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문보현씨(32·가명)는 증권사 앱을 열었다가 이내 한숨을 내쉬며 덮어버렸다. 6일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7000선을 넘더니 7400선까지 돌파했다는 소식에 주변은 축제가 벌어졌다. 다들 "너무 올라가서 무섭다"면서도 "이런 장에 못 버는 건 바보 아니냐"며 '칠천피'를 마음껏 즐기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문씨는 웃을 수 없었다. 그의 계좌에는 코스피가 내릴 때 수익을 내는 'KODEX 200선물 인버스 2X', 이른바 곱버스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 정도면 거품이다"…확신 아닌 '확증 편향'의 시작
문씨가 곱버스를 매수한 건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6000선을 돌파하던 지난 2월 말이었다. 당시 그는 미-이란 갈등과 고유가, 금리 동결 신호를 보며 "하락은 시간문제"라고 확신했다. 문씨가 보기엔 시장에 부정적인 요소가 너무 많았던 것이다. 문씨와 같은 생각을 한 사람들이 많았는지, 지난달 개인투자자들은 KODEX 200선물 인버스 2X를 6454억원어치 순매수했다.
그런데 코스피는 내리지 않았다. 6000을 넘어선 코스피는 꾸준히 상승세를 기록하며 솟구치더니 기어코 '칠천피'까지 달성했다. 증권사들은 앞다퉈 목표치를 상향했고 신한투자증권은 8600포인트까지 갈 것이라 내다봤다.
자신이 믿는 '하락'이라는 결론에 부합하는 악재 정보만 선택적으로 수집하고, 반도체 실적 호조나 외국인 매수세 같은 강력한 호재는 '거품'이라며 무시한 결과였다. 그리고 이런 '확증 편향'의 오류에 빠진 문씨는 코스피가 상승할수록 파랗게 질리는 계좌를 애써 외면해야만 했다.
녹아내리는 원금, '음의 복리'의 공포
문씨가 곱버스를 처음 산 이후 코스피는 약 23% 올랐고, 같은 기간 곱버스는 250원대에서 128원으로 약 49% 내려앉았다. 문제는 곱버스의 비극이 단순히 지수가 오른 만큼만 잃는 것이 아니라는 데 있다.
곱버스는 일일 수익률을 반대로 두 배 추종하기 때문에 지수가 상승할 때는 손실이 배로 커진다. 뿐만 아니라 '음의 복리효과(Negative Compounding)'로 인해 지수가 오르내림을 반복하기만 해도 손실이 누적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지수가 20% 하락 후 다시 20% 상승 시, 일반 상품(1배)은 100→80→96으로 4%의 손실이 발생하지만 레버리지 상품(2배)은 100→60→84로 16% 손실이 발생하는 구조다.
"이미 잃은 게 아까워서"…매몰비용 오류까지 '추가'
문씨는 손실이 커지는 가운데서도 정리하지 못하고 붙들고 있었던 게 가장 후회스럽다고 했다. "지금 팔면 100% 손해 확정이다", "이대로 계속 못 올라간다, 조금만 더 버티면 된다"는 고집이 문씨의 '손절'을 막은 것이다.
이는 '매몰비용 오류(Sunk Cost Fallacy)'라 불리는 심리다. 이미 투입한 자금이 아까워 비합리적인 결정을 반복하는 것이다. 결국 문씨는 코스피가 7400선을 돌파한 이날도 차마 자신이 보유한 곱버스를 매도하지 못했다.
그렇게 버티는 사이, 52주 최고가 2160원이었던 이 상품은 장중 126원까지 추락했다. 코스피200 선물지수를 역으로 추종하는 인버스와 곱버스 ETF 11개 중 7개가 순자산 50억원을 밑돌면서 상장 폐지 위기론도 나오고 있다. 상장한 지 1년이 넘은 ETF 중 반기 말 신탁원본액과 순자산이 50억원 미만인 경우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고, 지정일 이후 다음 반기 말에도 50억원 미만일 경우 상장 폐지된다.
'껄무새'가 되기 싫은데 오늘도 결국 "살 걸, 팔 걸, 버틸 걸…" 주식도, 부동산도, 재테크도 다들 나 빼고 잘만 하는 것 같습니다. 아무리 공부해도 어려운 투자의 세계, 손뼉 치며 공감할 [개미의 세계]를 편하게 받아보시려면 기자페이지를 구독해주세요. 함께 공유하고 싶은 투자 사연이 있는 개미들의 제보도 기다립니다.
bng@fnnews.com 김희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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