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정책실장 '신용평가시스템' 정면 비판
금융위, TF 구성 대책 마련 착수
중저신용자 중금리 대출 구조적 문제 지적
'데이터 3법' 풀어야 대안 신용평가모형 고도화
6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지적한 신용평가모형의 단절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TF를 구성하기로 했다. 지난 4일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직접 간부회의를 주재하면서 관련 문제를 논의했다. 김 실장이 지적한 신용평가 체계를 비롯해 은행의 역할 재정립, 중금리 대출 활성화 추가 방안 등이 이 TF에서 논의될 전망이다.
실제 금융위는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대안신용평가 모형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마이 비즈니스 데이터(개인사업자 마이데이터)와 기존 시스템을 결합해 신용평가시스템의 단절을 극복한다는 구상이다.
금융위는 지난해 7월 "28살에 취업을 해서 3개월 다니니까 2000만원의 신용대출이 나오더라구요. 저희 어머니는 30년 장사하고 성실하게 상환을 해도 대출이 안 나와서 사채를 썼습니다"는 사례를 소개하면서 소상공인 전용 신용평가시스템(SCB) 구축 의지를 분명하게 했다.
SCB는 매출, 업종, 상권 등 비금융정보를 활용해 업종별 소상공인의 미래 성장성을 평가하는 인공지능(AI) 기반 신용평가모형이다. 올해 하반기부터 시범운영 참여기관을 중심으로 소상공인 대출심사에 적용한다. 시범운영에는 신한·국민·하나·우리·농협·기업·제주은행이 참여했다.
은행권에서는 인터넷전문은행을 중심으로 대안 신용평가모형 개발에 노력하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국내 금융권 최초로 자체 개발한 대안신용평가모형인 '카카오뱅크 스코어'를 활용해 비금융정보로만 중·저신용 대출 1조 원 추가 공급하는 성과를 냈다. 교보문고와 예스24에서 도서 구입 내역을 살펴보고, 이마트와 롯데맴버십의 데이터를 활용해 '유통 정보'를 반영하는 것이다. 카카오뱅크는 개인사업자 대출에서도 대안신용평가모형 적극 활용해 '사업자 업종별 특화 모형'으로 소상공인 사업 역량 다각적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중저신용자 중금리 대출이 어려운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남주하 서강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대안 신용평가모형을 일부 은행이 쓴다고는 하지만 전체 은행에 퍼지려면 한참 남았다"면서 "비금융 데이터와 금융 데이터의 결합 역시 상관 관계는 있겠지만 인과 관계가 분명한지에 대한 구체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남 교수는 "결국 은행이 건전성을 고려하면서도 중금리 대출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정부가 재정을 지원하거나 서울보증보험 등에 보증 상품을 만들어 주거나 지원을 해줘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대안 신용평가모형 고도화에 필요한 '데이터3법' 개정도 과제로 꼽힌다.
은행권 관계자는 "새 모형을 만들려면 여러 데이터를 결합하고 이를 당국에 또 심사, 승인 받아야 하는데 그 시간이 상당히 오래걸리고 각종 규제가 많다"면서 "실제로 수익을 못내고 있거나 연체율이 치솟는다면 현재의 모델에 문제가 있다고 봐야하겠지만, 그 또한 아닌 만큼 은행 내부 동력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김 실장은 지난 5일 페이스북에 추가로 올린 글에서 "정부가 은행의 팔을 비틀겠다거나, 외국인 지분을 강제로 낮추겠다는 이야기가 아니다"면서 "민간 금융에 국가가 개입하자는 주장은 더더욱 아니다"고 강조했다. 관치금융 논란을 피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그는 "문제 삼는 것은 (신용평가)모델 자체가 아니라, 그 모델을 그렇게 선택하게 만드는 더 깊은 구조"라며 "구조의 뿌리는 1997년 외환위기로 한국 금융의 지배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꿨다"고 했다.
김 실장은 "한국 은행이 외국 자본에 매력적인 이유는 면허와 규제라는 국가의 틀 안에서 안정적으로 보호되는 구조 때문"이라며 "예대마진 중심의 사업 모델, 비교적 낮은 변동성, 안정적인 배당. 이 조합이 우리나라 은행을 성장 산업이 아니라 안정적인 배당 자산으로 만든다"고 지적했다. 한국계 은행의 외국인 지분이 타국 대비 높은 상황을 경쟁력의 결과가 아닌 예측 가능한 수익 구조에 대한 선호라고 지적한 것이다.
mj@fnnews.com 박문수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