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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받고 1심 징역형→집행유예"...'재판거래' 부장판사 불구속 기소

김동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5.06 16:03

수정 2026.05.06 16:03

고교 동문 변호사에게 뇌물 받고 '양형 감형'
집유 중 음주운전 범죄자에 징역형 깨고 벌금형
"합리적 범위 이탈" 대법원 판례마저 어겨가며 감형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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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지역 로펌 변호사로부터 뇌물을 받고 해당 로펌이 수임한 항소심에서 형량을 낮추는 등 '재판거래'를 한 혐의를 받는 부장판사가 법정에 선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2부(김수환 부장검사)는 6일 수도권 지방법원 부장판사 A씨와 호남권 지역 변호사 B씨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및 뇌물공여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공수처에 따르면 A씨는 2023~2025년 전주지법의 형사 항소심 부장판사로 재직하면서 고교 동문 선배인 B씨로부터 뇌물을 받고, B씨가 대표로 있는 법무법인의 항소심 수임 사건 21건 중 17건에 대해 해당 법무법인에 유리하게 피고인의 양형을 낮춰준 혐의를 받는다.

공수처는 뇌물 규모가 3000만원을 넘는다고 보고 특가법을 적용했다. 구체적으로 △배우자의 바이올린 교습 등에 사용할 목적으로 B씨의 법인 명의 상가를 약 13개월 10일간 무상으로 제공받아 1400여만원의 이익을 취득한 것 △교습을 위한 방음시설 등 공사비 1500여만원 상당을 B씨에게 대납하게 한 것 △B씨로부터 현금 300만원을 넣은 견과류 선물 상자를 1차례 건네받은 혐의 등이다.



A씨는 또 B씨와 앞선 1500여만원 상당의 공사비가 자신에게 귀속되지 않는 것처럼 가장하기 위해, 배우자로 하여금 그랜드 피아노 1대를 공사 비용에 갈음해 B씨에게 양도한다는 취지의 허위 합의해제서를 작성한 혐의도 받는다.

'재판거래'가 의심되는 이들 17건 사건 중에는 음주운전, 마약, 온라인 도박사이트, 보이스피싱 등 엄정한 처벌이 요구되는 민생 직결 범죄가 다수 포함됐다.

예컨대 △과거 벌금형의 음주운전 전과가 있고, 별건 음주운전 혐의로 집행유예 기간 중 재차 음주운전을 한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 피고인에게 징역 5월을 선고한 1심의 판단을 깨고 벌금 500만원을 선고한 것 △도박 자금 규모가 약 2000억원에 달하고 1심과 견줘 별다른 양형 기초 사실관계 변경이 없음에도 도박공간개설 혐의 피고인에게 1심 실형을 파기하고 집행유예를 선고한 것 등이 있다.

특히 A씨는 B씨로부터 상가를 무상으로 임차한 2024년 3월 이후 선고한 6건에 대해서는 모두 1심을 파기한 사실도 확인됐다.

최형진 공수처 수사2부 검사는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징역형이 집행유예로 바뀌는 것은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않을 경우, 제1심의 양형을 존중하라'는 대법원의 2015년 7월 24일 선고에 위배된다"며 "A씨 항소심 사건의 경우, B씨의 법무법인을 수임하면 감경받을 수 있다는 소문이 교도소 내에서 돌았다는 접견 녹취파일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공수처는 지난해 4월 전북경찰청에 고발장이 접수된 지 한 달 뒤인 같은 해 5월 이첩요청권을 행사했다. 지난해 9월부터 지난 1월에 걸쳐 전주지법과 A씨, B씨의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했다.

공수처는 이어 지난 3월 19일 이들에 대해 각각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및 뇌물공여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소명 부족을 이유로 영장을 모두 기각했다. 공수처는 구속영장을 재청구하지 않고 추가 보완 수사를 거쳐 불구속 기소를 결정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현직 부장판사가 재판 진행 중인 담당 사건 변호인으로부터 재판을 매개로 뇌물을 수수한 사실을 밝혀냈다"며 "앞으로도 사법부의 신뢰를 저해하는 부패 범죄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엄단하겠다"고 전했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