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지난달 30일 발생한 경기 의왕시 내손동 아파트 화재로 중년 부부가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가운데, 불길이 직접적으로 치솟은 바로 위층 주민이 씻을 수 없는 정신적·재산적 피해를 호소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해당 아파트 15층 거주자의 자녀라고 밝힌 A씨의 사연이 올라왔다. A씨의 부모님은 이 아파트에서 20년 넘게 생활해 왔으나, 14층에서 시작된 이번 화재로 인해 가구와 옷가지 등 모든 가재도구가 전소되거나 심하게 그을려 사용할 수 없게 됐다.
A씨는 "부모님이 처음으로 장만하신 집인데 하루아침에 모든 걸 잃으셨다"며 "누군가는 일부라도 건질 수 있을 거라고 했지만, 실제로 가보니 건질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고 처참한 현장 상황을 전했다. 함께 공개된 사진 속 집안 내부는 생활 공간으로서의 기능을 완전히 상실한 채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훼손된 모습이었다.
이어 A씨는 "부모님은 '신혼부부처럼 다시 시작하자'며 서로를 다독였지만, 60대인 부모님이 자식들에게 짐이 되기 싫어하시며 허망해하는 모습에 억장이 무너진다"고 토로했다.
사망·경매에 막힌 손해배상…'가재도구' 턱없는 보상금
가장 큰 문제는 화재 이후 직면한 경제적 어려움과 막막한 피해 복구다.
원칙적으로 화재를 일으킨 가해 세대에 '실화책임법'에 따른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하지만 발화 원인이 된 14층 가구 거주자가 사망한 데다, 해당 가구가 최근 경매로 넘어가 퇴거를 앞두고 있던 상황이라 현실적인 배상을 기대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여기에 해당 가정은 개별 화재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아 보험을 통한 구제도 어려운 실정이다.
아파트 관리비로 납부되는 '단체 화재보험'이 있지만, 이마저도 한계가 뚜렷하다. 불에 탄 벽면이나 천장 등 건물 자체의 피해는 '건물 손해' 담보로 일부 보상받을 수 있지만, 가전이나 가구 등은 '가재도구 특약'에 가입되어 있어야만 보상이 가능하다. 가입되어 있다 하더라도 보상 한도가 실제 피해액에 비해 턱없이 낮고, 피해 입증조차 오롯이 개인의 몫이다.
A씨는 "지자체와 공공기업의 지원을 알아봤지만 정말 생활에 필요한 가전과 가구에 대한 보상은 없었다"며 "다행히 이재민으로 인정돼 임시 거처는 지원받았으나, 턱없이 부족한 보상금에 철거 수준의 집을 보면 원망스럽다"고 호소하며 관련 지원에 대한 도움을 요청했다.
가스 밸브 열려있었다…14층은 스프링클러 의무 설치 제외 구역
한편, 이번 화재는 가스 폭발이 원인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경기 의왕경찰서 등 합동감식반에 따르면 화재 현장 주방 쪽 가스 밸브가 열려 있던 것이 확인됐다. 인화성 물질은 발견되지 않았으며, 가스가 새어 나와 집 안에 쌓인 상태에서 폭발로 이어진 것으로 잠정 결론 났다. 부검 결과 50대 아내는 불이 나기 전 이미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며, 60대 남편은 폭발음과 함께 불이 나자 추락해 숨졌다.
해당 아파트는 2002년 준공된 건물로, 당시 규정상 16층 이상에만 스프링클러 설치가 의무화되어 있어 불이 시작된 14층에는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화재로 A씨 부부를 포함해 2명이 숨지고, 주민 6명이 연기를 마시는 등 총 8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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