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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재무장관, 11~13일 방일..투기적 엔 매도 대응 논의

서혜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5.07 07:18

수정 2026.05.07 07:18

12일 총리·재무상·일본은행 총재와 각각 회담 예정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도쿄=서혜진 특파원】일본 정부의 시장 개입에도 엔·달러 환율 변동성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오는 11~13일 일본을 방문해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 가타야마 사쓰키 재무상,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BOJ) 총재와 각각 회담한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7일 보도했다.

복수의 미·일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베선트 장관은 14~15일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에 앞서 3일 간 일본을 찾는다. 그는 오는 12일 다카이치 총리와 가타야마 재무상, 우에다 총재를 각각 만나 투기적 엔화 매도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할 전망이다.

베선트 장관은 오래전부터 투기적 엔화 매도를 경계해온 인물로 알려져 있다. 미 재무부는 지난 1월 환율 개입의 전 단계로 여겨지는 '레이트 체크(rate check)'를 실시했는데 당시 미국 당국은 일본 정부 요청이 아닌 베선트 장관 주도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BOJ는 최근 일본 금리 상승과 엔화 약세가 동시에 진행되는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금리 상승은 엔화 자산의 투자 매력을 높여 엔고 요인으로 작용하지만 최근처럼 금리 상승과 엔저가 동시에 나타나는 현상은 투기적 거래를 자극하고 미국 국채 매도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이번 회담에서는 환율 문제 외에도 희토류와 에너지 조달 등 경제안보 이슈, 이란 정세 등이 의제로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시장 개입에도 환율 변동성 지속

일본 정부와 BOJ는 지난달 30일 1년 9개월 만에 엔화를 매수하며 시장 개입에 나섰다. 시장에서는 개입 규모를 약 5조엔(약 46조3150억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개입 직후 달러당 160엔 후반대였던 환율은 155엔대로 급락했다.

미 재무부는 닛케이에 "일본과 긴밀히 연락을 취하고 있다"고 밝혀 일본의 시장 개입을 사실상 용인하는 입장을 내비쳤다.

다만 시장 개입 이후에도 환율 변동성은 이어졌다. 엔화 매수 개입 이후인 지난 1일과 4일, 6일 세 차례에 걸쳐 엔·달러 환율이 급등했다.

지난 1일 오후에는 달러당 157엔 초반대였던 환율이 단기간에 155엔 중반대로 상승했다. 4일에도 157엔 초반대에서 155엔 후반대로 급등했다. 특히 6일 오후 1시20분께 환율이 157엔 후반대에서 약 30분 만에 155엔 부근까지 치솟으며 약 2개월 반 만에 최고 수준의 엔화 강세를 기록했다.

한 은행 외환 딜러는 "엔화 매도 포지션 청산이나 일시적 투기 움직임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흐름"이라며 "당국 개입이 있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미쓰비시UFJ모건스탠리증권의 우에노 다이사쿠 수석 외환전략가는 "최종 방어선은 160엔이지만 일본 당국이 외곽 방어선으로 157엔대를 지키려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지난달 30일 엔화가 달러당 160.70엔까지 약세를 보인 뒤 당국 개입이 이뤄졌지만 이후 지난 1일·4일·6일 급등이 모두 157엔대에서 시작됐다는 점에서 시장은 일본 당국이 157엔대도 방어선으로 삼고 있다고 보고 있다.

기술적 분석 측면에서도 157엔대는 중요한 구간으로 평가된다. 지난달 30일 엔화 최저점부터 개입 이후 최고점까지 상승 폭의 절반 수준은 158.10엔이다. 미쓰이스미토모은행의 스즈키 히로시 수석 외환전략가는 "당국이 이 수준이 무너지면 추가 엔저가 진행될 수 있다고 경계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시장 개입 안 끝났다" 150~155엔대까지 낮추나


시장에서는 일본 당국의 엔화 매수 개입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오카산증권의 다케베 리키야 시니어 전략가는 "한 번 개입에 나선 이상 당국이 강경하게 대응할 가능성이 높다"며 "미 당국이 지난 1월 레이트 체크 이후 기록했던 152엔대를 염두에 두고 환율 범위를 150~155엔 수준으로 낮추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골드만삭스 역시 일본이 지난달 30일과 같은 규모의 개입을 최대 30차례 더 실시할 여력이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실제로는 외환보유액 소진을 고려해 보다 효과적인 시점을 골라 개입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다만 시장 개입만으로 환율 흐름 자체를 바꾸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동 정세 불안이 이어지고 국제유가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만큼, 일본의 무역적자를 의식한 엔화 매도·달러 매수 압력은 여전히 강하다는 설명이다.


스즈키 전략가는 "거시 환경에 변화가 없는 이상 달러당 155엔 아래로 내려가기는 쉽지 않다"며 "오히려 158엔대를 향한 엔저 압력이 여전히 강하다"고 말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