에 더 가까울 뿐, 지금의 공급 차질 규모를 충분히 반영한 가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열리더라도 공급 정상화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우즈 최고경영자는 유조선 재배치와 적체 물량 해소, 최종 목적지 도착까지 최소 1~2개월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쟁 종료 이후에도 유가 상승 압력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전쟁 기간 전략비축유와 민간 재고가 소진된 만큼 각국 정부와 기업들이 이를 다시 채워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전쟁 이후에도 추가 수요를 만들어 국제유가를 다시 밀어 올릴 수 있다.

엑슨모빌도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다. 회사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2·4분기까지 이어질 경우 중동 생산량이 지난해보다 하루 75만배럴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전체 생산량의 약 15%에 해당하는 규모다.

카타르 액화천연가스 수출시설 피해도 부담이다.
이란의 공격으로 엑슨모빌이 지분을 보유한 생산라인 2곳이 피해를 입었다.

이란 전쟁 여파로 미국 평균 휘발유 가격이 1갤런(약 3.78ℓ) 당 4달러(6038원)를 넘어선 가운데 3월31일 미 워싱턴DC 인근 버지니아주 페어팩스의 한 주유소에 가격이명시돼 있다. 사진=뉴시스
이란 전쟁 여파로 미국 평균 휘발유 가격이 1갤런(약 3.78ℓ) 당 4달러(6038원)를 넘어선 가운데 3월31일 미 워싱턴DC 인근 버지니아주 페어팩스의 한 주유소에 가격이명시돼 있다. 사진=뉴시스


pride@fnnews.com 이병철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