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3년간 이상동기 범죄 총 127건
살인·살인미수 혐의 전체 35.4%
경찰 사례, 사전 징후 등 분석하지만
동기 파악 어렵고 예측성 낮아 '한계'
전문가 "범정부 차원의 접근 필요"
[파이낸셜뉴스] 광주 도심에서 한 남성이 일면식 없는 고교생에게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이른바 '묻지마 범죄'에 대한 불안감이 다시 커지고 있다. 경찰이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후에도 매년 수십건의 이상동기 범죄가 반복되면서 범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경찰 등에 따르면 광주 광산경찰서는 전날 살인, 살인미수 등의 혐의로 20대 남성 장모씨를 긴급체포해 조사하고 있다. 장씨는 지난 5일 0시 11분께 광주 광산구 월계동 한 대학교 인근에서 고등학교 2학년 A양을 흉기로 찔러 살해하고, 또 다른 고교생 B군에게도 흉기를 휘둘러 중상을 입힌 혐의를 받는다.
장씨는 경찰 조사에서 "자살을 고민하던 중 범행을 결심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023년 관련 통계 집계가 시작된 이후 최근 3년간 발생한 이상동기 범죄는 총 127건으로 파악됐다. 연도별로는 2023년 46건, 2024년 42건, 2025년 39건 등 매년 40건 안팎의 사건이 발생했다. 특히 전체 이상동기 범죄 가운데 살인·살인미수 혐의 사건은 45건으로 35.4%를 차지했다.
실제 이상동기 범죄로 인한 피해도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 지난 2023년 서울 신림역 인근에서는 '묻지마 칼부림 사건'으로 1명이 숨지고 3명이 다쳤고, 같은 해 8월 경기 성남시 서현역 인근 흉기 난동으로도 2명이 숨지고 12명이 다쳤다. 이후 전남 순천과 서울 미아역 인근에서도 일면식 없는 여성을 살해하는 사건이 잇따랐다.
이에 경찰은 2023년 그간 '묻지마 범죄'로 불리던 범죄 유형을 '이상동기 범죄'로 공식 개념화하고, △피해자 무관련성 △동기 이상성 △행위 비전형성 등을 기준으로 관련 통계 집계를 시작했다. 또 이상동기 범죄 사례와 공중협박·공공장소 흉기소지 등 위험 징후로 볼 수 있는 범죄 등에 대한 분석도 이어가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이상동기 범죄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범죄분석관들이 사건별 사례를 분석하고 위험 평가 도구 등을 고도화하고 있다"며 "공중협박이나 공공장소 흉기소지 등 이상동기 범죄의 사전 징후로 볼 수 있는 사건도 함께 분석해 흉악 범죄로 전이되는 것을 차단할 수 있도록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같은 대응에도 이상동기 범죄는 뚜렷한 동기 파악이 어렵고 사전 예측 가능성도 낮아 경찰 활동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상동기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선 범정부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박미랑 한남대 경찰학과 교수는 "이상동기 범죄는 정신질환과 관련된 범죄가 비교적 많은데, 관련 정보가 기관별로 분절돼 있고 공유도 원활하지 않아 경찰 단독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며 "지역사회 내 정신질환자 가운데 범죄 위험성이 높은 대상에 대해 다기관 협력체계를 보다 적극적으로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대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처벌 위주의 형사법적 관점만으로 접근하기보다 잠재적 가해자 관리라는 보건복지적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며 "사회적 갈등을 겪거나 고립된 사람들 관리하는 체계를 강화하고, 형사사법적 관점에서는 치료감호 청구를 활성화해 치료적 관점에서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welcome@fnnews.com 장유하 최승한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