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역대 지방선거 승패 가른 '사건들'..이번엔?

이해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5.05 06:00

수정 2026.05.05 06:00

2002 월드컵·천안함·세월호 등
지방선거 운명 바꾼 순간들 총망라
4월 20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불기2570년 대한민국 불교도 봉축대법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오른쪽),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화합의 물결, 상생의 길' 합수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4월 20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불기2570년 대한민국 불교도 봉축대법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오른쪽),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화합의 물결, 상생의 길' 합수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흔히 선거는 인물·구도·바람 3대 변수에 승패가 엇갈린다고 한다. 지방선거의 경우 수년간 지역 주민들과 호흡한 '지역 일꾼'을 뽑는 선거인 만큼, 대선과 총선보다는 '인물' 변수의 중요성이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이는 이론일 뿐, 현실은 다르다.

5일 정치권에 따르면 1995년 이후 8차례 선거를 치르면서, 광역자치단체장 과반을 한 정당이 휩쓴 선거가 5번이다. 비교적 최근인 2018년에는 더불어민주당이 14곳, 2022년에는 국민의힘이 12곳을 차지하면서 압승을 차지했다.

각각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윤석열 정부 출범의 영향 때문이다. 이처럼 정권에 대한 지원·심판론은 지방선거 승패를 결정짓는 최대 변수다.

한편 잠깐의 순간이나, 선거와 무관하게 보이는 사건 트리거가 돼 선거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2024년 3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잠 대파 한 단을 집어 들면서 일어난 '대파 논란'은 당시 여당이었던 국민의힘의 참패에 영향을 끼쳤다. 경제에 무지하고 민생에 무관심한 정부·여당이라는 이미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한국 지방선거의 역사 속에서, 선거 직전의 '사건'이 운명을 가른 사례를 톺아봤다.

꿈은 이루어진다! 25일 오후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독일과의 준결승전 응원석에 `꿈은 이루어진다`는 카드섹션이 펼쳐지고 있다. 연합뉴스
꿈은 이루어진다! 25일 오후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독일과의 준결승전 응원석에 `꿈은 이루어진다`는 카드섹션이 펼쳐지고 있다. 연합뉴스
'4강의 기적', 민주당은 눈물을 흘렸다
때는 2002년 6월, 전국이 월드컵이라는 축제 분위기에 빠져 있을 때였다. 당시 4일 첫 경기에서 한국 대표팀은 폴란드를 2대 1로 꺾었고, 10일 미국을 상대로 1대1 무승부를 기록하고 16강 진출을 확정지었다. 14일에는 강호 포르투갈을 상대로 박지성 선수가 원더골을 넣으면서 조 1위에 올랐다.

제3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치러진 날은 6월 13일, 16강 진출 확정 3일 뒤였다. 모두 축제의 열기에 빠져 있을 때, 투표장을 찾는 이들은 유권자의 절반(48.85%)뿐이었다. 당시는 '투표율이 낮으면 보수가 유리하다'는 공식이 성립할 때였다. 당시 20대 투표율은 31.2%에 불과했고, 60세 이상은 72.5%로 2배 이상 차이가 날 정도였으니 보수 유권자들이 더 많은 표를 행사했다는 것으로 읽힐 수밖에 없다.

당시 지방선거 광역단체장은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이 11석을 휩쓸었고, 여당인 새천년민주당은 4석에 불과했다. 나머지 1석은 충청 지지세가 강한 자유민주연합이 가져갔다. 선거 직전 여당에 불리하게 작용하도록 '바람'을 일으킨 사건은 또 있었다. 지선 2달을 앞둔 4월 이른바 '최규선 게이트'가 터진 것이다. 최규선 게이트는 당시 김대중 대통령의 3남인 김홍걸 전 의원이 연루된 사건으로, 여당에 거대 악재로 작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06년 5월 서울시장 후보 지원유세 현장에서 커터칼에 얼굴을 피습당한 뒤의 박근혜 전 대통령의 모습. 뉴시스
2006년 5월 서울시장 후보 지원유세 현장에서 커터칼에 얼굴을 피습당한 뒤의 박근혜 전 대통령의 모습. 뉴시스
'선거의 여왕'의 시작.."대전은요?"
2006년 4회 지방선거는 한나라당에게 유리한 국면에서 치러졌고 결과도 예상대로 나왔다. 노무현 정부 막바지로 다다른 시기에 열린 만큼 정권심판론이 불었고,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분열했기 때문이다. 당시 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 싹쓸이만은 막아 달라"는 리본을 가슴에 달기도 했다. 국민들은 이들의 바람을 들어준 것일까. 광역단체장 15석 중 1석(전북)만 열린우리당에게 줬고, 한나라당이 12석, 민주당이 2석을 가져갔다. 서울시 구청장 25석은 한나라당이 '싹쓸이'하는 등 수도권 민심은 최악에 달했다.

