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가 폭등하는 '임계점'이 4주밖에 남지 않았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속에 전 세계 석유 재고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재고가 위험 수준 밑으로 떨어지면 유가 폭등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해협 봉쇄 수개월 가나
시장에서는 이란 전쟁이 훨씬 더 오래 지속될 가능성을 고려하기 시작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날 석유 업체 경영자들에게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수개월 지속될 수도 있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이 해협을 통해 전 세계 석유와 액화천연가스(LNG) 약 20%가 이동한다.
5월 말이 임계점
트레이더와 애널리스트들은 전 세계 원유, 휘발유, 경유, 항공유 재고가 5월 말이 되면 위험 수준 밑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재고가 이 정도로 줄어들면 가격 완충 장치가 사라져 유가 폭등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이들의 경고다.
세계 최대 석유 중개 업체 가운데 한 곳인 건버(Gunvor)의 리서치 책임자 프레더릭 라세르는 "우리는 수개월 정도의 여유도 없다"고 단언했다.
라세르는 석유 소비가 강제로 줄어들게 되면서 '엄청난 고통'이 불가피할 것으로 비관했다.
그는 이때가 되면 주유소 휘발유 부족만이 아니라 산업이 멈추고, 경기침체에 진입하게 된다고 경고했다.
라세르는 "임계점은 확실하게 6월"이라면서 "무엇인가 무너질 수밖에 없는 시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고유가로 산업의 비용 부담이 높아지거나 아니면 문을 닫거나, 경제가 한번 침체에 빠지면 다시 활력을 찾기까지 수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뚫려 에너지 흐름이 재개돼도 수개월간의 고통은 피할 수 없다고 그는 경고했다.
브렌트유, 200달러까지 뛸 수도
컨설팅 업체 에너지 애스펙츠 창업자인 암리타 센은 이란 전쟁이 6월 말까지 이어지면 전 세계 석유 재고는 모두 소진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센은 그렇게 되면 유가는 부르는 게 값이 된다면서 "그때에는 아무런 완충 장치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이렇게 되면 가격이 완전히 재산정된다면서 원유부터 석유제품 모두 심각한 상승 압박을 받게 된다고 지적했다. 센은 국제 유가 기준 유종인 브렌트유가 배럴당 150~200달러까지 뛸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브렌트유는 지난달 29일 배럴당 126달러를 돌파하며 4년 만에 최고를 찍은 바 있다.
현실 자각하기 시작한 시장
지난 2월 28일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하면서 시작된 이란 전쟁은 이렇게 오래갈 것으로 예상되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수주일 내에 전쟁을 끝낼 것이라고 강조해왔다. 시장도 이 말을 믿었다.
그러나 이제 전쟁이 3개월째로 접어들면서 시장은 현실을 깨닫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RBC 캐피털 마켓 글로벌 상품전략 책임자인 유명 석유 애널리스트 헬리마 크로프트는 "어쩌면 사람들은 이제 미국의 메시지가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 아닐 수 있다는 점을 깨닫기 시작했는지도 모른다"면서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크로프트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이달에도 지속되면 유가가 2022년에 기록한 140달러에 육박하던 최고치를 뚫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처음부터 백악관은 이 전쟁이 짧을 것이라는 메시지 전달에 매우 성공적이었다"면서 "그리고 이제는 전쟁이 여름 내내 이어질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휴가철 앞두고 석유 재고 급감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이번 이란 전쟁의 석유 공급 제한 충격이 가장 작은 미국에서도 석유 재고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미국이 전략비축유(SPR)를 하루 100만배럴씩 방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재고가 감소하고 있다.
EIA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미 휘발유 재고는 2억2200만배럴로 연중 이맘때 기준으로는 10여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건버의 임원은 "미 휘발유 재고가 2억1000만배럴 밑으로 줄어들면 흥미로워질 것"이라면서 시장이 급변동하는 방아쇠가 당겨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 석유 재고 급감은 미 여름 휴가철인 '드라이빙 시즌'이 다가오는 것과 맞물려 상황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미 드라이빙 시즌은 '메모리얼 데이(현충일)'가 기점이다. 올해에는 이달 25일이 현충일이다.
크로프트는 "그동안은 비수기였고, SPR로 버텨왔지만 이제 여름철 수요 정점이라는 위험 지대로 바로 진입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