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건강

"진짜 토할 것 같다"…임신 중 극심한 구토 이유는 [헬스톡]

한승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5.04 05:20

수정 2026.05.04 08:13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

[파이낸셜뉴스] 임신 중 구역질과 구토가 극도로 심한 상태를 '임신 오조(hyperemesis gravidarum)'라고 한다. 일반적인 입덧과 달리 물이나 음식을 제대로 먹기 어렵고, 체중 감소와 탈수로 이어져 입원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이런 임신 오조가 특정 유전자와 강하게 관련돼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과학매체 라이브사이언스는 지난달 20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제네틱스'에 발표된 연구를 인용해 임신 오조가 10개 유전자와 관련이 있으며, 이 가운데 GDF15 유전자가 가장 강한 신호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GDF15는 식욕과 구역 반응에 관여하는 호르몬인 성장분화인자 15를 만드는 유전자다.



연구팀은 미국과 유럽의 9개 독립 연구 자료를 합쳐 분석했다. 임신 오조 진단을 받은 1만974명과 대조군 46만1461명의 유전체를 비교했다. 분석 대상에는 유럽계뿐 아니라 아시아계, 아프리카계, 라틴계 자료도 포함됐다.

입덧보다 심한 임신 오조

대부분의 임신부는 임신 초기에 어느 정도 구역과 구토를 겪는다. 그러나 임신 오조는 증상이 훨씬 심하다. 미국산부인과학회(ACOG)는 임신 오조를 심한 구역과 구토로 체중과 체액 손실이 생길 수 있는 상태로 설명한다. 음식을 거의 먹지 못하거나 물도 넘기기 어렵고, 체중이 줄거나 탈수 증상이 나타나면 진료가 필요하다.

이번 연구는 오랫동안 임신 오조 원인으로 거론돼 온 hCG나 에스트로겐보다 GDF15 경로에 더 무게를 실었다. hCG는 임신 초기에 많이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임신 여부를 확인하는 검사에도 쓰인다. 그동안 입덧과 임신 오조의 원인 후보로 자주 언급돼 왔다.

GDF15는 식욕과 구역 반응에 관여하는 호르몬을 만드는 유전자다. 연구진은 GDF15가 모든 분석 집단에서 가장 강한 관련성을 보였다고 밝혔다. 연구에 참여한 말레나 페조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 교수는 이번 결과가 임신 오조를 더 잘 예측하고 진단하며 치료하는 길을 찾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당뇨 위험 유전자도 함께 확인

연구에서는 TCF7L2 유전자도 새로 주목됐다. TCF7L2는 혈당 조절과 관련된 유전자로, 2형 당뇨병과 임신성 당뇨 위험과도 연관돼 있다. 연구진은 이 유전자가 인슐린과 식욕 조절에 관여하는 GLP-1 호르몬 생산과도 관련될 수 있다고 봤다.

GLP-1은 식욕과 혈당 조절에 관여하는 호르몬이다. 최근 비만·당뇨 치료제의 표적으로도 알려져 있다. 연구진은 TCF7L2와 임신 오조의 연결 가능성을 설명하는 경로 중 하나로 GLP-1을 언급했다.

다만 이번 연구는 유전자와 임신 오조 사이의 관련성을 보여준 것이다. 모든 환자에게 같은 방식으로 증상이 나타난다는 뜻은 아니다. 임신 오조는 유전적 요인뿐 아니라 태반, 호르몬 반응, 식욕 조절, 뇌의 구역 반응 등이 함께 작용하는 질환으로 보인다.

임신 뒤 급격한 구역·구토 반응 줄일 수 있는지 임상시험 준비

치료법 개발도 논의되고 있다. 페조 교수 연구팀은 당뇨병 치료제 메트포르민을 활용한 임상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임신 전 GDF15에 몸을 미리 둔감하게 만들어 임신 뒤 급격한 구역·구토 반응을 줄일 수 있는지 살펴보겠다는 취지다.

전문가들은 임신 중 심한 구토를 단순한 입덧으로만 넘겨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구토가 조절되지 않거나 물을 마시기 어렵고, 체중 감소·탈수·어지럼증이 동반되면 의료진과 상담해야 한다.

한편 국내 보건당국도 임신 오조를 일반적인 입덧과 구분해 설명한다.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은 체중 감소나 탈수를 동반하지 않으면 생리적 범위의 입덧 또는 경도의 임신 중 오심·구토에 해당하지만, 구토가 심해 체중 감소와 탈수, 전해질 불균형 등이 나타나면 중등도 이상의 임신 오조로 보고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다고 안내한다.

질병관리청은 입덧을 줄이기 위해 적은 양을 자주 먹고, 공복을 피하며, 자극적인 음식이나 냄새를 피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구토가 반복돼 물을 마시기 어렵거나 체중이 줄고 어지럼증이 나타나는 경우에는 산부인과 진료를 받아야 한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