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해양 자유 연합' 참여 요청 속 한미 동맹과 중동 실익 사이 '시험대'
[파이낸셜뉴스] 중동의 '에너지 동맥'으로 불리는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이 최고조에 달하면서 우리 정부의 외교·안보 시계도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미국의 '해양 자유 연합(MFC)' 참여 압박이 거세지는 가운데, 정부는 우리 선박의 안전 통항권 확보와 한미 동맹 강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군함 투입을 포함한 다각적인 기여 방안을 놓고 막판 고심에 들어갔다.
2일 외교부와 국방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미측으로부터 호르무즈 해협 내 민간 선박 보호를 위한 국제적 공조에 동참해달라는 공식·비공식 요청을 거듭 받고 있다.
문제는 이란과의 외교적 마찰 가능성과 우리 군 자산의 실질적 방어 능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점이다.
현재 호르무즈 인근 해상에는 한국 국적 선박 26척과 선원 120여 명의 발이 묶여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안보 전문가들은 우리 군의 기여 방식이 단순한 '군함 파견'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보 공유를 위한 연락장교 파견이나 청해부대의 작전 범위를 일시적으로 확대하는 방안 등 외교적 부담을 최소화하면서도 실질적인 안보 기여를 입증할 수 있는 '제3의 길'이 유력하게 검토되는 배경이다.
정부 관계자는 "에너지 수급 안정과 국민의 생명 보호는 타협할 수 없는 원칙"이라며, "미국 등 우방국과의 긴밀한 공조를 유지하되, 국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가장 전략적인 투입 시점과 방안을 도출해낼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선택은 한미 혈맹의 신뢰를 공고히 하면서도, 중동 지역 내 우리 기업과 선사들의 실익을 지켜내야 하는 엄중한 외교적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정부의 이러한 신중한 기조는 세계 주요 안보 전략 연구소들의 분석과도 맥락을 같이한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2026년 1분기 정세 보고서를 통해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20%가 지나는 핵심 동맥이지만, 최근 무인기(드론)와 기뢰를 활용한 비대칭 위협이 급증했다"고 경고했다. CSIS는 특히 한국과 같은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는 '안보 무임승차'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연락장교 파견이나 정보 공유를 넘어선 실질적인 자산 기여를 요구받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역시 지난 4월 긴급 안보 브리핑 자료에서 "호르무즈 해협 내 군사적 긴장은 정규전보다 저강도 비대칭 분쟁의 양상을 띨 가능성이 크다"며, "한국 해군이 보유한 이지스함 등의 첨단 자산은 다층 방어망 구축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지만, 동시에 이란과의 외교적 마찰을 감내해야 하는 '전략적 비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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