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일반

"엄마, 나 어린이날 선물로 삼전 사줘"…선뜻 열린 부모 지갑 [개미의 세계]

김희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5.05 08:00

수정 2026.05.05 08:00

/사진=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 [AI생성 이미지 - Gemini]
/사진=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 [AI생성 이미지 - Gemini]

[파이낸셜뉴스] 어린이날을 앞두고 열 살 아들 민준이의 선물을 고민하던 이영현씨(41·가명)는 평소 아들이 좋아하던 레고를 온라인 쇼핑몰 장바구니에 담았다. 그러나 결제 직전, 아들이 보낸 카톡을 확인하고 깜짝 놀랐다.

"엄마, 나 레고 말고 주식 사줘. 삼성전자."

아무리 요즘 주식 투자가 대세라고 해도, 초등학교 3학년짜리 아들이 주식을 사달라는 말이 이씨에게는 낯설게만 들렸다. '아이답지 않은 게 아닌가' 하는 걱정도 들었지만, 경제 교육 차원에서 아이들에게 적은 금액으로 주식을 시켜보는 것도 좋다는 주변의 충고가 문득 떠올랐다.

더구나 코스피가 장중 6902.96을 기록하며 사상 첫 6900선을 돌파하는 등 호재도 겹친 상황이었다.

돈을 불려가는 기쁨을 알게 해줄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고민하던 이씨는 온라인 쇼핑몰 장바구니에 담아뒀던 장난감의 가격을 보고 "그래, 주식을 사주자"고 결심했다.

아들이 좋아하는 장난감의 가격은 19만원, 이씨는 제품을 장바구니에 담으면서도 "채 몇 년도 갖고 놀지 않을 게 뻔한데, 비싸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아들 명의의 주식 계좌를 개설하고, 비슷한 금액으로 삼성전자 1주를 사주는 건 '비싸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설령 이후에 '물리'더라도, 모든 면에서 훨씬 '남는 선물'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장난감 대신 주식…부모들이 달라졌다

실제로 부모들의 선물 목록은 조용히 바뀌고 있다. 영어교육 기업 윤선생이 지난달 16일부터 21일까지 초등학생 이하 자녀를 둔 학부모 622명을 조사한 결과, 현금·주식 등 금융자산은 전체 응답자 중 30.8%(복수응답)를 기록하며 자녀에게 주고 싶은 선물 4위에 올랐다. 닌텐도 등 게임기기(30.0%)를 앞선 수치다.

미성년자의 주식을 둘러싼 분위기가 달라진 건 숫자로도 증명된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20세 미만 주식 소유자는 76만9624명으로 2019년(9만8612명) 대비 약 8배 폭증했다. 신한투자증권의 올해 1분기 데이터에서도 미성년자 계좌 개설은 전년 동기 대비 272% 증가했으며 계좌당 평균 잔고는 약 1000만원으로 나타났다. 아이들의 주요 투자 종목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S&P500 ETF였다.

왜 주식은 마음 편하게 사줄 수 있을까…현재 편향의 '역이용'

19만원짜리 장난감을 사줄 때는 망설이다가 23만원 가까이 하는 삼성전자 주식에는 선뜻 지갑을 여는 이씨의 행동은 '현재 편향(Present Bias)'을 본능적으로 역이용하는 행동일지도 모른다.

현재 편향이란 인간이 미래의 큰 보상보다 지금 당장의 작은 보상을 더 크게 느끼는 경향이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리처드 탈러와 캐스 선스타인이 저서 '넛지(Nudge)'에서 설명한 개념으로, 인간은 미래 이익을 실제보다 작게 평가하고 현재 만족을 과대평가한다는 것이다.

장난감은 현재 편향의 전형적인 산물로, 이씨 입장에서는 돈이 지금 당장 '소비'로 사라진다는 느낌이 강하다. 그러나 주식은 돈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 미래에 남기 때문에 비슷한 금액이어도 심리적 저항이 다르다는 것이다.

중요한 건 주식 선물이 세법상 '증여'라는 점이다.
미성년 자녀의 증여재산공제 한도는 10년간 2000만원이며, 부모가 자녀 계좌에서 단기매매를 반복하면 추가 증여세 리스크가 생길 가능성이 있어 주의해야 한다.

'껄무새'가 되기 싫은데 오늘도 결국 "살 걸, 팔 걸, 버틸 걸…" 주식도, 부동산도, 재테크도 다들 나 빼고 잘만 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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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ng@fnnews.com 김희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