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하브 샤니&뮌헨 필하모닉 기자회견
[파이낸셜뉴스] "바이올리니스트 안네 소피 무터가 샤니 지휘자를 추천했고, 몇 차례 연주를 함께하며 단원들이 '이분이 우리의 차기 상임 지휘자면 좋겠다'는 의견을 강력하게 냈습니다."
1893년 창단돼 '123살' 된 독일의 명문 악단 뮌헨 필하모닉이 차세대 거장 라하브 샤니(37)와 함께 3년 만에 한국을 찾았다. 뮌헨 필하모닉의 플로리안 비간트 대표는 4일 서울 강남구 거암아트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캐스팅 비화를 밝히며 새로운 수장에 대한 깊은 신뢰를 드러냈다.
호흡 맞춘지 약 1년 만에 러브콜
2022년 3월 우크라이나 자선 음악회에서 처음 샤니의 지휘로 호흡을 맞춘 뮌헨 필하모닉은 이듬해 2월 그를 차기 상임 지휘자로 내정했다. 샤니 역시 당시의 만남을 인상 깊게 회상했다.
샤니는 "이 오케스트라를 처음 만났을 때, 말 그대로 '첫눈에 반했다'고 말할 수 있다"며, "새 직장을 찾던 시기는 아니었지만, 오케스트라와 예술적 비전을 공유하고 있다는 확신이 들어 사랑에 빠지게 됐다"고 소회를 밝혔다. 샤니는 지난 2020년, 50년간 재임한 주빈 메타의 뒤를 이어 이스라엘 필하모닉의 음악감독으로 취임했다.
비간트 대표는 샤니에 대해 "단상에 홀로 선 고독한 지휘자가 아니라, 단원들과 에너지를 공유하고 영감을 주고받는 지휘자"라고 평가했다. 특히 첫 리허설에서 한 악장을 멈춤 없이 연주(런스루)하며 오케스트라에 음악적 자유를 허락하는 그의 소통 방식을 높이 샀다.
샤니의 지휘로는 처음으로 진행되는 이번 아시아 투어는 대만(타이베이, 가오슝)에서 시작해 한국(서울, 인천)을 거쳐 일본(도쿄)으로 향한다.
비간트 대표는 "당시 말러 연주는 땅이 흔들릴 정도로 감동적이었는데, 실제로 지진이 발생하기도 했다"며 "독일은 지진 지역이 아니기 때문에 모든 단원에게 꽤나 생소하고 새로운 경험이었다"고 당시를 유쾌하게 회상했다.
이어 그는 "한국 관객은 지식 수준이 높고 집중력이 뛰어난 세계적인 관객"이라며, "이번에는 7일간 머무는데, 이는 오케스트라 역사상 한국에서 보내는 가장 긴 시간이라 매우 설렌다"고 덧붙였다. 지난 4일 휴무를 맞은 단원들은 서울국제정원박람회와 북한산 국립공원을 방문하는 등 한국에서의 시간을 즐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성진과의 협연..."최고 수준의 아티스트"
뮌헨 필하모닉과 샤니 그리고 조성진은 앞서 여러 차례 호흡을 맞췄다.
샤니는 조성진을 향해 "오케스트라와 저의 아주 좋은 친구이자, 언제나 함께 무대에 서는 것이 큰 기쁨인 정말 훌륭한 피아니스트"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샤니는 조성진을 단순히 기술이 뛰어난 연주자가 아닌, 자신만의 뚜렷한 예술적 세계를 구축한 아티스트로 평가했다. 그는 "조성진은 자기만의 목소리를 명확하게 갖고 있는 '아티스트' 그 자체"라며 "현시점에서 최고 수준의 기량을 보여주고 있는 피아니스트"라고 극찬했다.
특히 이번 공연에서 선보일 베토벤과 프로코피예프라는 상반된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도 숨기지 않았다. 샤니는 두 작곡가의 확연히 다른 스타일을 언급하며 조성진의 폭넓은 음악 스펙트럼을 강조했다.
그는 "프로코피예프 협주곡은 매우 강렬하고 기술적으로 엄청난 역량을 요구하는 곡인 반면, 베토벤 협주곡은 아주 가볍고 서정적이며 섬세한 프레이징이 핵심인 곡"이라며 "성격이 완전히 다른 두 작품임에도 조성진은 이를 완벽하게 통제하고 소화해 낸다"고 강조했다.
공연 첫날은 모차르트 특유의 위트와 재치가 돋보이는 오페라 '후궁으로부터의 유괴' 서곡으로 화려한 막을 올렸다. 이어 조성진이 협연자로 나서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1번을 선보였다. 공연의 대미는 악단의 역사적 뿌리이자 정체성이라 할 수 있는 말러 교향곡 1번 '거인'이 장식했다. 구스타프 말러는 지난 1901년과 1910년에 뮌헨 필하모닉과 함께 자신의 교향곡 4번과 8번을 직접 지휘해 세계 초연한 바 있다.
이어지는 오늘(6일) 둘째 날 공연은 베토벤의 강인한 의지와 성격이 투영된 '에그몬트' 서곡으로 포문을 연다. 이날 조성진은 고도의 기교와 폭발적인 에너지를 요구하는 프로코피예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을 통해 한계 없는 스펙트럼을 증명할 계획이다. 공연 2부에서는 독일 관현악의 정수를 정교하게 담아낸 브람스 교향곡 4번이 연주된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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