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공공의료 최일선 보건소가 무너지고 있다... 진료 업무 외주화 현실

최수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5.03 14:21

수정 2026.05.03 14:31

울산광역시 5개 구군 보건소 의사 정원 15명, 5명 결원 상태
퇴직한 앞둔 보건소장도 못 구해 보건소 업무 공백 장기화 우려
5급 일반직 의사, 임기제 의사 채용공고만 수차례 반복
울주군보건소 궁리 끝에 보건 의료 업무 대행업체에 맡겨
농어촌 지역 보건지소 순회진료도 차질.. 공보의마저 태부족
의사 구하기 위해선 임금 올려 주는 방법 말고는 없어
지역의사제는 '그림의 떡' 광역시라는 이유로 제외돼
지난 2일 울산 울주군 삼동면보건지소 입구 모습. 공보의 부족으로 인해 내과 진료를 중단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지난 2025년 9월부터 진료가 중단된 상태다. 사진=최수상 기자
지난 2일 울산 울주군 삼동면보건지소 입구 모습. 공보의 부족으로 인해 내과 진료를 중단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지난 2025년 9월부터 진료가 중단된 상태다. 사진=최수상 기자

【파이낸셜뉴스 울산=최수상 기자】 공공의료의 최일선인 보건소가 붕괴되고 있다. 인구 100만명이 넘는 울산도 의사 부족 여파를 피하지 못하면서, 일반 병원의 의사 모시기조차 쉽지 않은 상황 속에 보건소의 의사 업무를 대행업체에 맡기는 외주화까지 현실화되고 있다.

3일 울산시와 지역 5개 구군에 따르면 보건소 의사 정원 15명 중 4명이 결원 상태로, 결원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정원을 채운 곳은 북구보건소가 유일하고, 중구·남구·울주군은 1명씩, 동구는 2명이 부족하다. 동구는 4일부터 1명이 새로 근무한다.



동구보건소는 의사 2명이 동시에 사직하면서 지난 2월 23일부터 업무가 중단됐다. 만성질환 진료와 각종 건강진단서 발급이 멈췄고, 건강진단 결과서(구 보건증) 발급 기한은 5일에서 10일로 늘었다. 보건소에서 3000원이면 되는 보건증을 일반 병원에서는 1만5000원∼1만7000원을 내야 해 주민 부담이 커졌다. 동구는 수차례 공고 끝에 겨우 기간제 의사 1명을 구해 이번 주부터 일부 업무가 정상화될 전망이다. 보건소 의사는 통상 정년이 보장되는 일반직이나 임기제 공무원으로 채용되지만, 기간제는 1년 미만의 짧은 기간만 근무한다.

울주군보건소는 사실상 채용을 포기하고 외주를 줬다. 지난해 7월부터 의사가 모두 그만둬 공보의 1명이 열 달 넘게 업무를 대신해왔고, 10차례 공고에도 사람을 구하지 못하자 업무대행 조례를 만들어 지난 2월에야 의사 1명을 확보했다. 월 임금은 1200만원 수준이다. 울산에서 보건소 의사 업무가 외주화된 것은 처음으로, 동구 등 다른 보건소도 같은 조례 제정을 검토 중이다.

울주군은 농어촌 주민이 이용하는 보건지소·보건진료소 사정도 더 심각하다. 의과 공보의가 지난해 6명 중 5명이 제대해 1명만 남으면서 지난해 9월부터 내과 진료와 예방접종 등이 중단됐다. 지난달 1명을 더 배정받아 2인 체제를 가동 중이지만 공백을 메우기엔 역부족이다.

4급 공무원(서기관)에 해당하는 보건소장 자리도 비어 있다. 남구는 한 달 넘게 공석이고, 중구는 이달 정년퇴직을 앞뒀다. 울산시가 약 한 달 전 채용 공고를 냈지만 지난 4월 30일 마감까지 한 건도 접수되지 않았다. 의사협회에 도움을 청해도 허사였다. 신청자가 계속 없으면 치과·한의학 출신으로 대상을 넓히거나, 울주군처럼 일반직 공무원으로 대체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수도권과 비교되는 주거·교육·임금 격차 속에서 지자체가 단기간에 쓸 수 있는 카드는 사실상 임금뿐이다. 보건소 일반직 의사 연봉은 약 8650만원, 임기제는 월평균 950만원(연봉 하한액 약 6960만원), 기간제는 월 1500만원, 외주 대행은 월 1200만원 수준이다.
동구보건소 관계자는 "일반직·임기제 채용 공고에는 반응이 없는데 기간제 모집에는 그나마 문의가 들어온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보건소 관계자는 "임금 인상 외에 해법이 없지만 예산 한계가 있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지역 의료계 한 관계자는 "울산은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1.7명으로 광역시 중 가장 낮은데도 광역시라는 이유로 지역의사제 의무복무지역에서조차 제외돼 의사 부족 사태가 계속될 수밖에 없다"며 "의사 수가 적은 지역을 의료취약지로 지정하는 등 의료 격차 해소를 위한 정부 차원의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ulsan@fnnews.com 최수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