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무인복합 전투 고도화 위한 MOU 체결…HR-셰르파·다족보행로봇에 AI OS 탑재
이동형 대드론 관제 시스템도 추진…K방산 소프트웨어 역량 전환 가속
[파이낸셜뉴스] 현대로템이 미국 방산 기술 기업 안두릴(Anduril)과 인공지능(AI) 기반 유·무인복합(MUM-T) 지휘통제체계 공동 개발에 나선다. 전통적 하드웨어 중심의 K-방산이 소프트웨어·AI 플랫폼과의 결합을 통해 체질 전환을 서두르는 흐름이 한층 뚜렷해지고 있다.
현대로템은 7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안두릴과 무기체계 고도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날 협약식에는 이용배 현대로템 대표이사 사장과 브라이언 쉼프(Brian Schimpf) 안두릴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가 참석해 양사 간 전략적 협력 의지를 확인했다.
안두릴은 실리콘밸리 출신의 신흥 방산 강자다.
이 같은 기술력의 핵심이 바로 AI 운영체계(OS) '래티스(Lattice)'다. 래티스는 무기체계에 부착된 각종 센서로부터 실시간 데이터를 수집·융합해 표적을 추적하고, 전장 상황을 AI가 자체 판단하도록 지원하는 전투 운용 플랫폼이다. 미 육군 실전 무기체계에 이미 통합 운용되고 있어 실전 검증을 마친 기술로 꼽힌다.
현대로템은 자사의 다목적 무인차량 'HR-셰르파'와 개발 중인 다족보행로봇 등 무인 플랫폼에 래티스를 접목할 계획이다. 올해 초 로봇·수소 중심으로 조직을 개편하며 차세대 전차·장갑차 라인업 전반에 AI 기반 자율주행과 군집 제어 능력을 탑재하겠다는 로드맵을 제시한 바 있다. 이번 안두릴과의 MOU는 그 구상을 실행 단계로 끌어올리는 계기가 된다. 래티스가 AI의 '두뇌' 역할을 담당하면 유인 전투차량과 무인 로봇, 드론이 하나의 집단처럼 연동해 군집 기동과 자율 임무수행이 가능해진다. 이른바 '스웜(swarm)' 전술의 기술적 토대가 마련되는 셈이다.
양사는 이동형 대(對)드론 관제 시스템 구축도 함께 추진한다. 안두릴이 운용하는 △정찰용 드론 '고스트(Ghost)' △수직이착륙 재사용 요격기 '로드러너(Roadrunner)' △직충돌 요격 드론 '앤빌(Anvil)' 등이 공중에서 적 드론을 탐지하면, 차륜형장갑차 같은 기동무기체계가 작전 상황을 분석하고 지휘관의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구조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소형 드론 위협이 전장의 핵심 변수로 부상하면서 이동형 대드론 체계의 수요가 세계적으로 급증하고 있는 점을 겨냥한 행보다.
현대차그룹 내에서는 HD현대도 지난달 미국 '해양항공우주 전시회(SAS 2026)'에서 안두릴과 무인잠수정 공동 개발 협약을 맺는 등 안두릴과의 협력 접점이 해양·지상 양 축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대한항공 역시 무인 항공 분야에서 안두릴과 기술 협력 MOU를 체결한 바 있어, 안두릴의 래티스 생태계가 K-방산 전반으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미래 방산 시장은 전통적 제조에서 기술·소프트웨어가 통합된 형태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며 "이번 협력은 단순한 기술 교류를 넘어 AI 지휘통제 역량을 확보하는 전략적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사는 향후 실시간 위협 식별, 방공 솔루션 등으로 기술 협력 범위를 넓혀나갈 방침이다.
ggg@fnnews.com 강구귀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