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세계 최대 비트코인 보유 기업인 스트래티지(MSTR)가 창사 이래 철칙으로 삼아 온 '비트코인 절대 매도 불가(Never Sell)' 원칙을 전격 폐기했다. 1분기 비트코인 가격 하락에 따른 대규모 평가손실로 무려 17조 원대의 순손실을 기록한 가운데, 향후 자산 운용 방식을 보다 능동적으로 전환하겠다는 포석이다.
지난 5일(현지시간) 진행된 2026년 1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퐁 르 스트래티지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그저 앉아서 '비트코인은 절대 팔지 않겠다'고만 말하지 않을 것"이라며 "비트코인을 매도해 달러를 확보하거나, 주당 비트코인 가치를 높이는 데 유리하다면 매도해 부채를 축소하는 방안도 앞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마이클 세일러(Michael Saylor) 창업자 겸 회장이 2020년 비트코인 표준 채택 이후 줄기차게 강조해 온 전략에서 공식적으로 선회한 것이다. 다만 회사 측은 이를 '대규모 매도 예고'가 아닌 '자산 운용의 유연성 확보'로 선을 그었다.
이날 세일러 회장 역시 "1만 달러에 산 땅을 10만 달러에 팔고 그 이익으로 더 많은 땅을 사거나 이자 비용을 충당한다고 해서 나쁘다고 할 사람은 없다"며 "우리는 '비트코인 개발 회사(Bitcoin development company)'로서 일관된 전략을 실행 중"이라고 부연했다.
스트래티지의 이 같은 전략 변경 배경에는 길어지는 비트코인 약세장과 1분기 부진한 실적이 자리하고 있다.
이날 스트래티지가 발표한 1분기 순손실은 125억 4000만 달러(약 17조 원)에 달했다. 주당순손실(EPS)은 -38.25달러를 기록해 월가 컨센서스(-18.98달러)를 두 배 이상 밑돌았다.
적자의 핵심 원인은 비트코인 가격 하락에 따른 '미실현 손실'이다. 미국 재무회계기준위원회(FASB)의 공정가치 회계 원칙을 적용해 분기말 시가를 재무제표에 반영하면서, 1분기 중 비트코인 가격이 연초 약 8만 7000달러에서 3월 말 6만 8000달러 선으로 급락한 것이 144억 6000만 달러 규모의 공정가치 평가 손실로 직결됐다.
손실에도 불구하고 스트래티지의 비트코인 축적은 계속됐다. 1분기에만 8만 9599개를 추가 매수하며, 1분기 말(5월 초 기준) 총 81만 8334개의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전체 비트코인 공급량(2100만 개)의 약 3.9%~4%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다.
비트코인 매입을 뒷받침하기 위해 스트래티지는 올해 연초부터 5월 3일까지 116억 8000만 달러(약 16조 원)의 자본을 조달하며 공격적인 자금 유치를 이어갔다. 특히 11.5% 고배당 우선주(STRC) 등 다양한 수단을 활용했으며, STRC의 경우 출시 9개월 만에 85억 달러 규모로 급성장했다. 회사 측은 가격 안정성과 유동성 개선을 위해 STRC 배당을 월 1회에서 2회로 늘리는 안건도 추진 중이다.
한편, 원칙 폐기 발언과 막대한 순손실 소식이 전해진 후 스트래티지의 주가는 시간외 거래에서 4% 넘게 급락하며 178.8달러 선으로 밀렸다. 한국시간 6일 오전 10시 12분 기준 비트코인은 전날보다 소폭(0.30%) 오른 8만 1144달러에 거래 중이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