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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안 팔려도 괜찮아, 구글 다음은 테슬라!"… 머스크 '1600조 제국'에 노후 묻어버린 아빠들 [가장의 은퇴시계]

전상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5.03 18:00

수정 2026.05.03 18:00

올해 주가 17% 하락에도… 4050 서학개미 한 달간 테슬라 6500억 원 '폭풍 매수' 자본지출 250억 달러로 상향… 반도체 독립 선언 '테라팹'과 로보택시로 AI 제국 구축 스페이스X 6월 상장 목표… 1600조 테슬라와 '초대형 합병' 시나리오에 쏠린 눈
일론머스크.뉴시스
일론머스크.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여보, 구글 폭등하는 거 봤지? 챗GPT 나왔을 때 구글 끝났다고 한 사람들 다 틀렸잖아. 다음 타자는 무조건 테슬라야. 지금 자동차 안 팔린다고 할 때가 은퇴 자금 묻어둘 마지막 기회일지 몰라"

일요일 오후, 나스닥 시총 상위 종목들의 차트를 복기하던 40대 가장 A씨의 눈빛이 매섭다. 인공지능(AI)의 실체를 증명하며 구글이 폭발적인 랠리를 펼치는 것을 목격한 스마트 개미들의 시선은 이제 다음 넥스트 빅 띵(Next Big Thing)을 향하고 있다.

그리고 산전수전 다 겪은 중년 투자자들이 가리키는 다음 과녁의 중심에는 철저하게 소외당했던 혁신의 아이콘, 테슬라가 자리 잡고 있다.

올해 들어 테슬라 주가는 17.10%나 하락했지만, 국내 투자자들은 최근 한 달간(3월 30일~4월 29일) 테슬라 관련 주식을 약 6500억 원어치나 순매수하며 뚝심을 보였다.

단순한 '물타기'가 아니다.

전기차 제조사를 넘어 거대한 'AI·우주 인프라 제국'으로 탈바꿈하려는 일론 머스크의 거대한 설계도에 가장들의 은퇴 시계가 동기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 "전기차 치킨게임, 최후의 생존자"… 실적이 증명한 맷집

미 콜로라도주 리틀턴의 테스라 매장 밖에 테슬라의 모델X SUV 차량이 전시돼 있다.뉴시스
미 콜로라도주 리틀턴의 테스라 매장 밖에 테슬라의 모델X SUV 차량이 전시돼 있다.뉴시스

테슬라에 대한 시장의 불안감은 1분기 실적 발표를 기점으로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테슬라는 올해 1분기 영업이익 9억 달러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136% 증가하는 호실적을 거뒀다.

매출은 223억 9,000만 달러, 조정 주당순이익(EPS)은 41센트로 월가의 예상치를 보기 좋게 웃돌았다.

무엇보다 고무적인 것은 살인적인 경쟁이 벌어지는 시장에서 증명한 압도적인 생존력이다. 중국 내 신에너지차 산업에서 점유율 확대를 위한 '제 살 깎기'식 출혈 경쟁이 이어지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이러한 집단 자살과 같은 경쟁의 최후 승자는 결국 테슬라가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경쟁사들이 보조금과 출혈 할인으로 연명할 때, 테슬라는 이미 그 너머의 비즈니스 모델을 가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테슬라의 캐시카우는 전기차 뿐만 아니다. 바로 슈퍼차저로 통하는 충전소 시장에서는 아예 경쟁상대가 없을정도의 막대한 혜자를 자랑한다. 자동차가 많아지면, 주유소가 돈을 버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다.

■ 차를 팔지 않아도 돈이 들어온다… '로보택시'와 '테라팹'의 마법

테슬라 차량이 완전자율주행(FSD) 기능을 통해 국내 실도로를 시험주행하는 모습.뉴시스
테슬라 차량이 완전자율주행(FSD) 기능을 통해 국내 실도로를 시험주행하는 모습.뉴시스

테슬라는 올해 자본지출(Capex) 전망치를 기존의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250억 달러(약 37조 원) 이상으로 대폭 상향했다. 단기적인 잉여현금흐름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일론 머스크는 미래 수익 증가를 위해 AI와 로보틱스, 반도체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필수적이라고 못 박았다.

그 투자의 핵심은 '로보택시'와 '테라팹(Terafab)'이다. 운전대와 페달이 아예 없는 사이버캡 양산이 올해 후반에 시작될 예정이며,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약 30억 달러를 투입해 연구용 반도체 생산시설인 테라팹을 구축한다. 테슬라와 스페이스X가 공동으로 운영할 이 테라팹은 1테라와트(TW) 규모의 컴퓨팅 전력을 지원하는 전용 칩을 생산하게 된다.

삼성전자나 TSMC에 의존하지 않고 로보택시와 휴머노이드(옵티머스), 우주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칩을 직접 자급자족하겠다는 선언이다. 차량을 판매한 뒤에도 무인 택시 서비스와 소프트웨어 구독으로 매달 거대한 현금을 창출해 내는 시스템. 40대 가장들이 꿈꾸는 완벽한 '패시브 인컴(수동적 소득)'의 구조를 테슬라가 기업 단위로 구현해 내고 있는 셈이다.

■ 스페이스X 상장과 초대형 합병 시나리오… "내 노후를 우주에 묻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이미지입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이미지입니다

가장들을 잠 못 들게 하는 가장 폭발적인 뇌관은 따로 있다. 바로 일론 머스크의 우주 기업 '스페이스X'와의 연결고리다.

스페이스X는 오는 6월 상장을 목표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비공개 예비 심사 신청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월가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스페이스X 상장 이후 테슬라와의 이른바 '메가 머스크 합병' 시나리오까지 거론되며 상상력을 자극하고 있다. 지난 2월 xAI와 합병하며 기업가치 1조 2,500억 달러(약 1,840조 원)로 평가받는 스페이스X와, 시가총액 약 1조 1,000억 달러(약 1,620조 원)의 테슬라가 하나로 묶일 경우 역사상 가장 가치 있는 거대 AI 제국이 탄생하게 된다. 지구의 도로를 장악한 자율주행 데이터와 우주를 뒤덮은 스타링크 위성 통신망이 하나의 플랫폼으로 융합되는 것이다.

"당장 내일 오르고 내리는 게 무슨 상관입니까. 일론 머스크가 그리는 미래가 현실이 되면, 지금 주가는 한참 바닥일 텐데요."

최근 테슬라를 집중 매수한 한 40대 투자자의 말은 뼈아픈 울림을 준다.
구글의 비상을 멍하니 지켜봐야 했던 중년의 스마트 개미들은 이제 더 이상 과거의 수익률에 연연하지 않는다.

그들이 피 같은 월급을 쪼개어 테슬라 주식을 사 모으고 주식 앱을 지워버리는 이유는 명확하다.
단순히 자동차를 잘 만드는 회사의 주주가 아니라, 인류의 다음 개척지를 독점할 플랫폼에 자신의 은퇴 시계를 통째로 맡기겠다는 원대한 결단인 것이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