'장면'이 바꾼 것은 대전시장 선거였다. 2006년 5월 20일 서울 신촌에서 유세 중이던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는 한 시민이 휘두른 커터칼에 피습당했고, 병원으로 이송된다. 당시 대전시장 선거에서는 염동철 열린우리당 후보가 유리한 상황이었다. 정신을 차린 박 대표가 가장 먼저 꺼낸 말은 "대전은요?"라는 발언으로 알려지면서 '선당후사'의 이미지가 덧씌워져 판세를 뒤집었다고 평가된다.

박근혜 눈물, 세월호 대국민담화 도중 ‘살신성인 언급’
박근혜 눈물, 세월호 대국민담화 도중 ‘살신성인 언급’
천안함·세월호, 2010·2014 지선 이슈로
2010년 6월 2일, 5회 지방선거는 3월 26일 백령도 인근에서 침몰한 이른바 '천안함 피격 사건'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선거 약 2주 전인 5월 20일 조사단은 "북한 잠수정 어뢰 공격으로 인한 침몰"이라고 발표해 큰 충격을 줬고, 24일 이명박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를 통해 "남북간 교역과 교류 중단(5·24 조치)"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당초 2010년 지선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의 연이은 서거와, 한미FTA에 대한 비판 여론 등으로 불리한 국면에서 치러져 한나라당의 참패를 예상하는 시각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천안함 사건으로 '북풍'이 불면서 선거의 향배는 쉬이 예측할 수 없게 됐다. 결과는 민주당 7석, 한나라당 6석, 자유선진당 1석, 무소속 2석이라는 '민주당 약진, 한나라당 선전' 결과를 냈다.

2014년 6회 지방선거는 4·16 세월호 참사의 영향을 받았다. 당시 '사라진 7시간' 논란 등이 불거졌고, 구조에 실패한 박근혜 정부에 대한 비토 여론이 거세졌다. 선거 역시 '정권 심판' 구도 속에서 여당인 새누리당의 참패가 예상됐다. 참사 1달여가 지난 5월 19일 박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에서 눈물을 흘리며 '세월호 의인'들의 이름을 호명했다. 그 눈물 이후 박 대통령에 대한 국정지지도가 반등했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고, 후보자 일부는 '대통령의 눈물을 닦아달라'며 박 대통령의 눈물을 활용해 선거에 나섰다. 감성에 호소한 보수 결집이 일어났다는 분석도 나온다.

결과는 광역단체장 기준 새정치민주연합 9, 새누리당 8. 세월호 참사라는 대형 참사에서 여당이 얻을 수 있는 최선의 결과라고 평가해도 무방했다. 심지어, 기초단체장을 놓고 보면 새누리당 117대 새정치 80으로 승리하는 결과를 낳았다.

2018년 지방선거 하루 전날인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만난 북미 정상. 연합뉴스
2018년 지방선거 하루 전날인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만난 북미 정상. 연합뉴스
정상회담·尹정부 출범..다음은?
2018년 7회 지방선거와 2022년 8회 지방선거는 '장면'보다는 거대한 이슈에 잠식당한 선거였다. 2018년은 박 전 대통령 탄핵으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의 인기가 그야말로 '절정'이었을 때다. 평창 동계올림픽부터 남북 관계가 개선되기 시작되더니, 4월 27일엔 판문점에서 남북 정상이 만나는 역사적 장면이 연출됐다. 선거 전날인 6월 12일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악수하는 '역사적 순간'이 발생했다. 2016년 탄핵부터 시작된 보수정당의 '흑역사'는 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 등 분열까지 낳으면서 '14대2'라는 최악의 참패를 낳았다.

반면 2022년 지방선거는 윤석열 정부 출범 1달 뒤 치러지면서, 보수의 연장된 승리가 보장된 상황에서 열린 것이었다. '정권 안정'의 바람이 선거를 지배했고 박원순·안희정·김경수·오거돈 등으로 이어지는 민주당 지방정부 흑역사가 맞물리면서 민주당이 참패하게 된다. 국민의힘이 12석을 차지했고 민주당은 5석만 수성하는데 그쳤다.

1달 뒤 열리는 9회 지선은 2018년 7회 지선의 재현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12·3 비상계엄의 여파가 가시지 않은 상황이고 보수정당 내 분열 상황도 여전하기 때문이다.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지도 1년이 채 되지 않았고 국정지지도 역시 나쁘지 않은 상황이라 '정권 심판론'도 먹히기 어렵다. 열린우리당이 "한나라당 싹쓸이만은 막아 달라"고 외친 것처럼 국민의힘도 "더불어민주당 싹쓸이만은 막아 달라"고 외쳐야할 판이다.

그럼에도 변수는 존재한다. 이란 전쟁이라는 대외 변수와, 부동산 경기 등이다.
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조작기소 특검'과 개헌, 선거 사령탑에 있는 장동혁 대표의 노선 변화나, 정치권에서 꾸준히 거론되는 '지도부 붕괴 후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시나리오도 변수가 될 수 있다.

haeram@fnnews.com 이해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